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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이야기

산에서의 봄에 대한 정의와 자연산 산나물

by 한사정덕수 2025.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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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은 매화와 함께 복수초가 아닐까 합니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만나면 장소가 어디든지 참으로 정갈한 성품을 지닌 이가 온 마음을 다해 음식을 차려주셨구나하는 깊은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멋을 부리지 않아도 재료에 충실하며 맛의 깊이를 충분히 담아냈음을 맛보기도 전에 이미 알 수 있습니다.

 

덜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꼭 알맞은 양의 양념으로 버무려지고 조리된 음식을 흐트러짐 없이 담아냈을 때, 음식을 먹는 이는 누구랄 것 없이 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모둠이란 상차림을 썩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모둠회니, 모둠나물이니 하는 한 접시에 적게는 4~5가지의 조리된 나물이나 회를 지닌 품성에 관계없이 색깔만 존중했음이 분명한 차림입니다.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지만 한 접시에 간격도 두지 않고 모양을 꾸며낸 상차림은 자칫 기대와 다른 맛 탓에 당황할 우려가 있습니다.

▲ 입춘을 전후하여 캐는 달래는 초록의 잎은 보기 어렵지만 말간 알뿌리가 싱싱한 향을 가장 풍부하게 드러냅니다.

 

산나물이라 하더라도 차가워도 좋은 음식이 있고, 볶았을 때의 온기를 그대로 유지해 따끈할 때 더 맛이 나는 음식이 있습니다. 영양가나 맛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더라도 분명 따끈할 때 입안 가득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저느기볶음과 같은 나물요리입니다. 반면, 잠시 더운 김을 충분히 식힌 후에 더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요리도 있습니다. 이러한 음식을 산에서 채취한 나물이라 하더라도 알맞은 그릇에 담아냈을 때 보는 즐거움도 커집니다.

 

봄나물은 입춘부터 하지까지 들과 산에서 채취하는 나물로 보시면 됩니다. 입춘 무렵에는 들녘에서 달래와 냉이, 고들빼기나 씀바귀와 같은 나물을 눈이 밝아야 구할 수 있지만, 춘분을 넘기면 민들레부터 원추리와 쑥까지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절기상으로 곡우와 소만 사이에 든 25절기 중 일곱 번째 절기인 입하부터 여름이라 하지만, 이는 낮은 지역에서의 말입니다. 양력으로는 대개 56일 전후에 태양의 황경이 45°에 이르렀을 때인 입하에는 해발 1000m만 되어도 그때서야 나무가 잎을 낼 정도로 기온이 차갑습니다.

 

심지어 이때는 산나물들이 본격적으로 자라는 해발 1200m 일대는 골짜기마다 녹지 않은 눈이 낙엽 아래 여전히 단단하게 버티고 있는 시기입니다. 더구나 설악산과 같은 곳에서는 그보다 열흘 정도 지나도 여전히 얼음이 얼고, 눈발이 날립니다. 산나물은 곧잘 봄나물로 불리는데, 이처럼 해발 1200m 이상의 산을 기준으로 입춘부터 하지까지를 봄이라 하면 틀림없는 말입니다.

 

많은 이들이 샐러드를 즐기시는데, 재료들은 대부분 온실에서 재배한 새싹부터 양배추, 로메인, 치커리 상추, 방울토마토와 파프리카 같은 채소류입니다. 다양한 요리 관련 책들을 살펴보아도 자연산 나물이라고 해봐야 미나리와 돌나물 정도가 샐러드의 재료로 이용되는 수준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요리와 관련된 책을 낸 이들이 주로 그런 재료로 요리하기 때문입니다.

▲ 가끔 냉이를 데치지 않고 깨끗하게 손질 된 그대로 고추장이나 된장으로 무쳐 싱싱함을 즐기기도 합니다.

 

들에서 채취할 수 있는 샐러드 재료만도 민들레부터 살짝 데치기만 해도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는 쑥, 머위, 돌미나리, 더덕의 새순, 잔대싹, 모시대, 영아자, 초피잎, 산초잎, 시금초, 돌미나리, 돌나물, 취나물, 씀바귀까지 실로 다양합니다. 이런 들과 산의 나물들은 외래종의 허브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근사한 식물로, 우리 전통의 보약이고 보양식품입니다.

 

쌈으로 즐기시는 다양한 종류의 산나물과 무침으로 이용하는 산나물들도 모두 샐러드의 재료로 이용하면 향과 맛, 건강까지 지키는 훌륭한 요리가 됩니다. 더불어 먹을 수 있는 앵초, 초롱꽃, 민들레, 제비꽃 같은 꽃과 오디, 딸기 같은 열매까지 곁들인다면 얼마나 풍성하고 근사한 밥상을 기쁘게 차릴 수 있겠습니까.

 

이 겨울 봄동이나, 막 남녘에서 올라온 곰피(쇠미역)와 같은 재료를 데치거나 살짝 절여서 얼마간의 간을 하여 무쳐내는 무침이란 요리를 엄밀하게 정의하자면 서양의 샐러드와 동일한 요리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설을 지났으니 이제 슬며시 입맛이 먼저 들녘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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