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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향기/시인의향기

청사의 기운을 담은 환한 편지를 받고

by 한사정덕수 202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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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앗고를 연주하는 임동창 선생님 옆에서 김주홍 노름마치 대표가 장구로 장단을 맞추고 있습니다.

 

청사의 해 을사년 대보름을 하루 남겨두고 반가운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젠 임동창 풍류학교 가족들을 만나고 다시 같은 뱀의 해를 맞이하는 때라 더 각별합니다. 푸른 뱀이 달을 향해 오르는 형태로 포장되어 있었습니다.

▲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풍류학교에서 가족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써서 보내주셨습니다.

▲ 광목을 깔끔하게 오려서 오버로크로 올이 풀리지 않게 하고 푸른 뱀 ‘靑巳’를 그렸고, 제 이름도 명찰로 달아주셨습니다.

정성껏 손편지를 썼습니다.

무대에서 공연이 끝나면 임동창 풍류학교 가족들은 함께 외칩니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흥야라!”

 

우체국에서 택배가 배송될 거라는 연락을 받고 점심시간이 지난 뒤 배송완료란 메시지가 들어와 복도로 나갔습니다. 서류

용 봉투 하나가 있더군요. <전북 완주군 소양면>은 풍류학교 주소입니다.

깨끗한 광목을 자르고 사방을 오버로크 작업을 해 올이 풀리지 않게 하고 푸른 뱀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명찰을 만들어 달아놓으셨군요. 펼치면 이렇게 아래 위로 두 개의 보름달이 되는데 여기에 편지를 썼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사 정덕수 선생님!

한사 정덕수 선생님과 귀한 인연이 시작된 지도 이렇게나 시간이 흘렀네요. 부족한 저희 타타랑에게 한결같이 응원과 사랑을 주시고, 공부하라고 현실적인 도움 또한 주셨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올해를 시작하며 저희는 임동창 선생님으로부터 특별한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는 나아졌겠지’라는 착각이 처참하게 부서졌고, 한 없이 너절한 자신의 밑바닥을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속이 시원하고 상쾌해졌습니다. ‘머리가 아니라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철저히 실천하는 것만이 남았습니다.

2025년 타타랑들은 아름다운 줄탁동시啐啄同時를 통해 알을 깨고 나오려고 합니다. 우리의 에너지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저희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주신 사랑에 작음 보답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푸른 뱀의 지혜와 풍요가 한사 정덕수 선생님의 가정에 가득하기를, 건강과 신명이 한께 하기를 마음 모아 기원합니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흥야라!

 

TaTaRang 올림

 

풍류학교엔 많은 가족들이 함께 공부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머물다 떠난 이도 있고, 새로 들어와 자리를 채운 이도 있으며 이전까지 살던 곳이나 환경만큼 나이도 저마다 다릅니다. 모두 임동창 선생님의 문하생으로 공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철원에서 매년 축제가 가을들에서 펼쳐집니다. 그곳에서는 제가 글을 쓰고 임동창 선생님께서 곡을 붙이신 <철원아리랑>이 연주됩니다.

 

많게는 1년에 3~4회도 만나지만 대체로 1~2번은 꼭 만나며 이만큼 세월이 흘렀습니다. 완주에서도 나흘을 머물며 함께 풍류학교의 생활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오색에서도 몇 번 만났고 하룻밤 마당에 앉아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속초와 철원, 전주, 강릉, 서울 참 여러 곳에서 만났고, 지리산 노고단에도 함께 올랐었습니다. 그때마다 지극한 정성으로 대하는 이들입니다.

양양의 한 마을에 작은 음악회를 갖기로 했었는데 이를 판을 키우고 싶어 하는 이가 있어서 그만두기는 했지만한 마을엔 아무런 대가도 없이 와서 어울려준다면서 정작 제대로 판을 깔겠다고 하니 왜 안 한다는 거냐기에, “마을엔 부족한데도 몇 개 악기만으로도 충분히 어울려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양군 차원의 행사에 무대에 오르는데 당연히 거기에 맞춰 많은 이들은 임동창 선생님의 피앗고도 기대하고 흥겹게 어우러지는 판을 기대하고 찾습니다. 그런데 공연의 한 부분에 게스트처럼 덜렁 올라와 노래 몇 곡 부르라 하는 건 먼 길 오가게 하는 도리는 아니라 생각합니다라고 왜 거절하게 되었는지 설명해야 했습니다.

한 개인이 아니라 임동창의 풍류학교만 움직여도 28인승 버스로 이동해야 됩니다. 거기에 바람결 오케스트라에 엔지니어링과 피앗고 조율사는 기본적으로 함께 해야 무대가 시작됩니다. 다른 분들은 거론할 필요없이 구성만 살펴봐도 아쟁의 김영길 선생, 타악을 담당하는 김동원 교수, 김대균 명인, 철현금의 류경화 교수, 타악과 소리를 담당하는 김주홍 노름마치 대표, 해금의 서은영 수석만도 모두 개인적으로도 모시기 쉽지 않은 분들입니다.

노름마치는 놀다의 놀음(노름)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한 말로, 최고의 잽이(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입니다. 이는 고수 중의 고수, 즉 매우 뛰어난 연주자를 의미합니다.

피앗고를 조율하고 담당하시는 서상종 선생님은 피앗고를 현장에서 준비하기에 반드시 공연에 함께 하셔야 임동창 선생님의 피앗고 연주로 와 어우러지는 무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됩니다.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분야와 세계만을 대단한 세계라 여기긴 합니다. 하지만 세상엔 두려울 정도로 놀라운 분들이 조용히 오늘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맨몸으로 반주를 녹음한 MR이나 스마트폰에 저장한 음원을 무대에 오르기 전 엔지니어한테 맡기고 노래 2~3곡 부르는 가수 한 사람 불러도 인지도에 따라 몇 백 만원은 기본적으로 지불해야 공연을 치르는데 임동창 풍류학교로 제가 뭉뚱그려 말한다고 그저 한 두 명 부르면 되는 줄 알면 안 될 일입니다.

섣부른 욕심으로 자칫 좋은 뜻으로 함께 하려는 배려를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모든 손실을 마다하고라도 제가 부탁을 드렸다면 딱 잘라 거절은 안 하셨으리란 사실만큼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 도리를 모르는 못난 놈 된다는 사실도 잘 알기에 조용히 이쪽에서 없던 일로 만들고 그 사실만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매년 잊지 않으시고 어엿비의 가족으로 초청을 하시고, 이렇게 해가 바뀌면 늘 먼저 인사를 하시는 임동창 풍류학교의 가족 모두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누구라도 마음을 열고 함께 하고자 한다면 좋은 이들과 정을 나누며 아름다운 추억의 페이지를 하나씩 채워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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