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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향기/시인의향기

설악 예찬1 (임동창 선생님과의 공동작업)

by 한사정덕수 2025.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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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 저 높은 산정에서 실핏줄 되어 온 산의 심장이 뛰게 피돌기를 하며 거침없이 내달리는 물결이라. 동해로 흘러 아침햇살 맞이하고 서해를 향하여 산굽이 휘감아 돌고 돌며 긴 여정 시작하니 그 너른 품도 첫 사랑에 눈 뜬 소녀처럼 때론 수줍더라. 기대가 클수록 더 큰 절망이 마중하는 세상 이치 사뭇 조심스러움이 세상의 찬탄을 받고도 남음직 하네.

 

여울 물소리

 

서로 달려온 길 뒤로 하고 손을 마주 잡으면

이리도 깊은 사랑 품었어라 서로 이미 하나일세

옥류 청류 하나 되어 꿈꾸듯 읊조리네 설악을

들꽃보다 쓸쓸한 노을빛 비껴도 별 빛 기다리니

수달래 피던 산골짝 만났던 사연

어진이 소 몰던 장단 어우러져

바람에 몸을 맡겨 절로 저절로 흥겹게

일렁일렁 춤사위 날리우니 하늘 향한 그리움

일렁일렁 춤사위 날리우니 땅을 적시는 축복이로구나

넉넉한 축복이로구나

 

새들의 노랫가락 하늘에 닿으면

새들의 노랫가락 하늘에 닿으면

천상 화원 한가득 그려지는 절창이여

바람에 몸을 맡겨 물풍금 잔잔하게

무늬를 그려내고 있을 때

육탈된 숲 가득 온기가 스미면

뿌리 깊은 석남꽃빛 설악을 깨우네

설악의 봄은 진달래와 철쭉, 만병초와 같은 석남(石枏)으로도 불리는 꽃들이 피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산을 향한 발걸음 분주해지는 봄들엔 아지랑이 가뭇하고 개여울 몸 풀어 갈겨니 모래톱 스치며 내달릴 때 어여쁘게 들녘 적시는 봄비 반기며 바위마다 그려지는 천상의 화폭이여, 숲이 일렁이며 일어서고 천화대 맴돌던 한줄기 바람 봄비 그려내는 풍경마다 호명하는 반가운 이름들 어여뻐라.

 

한계(寒溪)를 위한 노래

 

시리도록 맑은 마음에 사랑을 담으면

함초롬 젖은 안부를 물어도 되겠지

별빛을 가슴에 품고 나의 하늘에

시린 옥빛 청류를 흠뻑 찍어

눈부신 찬사의 연서라면 족할까

여백을 채워가는 절묘한 음률을

순한 마음으로 받아들고

, 바람에 맡겨

신비로움 서린 꿈을 그리겠네

 

사랑하는 마음으로만 채우게 하는

너른 품에서 꾸는 꿈은 향기로워요

옥빛 물결 가지런히 날줄을 삼고

바람을 결 고운 씨줄로 엮어

그대에게 바칠 옷을 지으면

여백을 채워가는 절묘한 음률을

순한 마음으로 받아들고

, 바람에 맡겨

신비로움 서린 꿈을 그리겠네

 

-봄이 그윽하게 깊어 가면 산은 풍성하게 살이 찌고 쏟아지는 햇살 모아 피어나는 배꽃 곱구나. 더도 덜도 말고 딱 이 자리 허락한다면 평생을 별빛 달빛을 불러 놓고, 새벽이슬 흠뻑 젖은 노래나 부르면 좋겠네.

조침령을 한껏 돌아 북암령을 거쳐 내달아 단목령에서 치켜보니 점봉이 멀지 않았구나. 점봉에 올라 이 자리 자리 잡고 눈짓으로 망대암으로 내려서며 한계령을 향하니 서북주릉 마중하고 대청이 손짓한다.

흐드러지게 핀 산철쭉 곱고, 돌배나무 미소 벙그러진 이 자리가 낙원 아니면 어디가 낙원인가.

바람이 키웠을까. 햇살이 키우고 바람이 그렸을까. 호사스런 풍경 속에 절로 읊어지니 시가 되고, 부르니 절창이구나.

 

점봉산에 배꽃 피면

 

어느 화공이 그린다면 저토록 고울까요

천상의 화공이 그리지 않고서야

오묘한 조화를 어찌 저리 그렸을까

옥빛 듬뿍 머금은 빛을 한껏 찍어

시리도록 맑은 마음으로 사랑을 그리면

저토록 마음을 흔들리게 할까요

줄이 끊긴 허공에 빼앗겨 거둘 수 없는 발길

그런 아득함 닮은 마음 되어도

옥빛 듬뿍 머금은 빛을 한껏 찍어

시리도록 맑은 마음으로 사랑을 그렸는지

저토록 마음 흔들리게 하니 어쩌나요

 

어떤 빛깔이면 저토록 오묘한 빛이 되나요

천계의 샘을 길어 색을 냈는지

여백조차 가슴 울렁이게 하는지요

옥빛 듬뿍 머금은 빛을 한껏 찍어

시리도록 맑은 마음으로 사랑을 그리면

저토록 마음을 흔들리게 할까요

줄이 끊긴 허공에 빼앗겨 거둘 수 없는 발길

그런 아득함 닮은 마음 되어도

옥빛 듬뿍 머금은 빛을 한껏 찍어

시리도록 맑은 마음으로 사랑을 그렸는지

저토록 마음 흔들리게 하니 어쩌나요

▲ 점봉산과 설악산의 끝청봉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돌배나무가 많으며 봄의 절정에서 일제히 꽃을 피운다.

 

여기 쓰는 글은 풍류피아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임동창 선생님과 함께 한 고장의 새로운 문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노랫말이 되도록 준비하며 조만간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면 악보와 음원까지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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