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7 봄의 전주곡, 기쁨과 기다림의 미학 봄의 전주곡, 기쁨과 기다림의 미학― 기다림과 기쁨이 엮어내는 자연의 미학 봄은 언제나 그렇듯 불현듯 찾아옵니다. 자연의 모든 생명력이 일시에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때마다 기대와 설렘을 품고 봄을 맞이합니다. 여전히 바람은 차고, 눈도 몇 번 더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을 넘는 길목의 눈이 덮여 있던 산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는 것을 보며 봄이 왔음을 직감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봄은 온몸으로 준비하며 서서히, 그러면서도 불시에 다가옵니다.이맘때, 매년처럼 떠오르는 것은 쑥국의 향기입니다. 쑥과 달래의 싹이 눈을 뚫고 나오는 모습은 겨울을 끝내고 온 세상에 봄이 피어나는 전주곡처럼 느껴집니다. 아직 산의 모습은 적막하지만 한 뼘 자란 취를 만났을 때의 그 기쁨, .. 2025. 3. 25. 냉이향을 품은 김장김치청국장 어제는 양양장날이었습니다.겨우내 맛난 김장김치를 보내주신 분께 지난해 봄 초피순을 채취해 담가 두었던 초피순장아찌와, 8월 하순 초피열매가 빨갛게 익기 시작할 때 거둬 말려 곱게 가루로 만든 초피가루를 보내드릴 겸 길을 나섰습니다.냉이는 눈이 내리기 전에 서둘러 준비해 두었지만, 뭔가 봄을 좀 더 풍족하게 느낄 원추리나 부지갱이나물이라도 싱싱한 것이 나왔을까 싶어 장터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나 성의 없이 놓인 냉이와 달래, 직접 채취했다고 믿기 어려운 나물들을 보며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택배를 보내고 다시 시장을 거닐었지만, 예전처럼 활기가 넘치지는 않았습니다. 대장간도 한가롭고, 모종을 파는 곳도 찾는 사람이 없어 상인들은 봄볕 아래 의자에 몸을 깊이 묻고 졸고 있었습니다. 냉이와 달래, 온실에서.. 2025. 3. 20. 냉이 한 줌으로 시작하는 봄 며칠 만에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섰습니다. 따스한 봄볕이 살갗을 스치고, 공기 속엔 부드러운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포근합니다. 겨울의 마지막 자락을 움켜쥐던 차가운 바람도 한결 가벼워지고, 양양의 하늘은 맑고 투명했습니다.자전거를 타고 거마천로를 달리며 바라본 설악산의 줄기엔 여전히 눈이 덮여 있었습니다. 화채봉이며 관모봉, 대청봉 할 것 없이 하얀 빛이 찬란하게 반짝였습니다. 그러나 산 아래 양양의 땅은 달랐습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햇살이 내려앉은 들녘엔 봄의 기운이 완연했습니다.페달을 밟으며 길을 따라 달리다가 문득 멈춰 섰습니다. 밭과 경계를 이루는 곳이 거뭇하게 보여, 자전거를 길가에 세우고 막 초록의 잎을 지면에 덮기 시작한 보리밭을 지나 걸어 들어갔습니.. 2025. 3. 11. 욕심부리지 않고 봄을 만끽하는 삶! ▲ 정말 오래전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제가 태어난 집은 1960년대 이렇게 지어진 강원도의 산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던 북방식 구조의 너와집이었습니다. 굴피지붕을 얹은 굴피집에서도 살았었지요. 이런 집의 주변엔 달래와 냉이, 씀바귀가 봄이면 정말 많았습니다. '맛깔지다'는 느낌에 슬며시 입 안 가득 침샘을 자극하며 마음이 푸근해지는 계절, 가을엔 참으로 분주했을 밭을 봅니다. 김장에 사용하고, 명년 봄 고추장을 담글 고추가 빨갛게 익었나 싶더니 하루가 다르게 쇠락하는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고, 여름 한 철 쌈 재료로 잎도 내어주고 줄기째 뭉텅 잘리기도 하고도 나물을 무치거나, 암반에 한껏 쳐대고 길게 뽑은 가래떡이나 손자국 선명한 송편을 막 꺼내 들러붙을까 바르던 기름도 내어준 들깨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2025. 2. 9. 산골촌놈의 산야초 요리 1탄 “냉이 편” 산야초에 대한 책을 준비하며 지난해에는 조리법에 대해서는 시간이 촉박하여 정리를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늦어진 출판,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처럼 그대로 쉬기는 뭣하겠고, 산야초를 이용한 조리법에 대해 제가 즐겨 사용하는 방법들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1월 초 볕이 잘 드는 들에서 만나는 냉이는 이런 모습입니다. 설을 전후하여 시장이나 마트에 나가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산야초로는 냉이와 달래, 씀바귀가 있습니다. 더구나 설이 봄이 시작되는 입춘 뒤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올해처럼 입춘보다 먼저 든 경우엔 입춘은 그야말로 우뚝 일어서는 느낌입니다. 이 시기엔 냉장고가 드물던 시절이라면 김장김치도 서서히 물리고 햇것이 구미에 당기게 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밥을 해 먹어야 했던 저.. 2025. 2. 3. 산에서의 봄에 대한 정의와 자연산 산나물 ▲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은 매화와 함께 복수초가 아닐까 합니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만나면 장소가 어디든지 “참으로 정갈한 성품을 지닌 이가 온 마음을 다해 음식을 차려주셨구나” 하는 깊은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멋을 부리지 않아도 재료에 충실하며 맛의 깊이를 충분히 담아냈음을 맛보기도 전에 이미 알 수 있습니다. 덜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꼭 알맞은 양의 양념으로 버무려지고 조리된 음식을 흐트러짐 없이 담아냈을 때, 음식을 먹는 이는 누구랄 것 없이 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모둠’이란 상차림을 썩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모둠회니, 모둠나물이니 하는 한 접시에 적게는 4~5가지의 조리된 나물이나 회를 지닌 품성에 관계없이 색깔만 존중.. 2025. 2. 1.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