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귀한 선물입니다. 얼었던 개여울이 풀리면 온갖 생명들이 저마다 봄을 맞으려 일어섭니다.
산이 있으면 반드시 골짜기가 형성되는데 그런 골짜기에는 어김없이 맑은 물길이 자리를 잡습니다. 높은 산에서는 물을 중심으로 자라나는 풀과 나무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종류를 달리하며 자랍니다. 때때로 산의 능선에서 불과 몇 십 보 거리에 보이는 풀 주변에서 다른 나무와 풀이 어우러져 자라는 모습을 보면, 물이 그 속에 존재해서 가능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물이 있는 곳에는 물과 잘 어울리는 풀과 나무가 자리 잡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나 모든 물이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설악산의 경우 화강암이 많아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낙엽이 쌓여 검게 삭은 곳에서는 만나는 물은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런 물은 대부분 멧돼지가 진드기를 피하기 위해 진흙 목욕을 즐길 만큼 진득하게 손에 달라붙는 떡처럼 찰진 흙이 형성한 웅덩이라 물 빠짐도 좋지 않고 물빛도 혼탁합니다.
이런 자리에서는 맑은 물을 구하기 어려워 심한 갈증을 느낄 때에는 차라리 참나물과 당귀의 여린 줄기를 꺾어 씹으며 갈증을 해소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빗물이 고여 형성된 웅덩이가 아닌 샘이라 판단되면 조금 수고를 하셔도 됩니다. 먼저 지형을 살펴 아래쪽으로 물길을 내시고 낙엽이 썩은 부엽토를 정리한 후 맑은 샘이 솟아난다면 물이 충분히 고일 수 있는 웅덩이를 만드시면 됩니다. 잠시 뒤 물이 충분히 고이면 면으로 된 스카프로 걸러 마셔도 좋습니다. 등산 중 땀을 닦기 위해서도 사용되는 스카프는 구급용으로도 유용하지만 산중에서 물을 정수하는 용도로도 훌륭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여분의 깨끗한 스카프를 챙겨 산에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리저리 스며들어 습지를 만들던 물길이 한 방향으로 모여 맑게 흐르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물을 구하는 일도, 산야초를 채취하는 방법도 모두 기본에 충실해야 가능합니다. 성품이 찬지 더운지를 구분할 줄 아시고, 날것 그대로 먹어도 되는지, 반드시 데쳐 드셔야 하는지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날것으로는 먹을 수 없어도 단순히 데치는 과정만으로 제독이 완료되는 나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물도 있으니 맑은 물을 갈아주며 12시간 이상 법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나물도 유의하셔야 됩니다.
▲ 입춘이면 양지바른 들에선 달래나 냉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봄을 기다렸던 생명이 힘차게 일어섭니다.
땅이 얼지 않았다면 한 겨울에도 산야초를 채취하실 수 있습니다. 입춘을 전후한 이른 봄에 가장 먼저 채취하는 달래와 냉이도 식별 요령과 채취 방법을 알고 계시다면 언제든 자연을 가까이 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냉이와 달래는 된장찌개나 샐러드, 전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 도토리묵을 무칠 때 냉이와 달래를 썰어 넣고 무쳐도 근사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냉이나 고추장에 버무려 장아찌로 만들거나 냉이튀김으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달래는 간장 양념장을 만들거나 된장을 끓여 밥반찬으로 드시기에 제격입니다. 이렇게 자연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겸허하게 갖추고 기본을 차근차근 익히신다면 자연에서 귀한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자연을 잘 아는 사람을 친구로 두면 언제든 건강을 선물받을 기회를 보장받습니다. 한줌의 달래와 냉이면 봄은 더 햅고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사람의 인연도 이와 같습니다. 자연의 성품을 닮은 누군가가 함께 나눌 이를 생각하며 정성을 들여 채취하고 손질해 요리를 준비하신다면, 그 정성에 고마움을 느끼는 이는 매년 같은 시기에 기억하게 됩니다. 자연과 가까이 하며 제철 산야초로 정성을 담은 밥상과 술안주로 정을 나누는 것은 더없는 행복일 것입니다. 전 그렇게 자연으로부터 얼마간의 수고로 얻은 선물 같은 푸새를 나누었을 때 고급술을 선물받기도 하지만, 자연에서 얻은 제철 산물이야말로 진정 값진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설을 지나면 언 땅도 서서히 풀립니다. 함께 나누었을 때 행복해할 누군가의 환한 미소를 그리며 다시 들로 나서기 좋은 시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풀꽃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욕심부리지 않고 봄을 만끽하는 삶! (1) | 2025.02.09 |
---|---|
전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삶 (0) | 2025.02.02 |
산에서의 봄에 대한 정의와 자연산 산나물 (2) | 2025.02.01 |
가지나물, 호박나물 그러는데 과연? (1) | 2025.01.23 |
로하스보다 더 유구한 청빈낙도의 삶 (1) | 2025.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