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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좋은집/자연의향기

방송과 언론의 선택적 조명 문제

by 한사정덕수 2025.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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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만든 스타, 숨은 고수들은 어디에? 과대 포장된 K-스타논란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특정 인물들이 지나치게 집중적으로 조명되며 마치 그들이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유일한 존재인 것처럼 부각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과 백종원의 요리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이 해당 분야에 끼친 영향력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방송과 언론이 특정 인물들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서사를 부풀리는 과정에서 진짜 숨은 고수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 볼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방송과 언론에서는 그런 자성의 노력을 외면하는 느낌입니다.

저는 기회가 되는 대로 이 문제에 대해 제가 그동안 느끼고 경험한 일들을 토대로 밝혀보고자 합니다.

 

식객, 한국 요리의 바이블인가, 편향된 시각인가?

이 부분은 다음과 같이 설명되겠습니다. 식객은 한국 요리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잦은 오류와 한계를 드러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허영만의 식객은 한국 요리를 만화로 풀어내며 대중에게 친숙하게 소개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이 만화가 다루는 전통의 개념이 지나치게 고정적이며,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인해 실제 조리법과 관행이 왜곡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만화의 취재 방식에서 비롯된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식객7, 35남새와 푸새에서 확인됩니다.

 

취재 방식의 오류 산나물 채취 과정의 왜곡

식객35남새와 푸새는 산나물 채취에 관한 내용을 다루며, 취재 당시 허영만 작가는 오색2리 안터마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던 평양할머니로 불리는 이를 지역 토박이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산채 음식이 특화된 오색약수 인근 식당에서 취재를 했다면, 산나물 채취를 전문으로 하는 이들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실제 산나물 채취와 거리가 있는 인물을 통해 내용을 구성하면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점봉산의 나물 채취 과정 을 묘사하는 방식에서도 현실과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식객에서는 주민들이 여기서 보름에서 스무 날 정도 있으면서 따 온 산나물을 솥에다 삶아 널어 말려서 가지고 내려갔다.” 라는 대화를 통해 나물 채취 기간이 길어야 20여 일 정도로 짧은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산나물 채취는 4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근 60일 동안 이루어지며, 얼레지부터 곰취·참취까지 단계적으로 채취합니다.

또한, 옻순을 채취하는 시점(420일 무렵)과 점봉산 산나물 채취 시기(5월초~하순)를 혼동하는 등 시기적 오류도 확인됩니다. 고산이라고까지는 못하지만 같은 설악산권의 점봉산(평산)과 대청봉(큰산)은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도 보름 이상의 차이를 보일 정도로, 산은 불과 280미터 정도의 표고차에서 이처럼 식생의 조건이 달라집니다.

 

식객에서는 산나물을 관광버스를 이용해 몰려오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점봉산에서 실제로 산나물을 채취하러 관광버스를 이용해 오는 일은 2000년 이전에나 있었습니다. 진동리 설피밭마을의 주차장에 들어오는 관광버스는 주로 곰배령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태우고 오가며, 2000년대 이후 점봉산에서 관광객이 나물 채취를 목적으로 버스를 타고 오는 행위는 단속으로 인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산나물 묘사가 발견되는데요, 식객35화에서 등장하는 싱아는 점봉산 나물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식물인데도 마치 산속에서 발견한 것처럼 그려졌습니다.

또한, 고비를 고사리로 표기하는 등 잘못된 식물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비를 나물로 하는 경우엔 풀고비와 참고비, 팥고비를 구분지어 형태적 차이와 색깔 등을 비교할 수 있어야 됩니다.

식객은 한국 요리를 조명하는 중요한 작품이지만, 일부 취재 과정에서의 오류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점에서 한계를 보이는 겁니다.

 

이러한 문제는 대중이 만화를 통해 접하는 정보가 실제와 다를 경우, 특정한 방식이 정통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만화적 연출과 드라마틱한 요소를 고려한 서사가 필요할 수 있지만, 음식과 전통을 다루는 작품이 정확성과 다양성을 간과할 경우, 오히려 문화적 편향성을 강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식객이 한국 요리를 다루는 방식은 철저한 검증 없이 특정 이야기나 경험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로 인해 실제 전통과 관행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게 됩니다. 앞으로 음식 문화 콘텐츠가 보다 신중한 접근을 통해 다양한 조리법과 지역적 차이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요리 대결중심의 과장된 서사

식객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흑백요리사또한 요리다수의 요리사가 대결을 벌이는 드라마틱한 장면 연출을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식객은 자주 요리 대결을 통해 특정 요리법을 절대적인 기준처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같은 요리를 만들더라도 재료와 기법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합니다.

누가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가를 극적으로 연출하지만, 실제로 음식의 맛은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한 주관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평가될 수 없는 일입니다.

식객은 분명히 한국 요리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지만, 동시에 특정 지역과 음식점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활용된 측면도 있습니다. 철저하게 상업적이고 홍보를 자처한 모양이 되어 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독자들도 있기에 정말 조심해야 될 방법입니다.

특정 식재료나 요리가 최고라고 강조되면서, 오히려 다양한 전통 요리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게 됩니다.

 

백종원의 요리 철학, 과연 전통을 반영하는가?

그렇다면 백종원은 요리 프로그램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대중적인 영향력을 키웠지만, 그의 조리법과 요식업 운영 방식이 한국 요리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그의 요리는 단맛이 강하고 조미료 사용이 적극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이는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잡는 전략이 될 수 있지만, 한국 전통 요리 본연의 맛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백종원의 프랜차이즈 사업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그의 브랜드가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독점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방송에서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는 방식이 공정한지에 대한 의문을 넘어 논란도 제기됩니다.

최근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법적 문제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2회에 거쳐 이 부분은 자세하게 밝혀두었기에 생략하겠습니다.

 

숨은 고수들은 어디에? 방송과 언론의 선택적 조명 문제

백종원과 허영만은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을 만한 업적을 이루었지만, 그들이 모든 것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는 전통 조리법을 연구하는 요리 장인, 실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젊은 셰프들, 그리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만화가들이 많지만, 방송과 언론은 여전히 특정 인물들에게만 집중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습니다.

이런 미디어의 선택적 조명이 계속된다면,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가진 창작자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대중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할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집니다.

 

빛을 기다리는 이름들

 

방송은 부르고, 언론은 외치며

하나에 조명이 집중 되는 순간

작은 불꽃들은 드러나지 않으니

 

숙련된 손끝에 스민 명인의 맛

허름한 골목에서 불을 피우던 셰프의 노력

산촌에서 묵묵히 지켜온 비법의 향기는

허구의 전설처럼 잊혀지고

한 장의 만화 속 된장 한 숟갈, 나물 한 줌이

잊었던 향수를 끌어내기는 하지만

그 전통은? 그 맛은 어디서 왔을까

점봉산의 나물밭에 없는 싱아와

고비를 고사리라 기록하는

한 번의 취재, 한 번의 경험으로

진짜를 덮어버린 ‘정통’의 이름이라니

 

백종원이란 이름으로 말하는 맛의 비법

단맛 범벅으로 대중을 붙잡으나

진실로 전통은 그런 맹탕 아니란 사실

정성이 시간으로 익어가는 된장의 깊은 숨결은

어느 이름으로도 가질 수 없는 것

숨은 고수들은 어디에나 있음에도

찾을 맘 없는 저열한 미디어의 단순함이라니

 

산골에서, 초라한 골목에서

지금도 정성으로 장을 빚으며

한 줌 소금과 바람을 읽으며 고유의 맛을 찾는데

한 곳만 조명함에야, 다른 빛들은 어디를 비추랴

진짜를 찾아 나서는 시간, 방송이 부른 이름 너머에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으니

우리, 스스로 선택할 때 아니랴.

 

이제는 대중이 선택할 때

대중문화는 특정 스타에 의해 주도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균형 잡힌 문화 생태계를 조성되어야 하겠습니다.

방송과 언론은 특정 인물에게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진짜 실력을 갖춘 숨은 고수들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스포트라이트를 더 균형 있게 배분해야 하겠습니다.

식객은 한국 요리를 조명했지만, 전통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규정하고, 특정 요리를 미화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백종원의 요리는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전통 조리법을 차용하면서 새로운 발견처럼 포장하는 방식과 법적 논란이 지속되고 있기에 이를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숨은 요리 장인과 창작자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미디어가 보다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진짜 실력 있는 사람들이 빛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대한민국의 문화 콘텐츠는 더욱 풍부해질 겁니다. 이제는 대중이 직접 선택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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