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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좋은집/자연의향기

달래양념간장을 위한 시 한 편

by 한사정덕수 2025.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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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도래와 함께 들녘에 돋아나는 달래를 소재로, 자연과 삶의 연결성을 조명한 음식이 무얼까 생각합니다. 겨울을 견디고 땅을 뚫고 올라온 달래는 마치 묵은 세월을 씻어내려는 듯하며, 그 모습은 질곡의 세월을 지나온 인간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달래의 알뿌리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하며, 실뿌리는 인내하며 버텨온 흔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를 요리하기 위해 칼날을 들이대야 하는 순간, 저는 미안한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을 거쳐 마침내 달래는 밥 위에서 봄을 알리는 꽃불로 피어나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순환을 보여주는 하나의 요리가 됩니다.

 

달래양념간장을 위하여

 

경칩을 넘어선 들녘은 살결처럼 부드럽고

속살 헤집고 붉게 돋아난 달래는 봄볕을 머금었네

포실한 흙 헤집어 드러낸 유리알처럼 맑음은

가슴에 낀 묵은 때를 씻어내려 애씀일세.

 

긴 겨울이 남긴 눈물이 알뿌리에 스며

어머니 손길처럼 다정도 하고

마디마디 여린 실뿌리로

질곡의 세월 이겨내라 함인지라

봄 여울에 살랑거리니 귀한 자태 향기롭다.

 

예리한 칼날 너에게 대려니 마음 아리다만

봄의 속삭임 담으려 함이니 부디 용서하기를

 

칼날 아려도 너는 다시 피어나리니

하늘을 품은 청장 한 수저

태양을 품은 고초苦椒 한 수저

어르고 달래니 눈물 한 방울 하늘을 담고

수고한 민초 같은 이 밥에 더하니

봄의 알싸한 찬가 꽃불처럼 피어난다.

 

달래 한 줌을 자르면 그 향이 다시 피어난다. 이제, 봄의 숨결을 담아 요리를 완성하겠습니다. 청양고추 3개를 얇게 썰어 그릇에 담습니다. 그리고 간장 4T, 조선간장 2T, 참기름 1T, 고춧가루 1T, 양파 작은 크기 1개를 채를 썰어 넣고 잘 섞어 달래양념간장을 만듭니다.

고슬하게 갓 지은 밥과 함께 하면 그대로 봄맞이 이만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천품을 지닌 달래양념간장에 어찌 시 한 편 헌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달래 한 줌이 음식이 되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감성, 그리고 생명력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낼 수만 있다면 어떤 요리이고 시가 되어지기에 넘치는 품성을 이미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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