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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계령

소설 한계령 3 ‘할머니와 따뜻한 밥’

by 한사정덕수 2025.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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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버지는 이른 아침, 할머니가 지으신 밥과 시래기 된장국으로 아침을 드셨다. 밥 한 숟가락을 크게 떠 된장국에 말아 후후 불어 드시던 아버지는 몇 번 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겠어.”
 문풍지가 부웅 소리를 내며 찬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거 같았다. 나는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 아버지는 마당을 내다보며 중얼거렸지만, 그 말이 꼭 바람에게 대고 하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바깥일을 미리 짐작하는 시골 어른의 감각나는 그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무서웠다. 아버지는 마치 바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아버지의 밥그릇에 반찬을 하나 더 얹어주며 말했다.
 “배 든든히 채우고 가야 힘쓰지.”
 아버지는 말없이 밥을 마저 비우고 물 한 사발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뒷마당으로 나가 지게를 챙겨 등에 둘러메고 뒷산을 향해 걸어가셨다. 새하얀 눈밭에 남은 커다란 발자국들이 마치 길을 만들듯 이어졌다. 창가에 기대어 창호지를 바를 때 가운데 사각형으로 오려내고 유리를 붙여 놓았는데 평소에 덮어놓았던 창호지를 들추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가운 유리에 김이 서리자 손바닥으로 김이 서린 걸 닦아냈다. 물기가 번진 유리를 통해 보이는 아버지는 멀어지지 않았다. 뒷마당에서 조금 올라선 자리에 멈춰 서서, 화전을 일구며 밴 나무를 정리하는 듯했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평소보다는 덜 무서웠다.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꾸짖을 때보다, 무언가를 조용히 하고 있을 때 아버지는 믿을 만해 보였다. 크고 거친 손으로 나무를 들어 올리고, 지게에 가지런히 정리해 얹는 모습. 그 순간의 아버지는 화를 내지도, 엄하게 굴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겨울 눈 속에서도 일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문득, 아버지가 허리를 펴고 뒤를 돌아보셨다. 나는 얼른 몸을 숙였다. 그래도 어쩐지 아버지는 내가 보고 있었다는 걸 아는 것 같았다. 다시 유리를 통해 바라보았을 때, 아버지의 발자국 위로 찬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눈가루가 흩날리며 그 흔적을 덮으려 했지만, 여전히 깊게 패인 발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게 꼭대기까지 가득히 나무가 올라가자, 아버지는 지게초리로 단단히 묶었다. 그리곤 지게작대기를 짚고 무릎을 굽혀 힘겹게 눈밭에서 일어섰다. 묵직한 나무 더미를 등에 진 아버지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갈 때보다 더 깊이 패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오고 있었다. 아버지는 가마솥에서 물이 끓을 때 뚜껑을 비집고 피어오르는 하얀 김처럼 차가운 공기 하얀 콧김을 내뿜었다. 그 하얀 김은 겨울 찬바람 속에서 하얗게 흩어졌다.

여전히 창가에 앉아 있었다. 한 손으로 창호지를 들추고 유리 너머로 아버지의 돌아오는 모습이 점점 가까워지는 걸 확인했다. 허리가 조금 기울어진 채 나무의 무게를 온몸으로 버티며 천천히 비탈을 내려서는 모습은, 마치 아득한 먼 저 설원 속으로 녹아드는 그림자 같았다.

눈송이가 흩날리고, 바람이 아버지가 돌아오며 남긴 발자국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버지가 남긴 길은 눈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을 듯했다.

비탈을 여전히 무거운 짐을 등에 진 채 지개작대기로 균형을 잡으며 내려서는 그 걸음은 힘겨워 보였지만 어딘가 익숙하고 단단해 보였다. 갑자기 아버지의 발자국에 내 발을 포개어 넣어 보고 싶어졌다. 크고 깊게 팬 그 자리 위로 내 작은 발이 쏙 들어가면, 마치 그 길이 나를 위한 길이 되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가 걸어온 길을 따라 걷는다면, 무섭지도, 길을 잃을 일도 없을 것 같았다.

눈발이 더 거세게 날렸다. 문풍지가 흔들리고, 바람이 창문을 긁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버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나무를 내려놓고 허리를 펴며 깊은 숨을 들이쉬는 모습이 보였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묵직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갑자기 안심이 되었다. 아버지는 돌아올 사람이었다. 아무리 먼 길을 가도, 지게를 짊어지고 설령 무거운 짐을 진다해도, 결국 돌아오는 사람.

나는 그 생각을 하며 나는 창호지를 내리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바깥의 소리는 하나하나 익숙했다. 뒷마당에서 들려오는 톱질 소리, 나무가 잘려 나가는 둔탁한 마찰음,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바람 소리까지.

아버지가 나무를 자를 때, 어머니는 곁에서 나무를 붙잡아 주었다. 어릴 적 그 모습을 바라보며 궁금해했다. 어머니가 없을 때는 나무가 흔들리면 어쩌나, 아버지는 혼자서 잘 자를 수 있을까.

손가락을 꼽아 보았다. 오늘을 지나면 이틀, 사흘, 그리고 며칠 뒤면 나는 일곱 살이 된다. 일곱 살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잘 기억하게 될까.

아버지의 발소리를 떠올렸다. 아버지가 돌아올 때마다 남기는 발자국이 있다. 눈이 덮어도 사라지지 않는 길. 어머니가 곁에 있을 때는 두 사람의 발자국이 나란히 남았을 것이다. 이제는 하나뿐인 길. 하지만 그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나는 알 것 같았다.

바람이 살짝 창호지를 흔들었다. 나는 손을 뻗어 다시 조심스럽게 눌러 내렸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뒷마당에서 들려왔다.

창연아, 여기 와서 나무 좀 붙잡아라.”

가만히 앉아 있다가 형이 어떻게 할지 궁금해졌다. 형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할머니가 눈총을 주자 덮었던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그리고 벽에 걸린 낡은 잠바를 집어 들었다. 소매 끝이 해지고 군데군데 빛이 바랜 잠바였다. 형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껴입고 방문을 열었다. 바깥 공기가 스며들어 방 안이 살짝 차가워졌다.

뒷마당으로 나가는 형의 발소리가 왠지 무겁게 느껴졌다. 문이 닫히고 난 후, 나는 남은 온기로 형이 있던 자리를 더듬었다. 그리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처음엔 나무를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형이 아버지를 도우려고 나무더미를 헤치는 것 같았다. 그다음엔 바짝 마른 나뭇가지가 서로 부딪히는 마른 소리. 다시 굵은 나무토막을 두 사람이 옮기는 소리가 들리고손으로 나무를 붙잡고 끄덕였을 형의 모습이 그려졌다.

거 좀 단단히 좀 잘 잡아라.”

아버지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곧이어 톱 줄로 톱을 손질하는지 사각거리를 쇠가 쓸리는 소리가 잠시 들렸다. 손질을 마쳤는지 다시 톱이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각사각, 힘을 주어 당길 때마다 나무가 그만큼 깎여 나가는 소리. 형은 힘을 주어 나무를 고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때때로 손을 살짝 떼며 혹여나 가루가 묻지는 않을까 조심했을지도 몰랐다.

작은 톱밥이 바람에 날려 뒷마당으로 흩어졌을 것이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어쩐지 그 모습이 환하게 그려졌다. 예전엔 어머니가 잡아주던 나무를 이제는 형이 붙들고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나무를 잘라 장작을 만드는 그 순간이, 눈앞이 아닌 마음속에서 선명하게 다가왔다.

나무를 자르는 소리가 잠잠해진 뒤 짧은 숨 돌리는 시간 같았다. 이내 텅 하는 소리와 함께 잘려 나간 나무가 땅에 던져졌다. 둔탁하지만 리드미컬한 소리. 한 토막, 두 토막, 차곡차곡 쌓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눈을 감고도 그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그다음엔 도끼질 소리. ! 하고 무언가가 단단히 부딪치는 소리였다. 형일지, 아니면 아버지가 도끼질을 하는지 처음엔 알 수 없었지만 이내 형이 도끼질을 한다는 걸 소리만으로 알 수 있었다. 형이 도끼를 들어 올리고 나무 위에 힘껏 내리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엔 크고 거친 소리가 나다가 점점 더 규칙적으로, 깊이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방 안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아주 먼 옛날이야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오래전에도 이런 날이 있었을 것 같았다. 뒷마당에서 아버지가 나무를 자르고, 형 같은 누군가가 나무를 모탕에 올리고 도끼질을 하며 장작을 만들던 그런 날.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오늘의 우리에게까지 이어진 것은 아닐까.

도끼가 나무를 가르고 굵은 나무가 두 조각으로 나뉘는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다. 아니, 멀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점점 그 소리에 젖어드는 것 같았다.

몸이 따뜻했다. 형이 일어나기 전에 덮고 있던 이불이 아직 그 자리에 남아 있어서일까. 이불을 끌어당기고 천천히 몸을 둥글게 말았다.

! 또 한 번 장작이 쪼개지는 소리.

그 소리를 마지막으로 기억하며 스르르 눈을 감았다. 도끼를 들고 서 있는 형의 모습이 꿈속에서 아득히 보일 것 같았다.

꿈속에서 마당 한가운데 서 있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소복이 쌓인 마당 위로 장작더미가 놓여 있고, 그 곁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란히 서 있었다. 아버지는 도끼를 들고 있었고, 어머니는 잘려 나간 나무토막을 가지런히 쌓고 있었다.

여보, 덕수 아버지 이건 좀 더 잘 말려야겠어요.”

어머니가 장작을 손끝으로 툭툭 털며 말했다. 그 말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야 잘 타지.”

아버지는 도끼를 높이 들었다가 곧장 내리쳤다. ! 나무가 단정하게 쪼개졌다. 어머니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것을 들어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나는 그 곁에서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따뜻했다. 아니, 사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데도 이상하게 추운 줄을 몰랐다. 마당 위로 퍼지는 나무 냄새, 장작이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주고받는 조용한 말들이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익숙하게 스며들었다.

어머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데도, 그 눈빛이 환하게 느껴졌다. 어머니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내가 한 걸음 내디디려 할 때쯤, 아버지가 다시 도끼를 들었다.

조금 더 쪼개야겠다.”

그 말과 함께 다시 퍽!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소리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흐릿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머니의 모습도, 아버지의 손길도 점점 안개 속으로 스며들었다. 마당이 사라지고, 장작더미도 사라지고, 눈발도 희미하게 흩어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방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 하지만 아직도 귀에는 어렴풋이 나무를 가르는 도끼질 소리가 남아 있는 듯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나무를 패던 모습이 꿈처럼 사라졌지만, 그 시간은 어디론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것 같았다.

이불을 끌어당기며 눈을 다시 감았다. 꿈이 이어질까, 혹은 다시 만나게 될까. 희미한 기대를 품으며,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고 다시 잠에 들었다.

 

덕수야, 일어나. 밥 먹어.”

형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아득했다. 나는 누군가가 어깨를 흔드는 감각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방 안에는 이미 남폿불이 켜져 있었다.

희미한 불빛이 벽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어디선가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지 남폿불이 가늘게 흔들렸고, 그에 따라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도 길게 늘어졌다가 부드럽게 떨렸다. 방 안에는 익숙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기운이 감돌았다.

가족들은 둥근 밥상에 둘러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손으로 무릎을 한번 쓸어내리고는 조용히 국그릇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 옆에는 할머니가 자리하고 있었다. 며칠째 집에 머물고 계신 할머니는 어머니 대신 반찬을 챙기고 계셨다. 주름진 손이 밥상 위를 조용히 오갔다.

덕수야, 일어나서 얼른 와 앉거라. 뭔 잠을 대낮에 그렇게 자니?”

할머니의 목소리는 조용하면서도 그래도 다정하게 들렸다. 형은 내 옆에서 한숨을 쉬며 다시 한 번 나를 손짓으로 재촉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이불을 걷고, 무릎걸음으로 밥상 앞으로 다가갔다.

밥상이 훈훈한 온기로 가득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 갓 퍼낸 따끈한 국, 그리고 김치가리에서 꺼내왔을 김치와 찬물에 헹궈 소금기를 빼고 썰어서 물을 붓고 들깨가루를 한 수저 올린 갓 물김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어디에서 났는지 임연수어도 두 마리 노르스름하게 구워 접시에 올려 있었고, 시래기는 국이 아니라 자작하게 찌개처럼 작은 냄비에서 아직 바글거리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에는 은근한 나무 냄새가 배어 있었고, 문득 뒷마당에서 들려오던 도끼질 소리가 귓가에 어른거렸다.

어디선가 바람이 또 한 번 스며들었는지, 남폿불이 살짝 떨리며 그림자가 흔들렸다. 나는 그 빛과 그림자 사이에서, 어머니 대신 할머니가 앉아 있는 모습이 어쩐지 낯설면서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

아버지는 말없이 숟가락을 들었다. 형도 따라 밥을 떠 먹었다. 천천히 밥숟가락을 들며 그 아늑한 순간을 조용히 들이마셨다.

숟가락을 들어 밥을 한 술 떠 입에 넣었다. 따뜻하고 고소한 밥이 입안에서 천천히 퍼졌다. 할머니가 해 주신 반찬들도 하나하나 익숙한 맛이었다. 새치구이는 짭조름하면서도 부드러웠고, 갓 물김치는 칼칼하지만 국물 맛은 고소하면서도 시원하고 기분 좋은 맛이 감돌았다. 시래기로 끓인 찌개를 한 술 떠 먹으니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 이대로 할머니가 계속 우리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밥을 굶지 않아도 될 텐데.

어머니가 없으니 밥이 늦어질 때도 있고, 반찬이 변변치 않을 때도 있었다. 형이 부엌에서 허둥지둥 밥을 차릴 때면 나는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만 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오신 뒤로는 밥상이 늘 따뜻했다. 한밤중에도 부엌에서 무언가를 다듬고 계셨고, 아침이면 정갈한 밥과 국이 차려져 있었다.

천천히 먹어라, 덕수야.”

할머니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밥을 먹는 손은 더 빨라졌다. 따뜻한 밥이 입안에 가득 찰 때마다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이렇게 매일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용히 생각했다. 할머니가 계속 함께 계신다면, 밥을 굶을 일도 없고, 부엌에서 형이 어설프게 솥뚜껑을 여닫는 소리도 듣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밥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조용히 갓 물김치에서 국물을 뜨고 계셨고, 형도 말없이 반찬을 집어 먹고 있었다. 방 안에는 남폿불이 가늘게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숟가락이 사기그릇에 닿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렸다.

한참을 먹는데 열중하다가 할머니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작은 불빛 아래에 앉아 계신 할머니의 손은 주름이 깊었고, 반찬을 집으시는 손길은 여전히 조용하고 단정했다.

할머니, 계속 여기서 살면 안 돼요?”

무심코 내뱉고 말았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내가 너무 솔직한 속마음을 내보였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할머니는 빙긋 웃으며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셨다.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겠니.”

무슨 뜻인지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할머니의 손길이 따뜻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따뜻한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좋았다.

다시 숟가락을 들고 천천히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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