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4 저는 최소한 이런 상사였어요. 크로와상과 봄나물, 상큼한 드레싱으로 더 맛있게! 1994년, 성산동 리치몬드제과점 건너편 성미산에 위치한 작은 집에서 살던 시절, 아침이면 매일처럼 걸어서 청기와주유소 뒤에 있는 서교동의 ‘김민지웨딩컬렉션’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퇴근 후, 저녁 약속이 없거나 술 한잔의 여유가 없을 때는, 늘 집으로 돌아가 아주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출근길, 리치몬드제과점에서 풍겨오는 갓 구운 빵의 향기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며,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저절로 멈추게 했습니다. 5월 어느 날 철쭉제가 열린다는 현수막을 본 기억이 있으니 소백산을 다녀온 17일 월요일이겠는데, 그날은 조금 일찍 출근을 하게 되어 리치몬드제과점에 들러 크로와상을 사 들고 나왔습니다. 바람에 .. 2025. 3. 1. 욕심부리지 않고 봄을 만끽하는 삶! ▲ 정말 오래전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제가 태어난 집은 1960년대 이렇게 지어진 강원도의 산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던 북방식 구조의 너와집이었습니다. 굴피지붕을 얹은 굴피집에서도 살았었지요. 이런 집의 주변엔 달래와 냉이, 씀바귀가 봄이면 정말 많았습니다. '맛깔지다'는 느낌에 슬며시 입 안 가득 침샘을 자극하며 마음이 푸근해지는 계절, 가을엔 참으로 분주했을 밭을 봅니다. 김장에 사용하고, 명년 봄 고추장을 담글 고추가 빨갛게 익었나 싶더니 하루가 다르게 쇠락하는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고, 여름 한 철 쌈 재료로 잎도 내어주고 줄기째 뭉텅 잘리기도 하고도 나물을 무치거나, 암반에 한껏 쳐대고 길게 뽑은 가래떡이나 손자국 선명한 송편을 막 꺼내 들러붙을까 바르던 기름도 내어준 들깨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2025. 2. 9. 산에서의 봄에 대한 정의와 자연산 산나물 ▲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은 매화와 함께 복수초가 아닐까 합니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만나면 장소가 어디든지 “참으로 정갈한 성품을 지닌 이가 온 마음을 다해 음식을 차려주셨구나” 하는 깊은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멋을 부리지 않아도 재료에 충실하며 맛의 깊이를 충분히 담아냈음을 맛보기도 전에 이미 알 수 있습니다. 덜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꼭 알맞은 양의 양념으로 버무려지고 조리된 음식을 흐트러짐 없이 담아냈을 때, 음식을 먹는 이는 누구랄 것 없이 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모둠’이란 상차림을 썩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모둠회니, 모둠나물이니 하는 한 접시에 적게는 4~5가지의 조리된 나물이나 회를 지닌 품성에 관계없이 색깔만 존중.. 2025. 2. 1. 경험과 연륜이 또 다시 새로운 인연이 되고 ▲물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귀한 선물입니다. 얼었던 개여울이 풀리면 온갖 생명들이 저마다 봄을 맞으려 일어섭니다. 산이 있으면 반드시 골짜기가 형성되는데 그런 골짜기에는 어김없이 맑은 물길이 자리를 잡습니다. 높은 산에서는 물을 중심으로 자라나는 풀과 나무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종류를 달리하며 자랍니다. 때때로 산의 능선에서 불과 몇 십 보 거리에 보이는 풀 주변에서 다른 나무와 풀이 어우러져 자라는 모습을 보면, 물이 그 속에 존재해서 가능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물이 있는 곳에는 물과 잘 어울리는 풀과 나무가 자리 잡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나 모든 물이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설악산의 경우 화강암이 많아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낙엽이 쌓여 검게 삭은 곳.. 2025. 1. 27.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