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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이야기

3월을 미리 기다리며 봄꽃이야기

by 한사정덕수 2025.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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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야~ 내랑 한 번 달려볼래

 

친구가 운전하는 차 동승석에 올라 문을 닫고 차가 출발하자 여자가 이러더군요. 뒷자리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빠야 쪼매 있다가 좌회전 할낀데 준비 단디 하래이~” 그때서야 네비의 길안내인 줄 알앗습니다.

 

죄회전을 해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아야 니 그렇게 빨리 가고 싶냐? 그러다 니 영 빨리 가는 수가 있어야. 빠른 길은 내가 다 앙께 나만 잘 따라오라기 그러나과속방지턱을 지나 조금 더 속도를 올리자 오매야라, 과속단속 구간이래요. 니 경찰하고 친구나? 막 내달리믄 같이 딱지 접이야데 니 돈 많나?”

 

이 네비양 덕분에 그해는 정말 심심치 않게 봄꽃을 만나러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 그렇군요. 이 네비양이 곰살맞고 참으로 자상하게도 양양나들목을 들어서는데 통행요금은 사천 팔백원이래요.”라 해서 거기서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그런데 니 돈은 있나?”라는 바람에 휴게소 들렸을 때 산 커피를 엎질렀습니다.

▲진달래 “자네가 내 사진 선생이잖아” 이렇게 말하는 친구는 자전거로 이동하기 힘든 촬영에 늘 함께 했습니다. 친구가 2019년 3월 16일 오색에서 진달래를 만나 촬영하고 있습니다.

 

들꽃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늦가을까지 산과 들을 찾아다닌 이들에게 겨울은 길게만 느껴진다고 합니다. “강원도 양양은 언제부터 봄꽃들이 피기 시작할까궁금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그들입니다.

 

산과 들에서 꽃을 만날 수 없는 기간은 불과 두 달 남짓입니다. 매년 같지는 않지만 짧은 경우엔 한 달, 길어야 두어 달이면 새롭게 피어나는 꽃을 만나는 고장이 양양이란 사실을 잘 모릅니다. 1월 초에도 빠른 해엔 꽃을 만납니다. 2019년엔 1월 중순에 핀 복수초를 만났고, 그로부터 한 주 뒤엔 매화까지 폈습니다.

복수초 얼음새꽃, 설련화 등 다양한 이름을 지닌 복수초는 양양군에서는 1월부터 4월말까지 만날 수 있습니다.

 

사실 복수초와 매화는 가장 일찍, 날씨만 포근하다면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늦어도 2월로 접어들면 전국 어지간한 고장마다 이 두 가지 꽃이 봄을 알립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봄까치꽃이나 광대나물, 꽃다지와 냉이도 양지쪽을 살펴보면 1월에도 꽃이 피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봄꽃을 만나려면 아무래도 3월로 접어들어야 됩니다. 양지바른 산자락에 얼레지와 노루귀가 피기 시작하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꽃을 만나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민들레, 민복초, 냉이, 꽃다지, 광대나물, 봄까치꽃, 꽃다지가 앞 다퉈 피니 꽃으로 향한 눈길 분주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런 꽃도 눈이 밝아야 찾을 수 있습니다. 거기에 걸음품 상당히 팔 각오도 필요하지요. 밭둑이나 집 근처 봇도랑은 물론이고 실개천변도 샅샅이 살필 각오가 돼 있어야 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수고 없이 대가가 주어지진 않는 게 세상 이치듯 자연도 수고하는 자에게 자신의 속을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양양의 들꽃 3월과 4월에 양양군에서 만난 들꽃을 몇 종 정리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들꽃을 만나는 고장이 양양이랍니다.

 

2019320일 무렵을 기준으로 그해 이미 만난 들꽃을 밝히면 복수초, 민들레, 봄까치꽃, 꽃다지, 느릅나무, 괴불주머니, 괴불나무, 생강나무, 진달래, 할미꽃, 노랑제비꽃, 노루귀, 광대나물, 돌단풍, 큰괭이눈, 가지괭이눈 등 그리 먼 길 나서지 않고도 손가락이 부족하게 셔터를 눌러야 했습니다.

 

양양군은 벚꽃이 남대천 둔치 제방도로와 양양군청 옆 현산공원에 만개하면 또 다른 꽃들을 만날 수 있다. 남대천변이나 현산공원, 어성전계곡 주변부터 갈천과 오색마을 산과 들 냇가엔 일제히 꽃들이 피어나는 시기입니다.

 

제주도나 부산, 남해안과 같은 위도가 낮은 고장도 아닌 양양군에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까닭이 있습니다. 인제군과 홍천군, 평창군 등 내륙에 속한 고장들관 다른 지리적 여건 덕을 보는 겁니다. 양양은 강릉과 삼척, 동해, 삼척시와 함께 백두대간의 동쪽에 위치한 덕에 상대적으로 포근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서입니다.

노루귀 영서지역에서는 귀한 남색을 지닌 노루귀입니다. 이곳에선 색의 변이가 많은 노루귀를 모두 통칭해 부르는데 외지에서 온 이들은 반드시 청노루귀라 하더군요.

물갓냉이 물냉이라고도 하는 맑은 샘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물갓냉이를 우린 식용으로 이용하지 않는 식물입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크레송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다양한 요리에 이용된다고 합니다.

큰괭이눈 오래전 경기도 남양주시의 천마산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천마괭이눈으로 불리던 큰괭이눈은 산골짜기 물가나 바위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봄꽃입니다. 향기가 별로 없는 큰괭이눈은 특별한 재주를 지녔습니다. 바로 잎을 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인데, 이를 헛꽃이라 합니다. 대표적으로 주변에서 헛꽃 식물로는 설악초가 있고, 이곳 양양엔 쥐다래가 있습니다.

홀아비바람꽃 봄은 바람꽃의 계절입니다. 아네모네를 기억하면서도 바람꽃은 모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양양에 사는 이들이라 해도 양양에 다양한 바람꽃이 핀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바람꽃속 꽃은 대청봉 일원에 군락을 이루는데, 7월초가 되면 그야말로 대청봉 정상 일대는 바람꽃으로 뒤덮입니다. 그리고 3월 하순부터 만날 수 있는 바람꽃속으로는 꿩의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등이 있습니다.

 

내륙에서 복수초와 큰괭이눈을 만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면 양양에선 두릅이 밥상에 오르고 온갖 나물이 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릴 정도로 동해를 접한 양양은 꽃소식도 빠릅니다. 꽃도 어쩌다 한두 송이 핀 걸 애지중지 아껴 담을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자식 많은 흥부네 가족, 주변 환경이 좋아 제법 작품이 될 만한 대상을 고르게 됩니다.

등칡꽃 영서지역에서는 찾을 수 없는 등칡이 양양에서는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묵은 넝쿨에서 가지를 내고 꽃을 잎과 피우는데 생김이 특이해 사진촬영자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꽃입니다. 최근 등칡도 꽃이 변이를 보이는 개채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청노루귀 좀 만나려면 언제 가면 돼요?”

 

“거 뭐죠? 이름이 아삼무삼한데… 칡넝쿨 같이 생긴 거에 괴상한 꽃 피는 거 있잖아요. 그거 촬영하려면 언제 가면 돼요?”

 

일찍부터 전화하는 이들마다 자신이 촬영하고 싶은 꽃이 언제 피는지 일색입니다.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 못 해도 이전에 사진으로 본 꽃을 자신도 한 번 만나고 싶다는 욕심도 이해는 됩니다. 다만 정확하게 대답하기 곤란한 노릇을 어쩐답니까. 3월 하순에 만나는 꽃이 4월 중순을 넘겨도 만나고, 5월에도 만나는 행운도 이곳에선 절대로 불가능하진 않으니 말입니다. 제가 그렇다고 제 할 일 팽개치고 그들을 위해 개화시기까지 일일이 챙기며 살 수도 없는 일입니다. 거기에 더해 제게 길안내까지 부탁하면 그야말로 난감한 노릇입니다.

 

그들에겐 일생 단 한 번 부탁이겠지만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일을 해야 되는데 누군가 하루 꼬박 시간을 내 길안내를 부탁해요. 어떤 보상도 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그래도 무조건 그 청을 들어줄 수 있을까요? 저는 들꽃을 만나는 그 시기가 1년중 가장 바쁜 계절입니다. 산나물을 채취해 그걸로 소득을 올려야 되는데, 하루 길안내를 하다보면 최소 50만 원 이상 손해를 봅니다.

 

그럼에도 방해 안 되게 하겠다며 부득불 찾아오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초장부터 그들은 이기적인 본색을 드러냅니다. 새벽에 식사를 하지 않으면 종일 굶어야 되기에 새벽(사실 그들에겐 엄청 이를 시간이지만 제게는 이미 늦은 시간)에 문을 여는 기사식당을 찾아 식사를 하면, “이 시간에 뭔 아침밥이야라 합니다. 그 정도에서 그치면 정말 좋겠는데 식당에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우린 나눠 먹을래요. 국은 하나 더 줄 수 있지요?”라 합니다. 밥값이 더 나갈까요? 반찬값이 더 나갈까요? 생선을 식사를 주문한 사람 인원수에 맞춰 내주면 사람이 다섯 명인데 왜 생선은 3개냐고 따집니다.

 

음식점은 기본적으로 11종류 식사를 주문받아야 영업이 됩니다. 4명이 식사 2인분 나눠 먹겠다는 사람들, 반찬은 4인분을 달라고 하는 의도가 뭔가요? 그들과 동행하다보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납니다. 저는 두 모금 정도만 산을 오르며 마실 물만 가지고 갑니다. 카메라에 트라이포트까지 챙기고 간식이며 생수 몇 병 넣은 가방을 지고 보조를 맞춰달라고 합니다. 더러 자신의 짐도 들어달라고까지 합니다.

 

산엘 올라도 자신들 움직임에 제가 보조를 맞춰야 되는 줄 착각하죠. 그들을 그대로 둘 수도 없기에 함께 움직이면 저는 빈손으로 산을 내려와야 되는데 저녁식사비도 여전히 아까워합니다. 딱 잘라 부탁하는데 제발 그런 생각으로는 오지 마세요.

 

그리고 또 하나, 다만 꽃을 만나겠다는 욕심은 부려도 좋으니 부탁하건대, “꽃은 자연 그대로 보기 좋은 법이요. 제발 자신만의 멋진 작품 만들겠다고 말끔하게 주변을 정리하거나 연출하는 건 삼가 주길"” 바랍니다. 묵은 잎과 줄기를 모두 뜯어내고,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까지 하는 건 도무지 생태 사진을 촬영하며 할 짓은 아니지 않은가 싶습니다. 그 묵은 잎과 줄기들이 지저분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5월에도 눈이 내리는 강원도의 산중 날씨에서는 그 식물이 꺾이지 않고 다시 일어설 든든한 버팀목이란 사실을 알아야 됩니다.

 

거기에 또 하나, 자신만 촬영하겠다는 못 된 욕심으로 촬영을 끝내면 무료로 모델 되어준 꽃을 꺾어버리는 행동은 이젠 버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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