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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1981 (Ⅲ) 1275봉 샘터, 그날의 응급실 참나무들도 바람이 불면 일시에 잎사귀를 흩날립니다. 산등성이마다 잎비가 내려앉고, 바닥에는 잣이 몇 송치 떨어져 뒹굴었습니다. 주어 올린 잣송이를 발로 비벼보니, 한여름이라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바짝 마른 껍질은 금세 갈라지며 알맹이를 쏟아냈습니다. 세 송치의 잣을 모두 까서 혹시 빈 죽정이가 있을까 싶어 하나를 먼저 깨뜨려보았습니다. 하얗고 고소한 잣 알갱이가 참 곱습니다. 한 줌씩 나누어 주고, 저도 주머니에 넣어 걸음을 옮기며 하나씩 까먹기 시작했습니다.공룡능선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나의 길이 있지만, 때로는 우회할 수도 있는 길이 있습니다. 어느 길이 더 안전하고 편하냐는 문제는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경험과 체력을 과신해 무모한 행동만 하.. 2025. 10. 17.
장민호 가수의 ‘Analog vol.1’ ― 카세트테이프, 다시 아날로그적 감성으로…어제 오후 가수 장민호의 ‘호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우편물이 도착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가수의 우편물’이라니, 손끝으로 포장을 개봉하는 순간부터 이미 음악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투명한 비닐 포장을 벗기자 나타난 건 카세트테이프 한 개와 포토카드 몇 장, 작은 책자 한 권, 그리고 미니 보로마이드였습니다.한때 음악의 표준이던 카세트테이프가 이렇게 다시 제 손안에 들어온 건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예전엔 휴대하기 편한 카세트 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녔지만 요즘도 이 기기가 판매되나 싶어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상품들이 다양하게 판매되더군요.플라스틱 케이스를 여는 ‘딸칵’ 하는 소리, 리본 테이프의 매끄러운 질감, 그리고 앨범 구성의 세밀한 디자인까지—그 .. 2025. 10. 16.
가을의 귀환, 그리고 한계령 — 장민호 ‘Analog vol.1’ 발매에 부쳐 가을은 언제나 노래처럼 다가옵니다. 낙엽이 흩날리고, 빗방울이 창가를 두드리면 마음속 어딘가에서 오래전 선율이 흘러나옵니다. 유난히 비가 잦았던 이번 가을, 세상의 풍경은 더 촉촉해졌습니다. 안개가 골짜기를 감싸고, 도로 위의 물결이 지나간 계절의 흔적처럼 반짝입니다. 이런 날, 음악은 과거로 향하는 문이 됩니다. 그리고 오늘 그 문을 두드리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장민호입니다.가수 장민호가 2025년 10월 14일, 새 미니앨범 《Analog vol.1》을 발표합니다. 이 앨범은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닙니다. 1970~80년대를 수놓았던 명곡들을 오늘의 감성으로 되살려낸 트리뷰트(Tribute) 형식의 헌정 앨범입니다. ‘트리뷰트’라는 말은 존경과.. 2025. 10. 14.
한계령, 다시 노래로 피어나다 ― 1981년의 기억과 2025년의 울림 2025년 10월 14일, 가수 장민호가 새 앨범 Analog vol.1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이 앨범은 1970~80년대의 명곡들을 현대적 감성으로 되살린 트리뷰트 앨범으로, 그 첫머리를 장식할 곡이 바로 ‘한계령’입니다. 원곡은 하덕규 작곡, 양희은의 대표곡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출발점은 제가 1981년 가을, 한계령을 넘어 설악산을 오르며 썼던 시 「한계령에서」였습니다. 그 시절, 저는 서울에서 일을 하다 잠시 내려와 공업사 일을 도와주기로 하고 원통으로 향했습니다. 다음 날이 국군의 날이라 서울 거리는 관광버스로 붐볐고, 저는 설악동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때의 설악은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비룡폭포로 들어서는 쌍천을 지나.. 2025. 10. 12.
한계령, 1981 (Ⅱ) 안개바다에 잠겨 공룡능선으로 늦잠을 잤습니다.누군가 아침식사 준비가 다 되었으니 식사할 준비를 하라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텐트 안에는 밤새 식은 공기가 아직 남아 있었고, 밖에서는 코펠 두드리는 소리와 불 지피는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몸을 일으켜 텐트 지퍼를 올리자 따뜻한 김이 스며들었습니다.“반찬은 어제 먹던 된장찌개가 아직 넉넉하고, 버섯볶음도 있으니까 따로 하지 않았어요. 장조림이 있는데 드릴까요?”아침밥을 그릇에 푸며, 굳이 새로운 반찬을 만들지 않았다는 말 속에 담긴 마음을 읽었습니다. 어제 함께 밥을 짓고 나누던 그 여유와, 불필요한 손길을 아껴주는 배려의 뜻이 느껴졌습니다. 공연히 먹지도 않을 반찬을 하나 더 꺼내 수고를 더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럴 필요 .. 2025. 10. 12.
한계령, 기억과 지금의 사이에서 잘 지어진 밥이라도 섣불리 그릇에 담아내기엔! 이 글은 한계령에 서서 1981년의 젊은 날과 2025년의 현재가 서로를 바라보았던 그 감흥을 담아낸 글입니다. 글의 기본적인 뼈대는 지난 10월 3일, 그 특별한 조우가 있은 지 정확히 4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정리되었습니다.문장들이 마치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그리움처럼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제 안의 생각들을 받아 적었기에 초고를 펼쳐보니, 마치 냄비 안에서 끓다가 미처 다 익지 못한 설익은 밥을 차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뜨겁기는 하나 깊이가 없고, 맛을 음미하기에는 밥알이 겉도는 듯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섣불리 서둘러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르익지 않은 상태로 내놓을 생각은 애초 없었기에 며칠 고민의 시간을 가.. 2025.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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