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포커스

지켜야 할 국토와 막아야 할 왜곡

by 한사정덕수 2025. 4. 8.
반응형

헌법 제5, 그 초석 위에 선 대한민국

 

저는 이미 글을 써서 미리 저장을 해 두었던 헌법 총강 제1장 제5조의 내용을 모두 지워버리고 다시 쓰기로 했습니다. 이전 글에서는 제51항과 2항에 충실한 내용으로만 채워졌었으나, 지금 이 시점에서 그 정도로는 현재 진행되는 윤석열의 파면 이후 전개되는 헌정질서 파괴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글로는 마땅하지 않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헌법 제5조는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 속에서 존재할 것인지와 국군의 역할, 그 태도와 원칙을 분명히 밝히는 조항입니다. 단 두 문장이지만 이 조항은 지난 70여 년간의 대한민국의 안보·외교·정치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우리 국토는 평화를 위해 존재하며, 침략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5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이 조항을 잊고 있는 듯합니다. 아니, 망각을 넘어 왜곡되고 있다는 위기감마저 듭니다.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이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끌어들여 대통령으로 만든 내란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파면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일부 세력이 이 기회를 이용해 다시금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개헌이라는 이름으로 권력 나누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개헌 그 자체는 시대적 요청일 수 있으나, 그 출발이 이기적이고 정략적인 목적이라면, 이는 곧 헌법 제5조가 말하는 국제 평화의 정신을 짓밟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특수부대가 국회를 점거하려 했고 경찰은 국회 주변을 통제하며 사실상 입법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행위를 감행했습니다. 이는 명백히 헌법이 정한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는 반헌정적 시도였고, 내란에 준하는 중대한 사태였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은 이를 두고 “잠시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발동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며, 마치 일시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듯한 태도로 상황을 축소하고 왜곡했습니다. 이는 헌정질서를 전면적으로 파괴하려 한 내란 기도의 정점에 선 자가 내뱉은 천연덕스러운 언사이자, 자신을 면책하려는 정치적 언술입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고, 입법기관의 권한을 군과 경찰로 억압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잠시’라는 단어 하나로 덮으려는 이 무책임한 표현은, 그가 스스로 헌정파괴의 수괴였음을 자인한 말이기도 합니다. 이 날 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가장 어두운 시험대에 올랐던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파면된 지 이제 나흘째일 뿐입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따라 판단했고, 국민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벌써부터 술렁입니다. 파면을 기회로 권력의 재편을 꿈꾸는 무리들, “개헌이라는 두 글자에 일제히 뛰어듭니다. 언론은 찬물을 퍼올리고, 퇴물들은 원탁에 모여 앉습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파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남동 대통령 공관에 머물며 사실상의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당사자가 공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권력의 잔영 속에 남아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기괴한 상황에, 나경원과 권영세 같은 자들이 그를 찾아가며 마치 여전히 정치적 구심인 양 대우하고 있는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내란세력의 정리가 채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정치권 일각에서 개헌 논의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헌법을 파괴한 자들이 청산되지 않은 채 헌법을 고치자 말하는 것은 모순을 넘어 기만입니다. 내란의 잔당이 건재한 상태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새로운 헌정체제를 말살 위기에 방치한 채 껍데기만 바꾸자는 꾀에 불과합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개헌이 아니라, 헌정을 유린한 세력을 단호히 정리하고 다시는 그런 권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제도를 단단히 지키는 일입니다. 개헌은 청산 이후의 과제이지, 타협의 수단이 되어선 안 됩니다.

 

더구나 헌법을 유린한 내란의 중심에서 침묵하거나 조력했던 국민의힘이 이제 와 개헌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뻔뻔함을 넘어 위험한 야심의 발로입니다. 헌정을 파괴한 세력이 헌법 개정의 논의에 참여한다는 것은 도둑이 다시 금고 열쇠를 쥐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은 윤석열의 계엄 시도와 국회 봉쇄를 사실상 방조하거나 적극 지지했던 세력이며, 지금껏 누구도 그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조차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 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섣부른 개헌논의를 시작하자는 기자회견에 반색하며, 개헌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의 구조와 정신을 다시 손보겠다고 나서는 것은 공화국의 토대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재구성하겠다는 내란의 연장일 뿐입니다. 이들은 개헌의 주체가 아니라 우선적으로 단죄되어야 할 대상입니다. 책임 없는 개헌 논의는 민주주의의 또 다른 파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개헌이란 말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이 어째서 이렇게 불편하게 들리는 걸까요. 우리는 아직 탄핵 이후의 과제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정치검찰로 나선 검찰의 재편, 내란 주범의 단죄, 윤석열의 잔당 색출과 처벌과 같은 이 모든 과제는 겨우 빗장을 벗겼을 뿐입니다.

87년의 헌법, 그 체제는 국민의 함성에서 나왔습니다. 거리에서, 광장에서 우리들이 최루탄과 백골단의 곤봉과 맨 손으로 맞서 싸우며 피와 눈물로 쟁취했습니다. 그 헌법으로 우리는 대통령을 파면시켰고, 그 헌법으로 민주주의의 불씨를 지켰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그 헌법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자들은 누구입니까. 헌법이 문제가 아니라, 헌법을 지키지 않은 자들이 문제입니다.

정치인들끼리 밀실에 모여 권력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습니다. 권력을 나누고 돌려먹는 시대가 다시 오려는 것입니까. 국민은 또다시 국난극복이라는 이름 아래 거리로 나서야 합니까. 우리는 겨우 숨을 돌리려는 참입니다.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도 못했습니다.

개헌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천천히, 조용히, 차분히 시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그 주체는 국민이어야 합니다. 국민 없는 개헌은 단지 권력 게임일 뿐입니다. 개헌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건 헌법의 복원입니다. 법 위에 군림하려 했던 자들, 헌법을 희롱하며 농단한 자들을 반드시 심판하는 일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일상은 내란을 극복하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피로감은 가중되고, 생업은 흔들립니다. 정치는 책임이 아니라 기회로 생각하는 이들에 의해, 또다시 개헌 블랙홀에 빠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국민은 지금 원하는 것이 단 하나뿐입니다. “헌법을 지켜라.”

그 오래된 약속을 지켜내지 못한 자들이, 감히 헌법을 고치겠다고 나서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모독입니다. 이제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한 걸음씩 일상으로 돌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이제는 조용히 법에 따라 민주공화국의 이름으로.

국제평화란 단지 외국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부의 정치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외부의 전쟁보다 더 심각한 내부의 전쟁, 법을 무시하고 권력을 탐하는 자들의 탐욕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평화를 깨뜨리는 침략입니다.

또한 헌법 제5조는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이는 단지 국군의 존재 이유를 규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권력도 군대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절대 원칙을 천명한 조항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몇 년간, 권력자들이 군을 정치의 도구로 활용하려 했던 전례를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군 내부의 사찰, 특정 정치세력을 향한 충성 강요, 민간인을 향한 위협적 언동이 모든 것은 헌법이 엄중히 금지한 사항입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지는 순간, 민주주의는 가장 깊은 뿌리부터 흔들립니다.

지금 이 순간, 검찰총장 심우정과 법무부 차관 김석우는 그 직분에 맞는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란 주범 세력을 비호하며 정치적 계산에 따라 국민을 외면하고 있는 그들은, 오히려 법을 무시하는 범죄의 방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법무부 차관은 지금 즉시 내란동조 정당인 국민의힘을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해야 하며, 검찰총장 또한 관련 수사와 기소에 즉각 착수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위에 권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 위에 그 누구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주장합니다. 헌법 총강 제1장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말입니다.

 

헌법 총강 제1(1~9)의 핵심 내용들을 훼손하거나, 왜곡된 해석으로 국민과 국가를 분열시키는 자들에 대해 헌법 총강 제1장 부칙을 신설하여 반드시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

헌법 총강 제1장 부칙 제1(헌법정신 파괴 행위에 대한 국민적 고발 권리)

대한민국 국민은 본 헌법 제1장에 명시된 총강 조항의 문언과 정신을 명백히 왜곡·파괴하여 국가 공동체의 통합을 저해하거나 분열을 조장한 자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없더라도 그 책임을 국민의 이름으로 고발할 수 있으며, 국가는 이 고발을 공식 접수하여 진상조사와 책임 규명에 착수해야 한다.

헌법 총강 제1장 부칙 제2(헌정질서 파괴행위에 대한 공직 박탈과 정치참여 금지)

본 헌법 제1장에 반하는 행위를 반복하거나 선동한 자는 헌법에 의해 보호되는 기본권의 범주에서 최소한의 공직자격 및 정치참여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세부 절차는 헌법재판소와 국회가 마련한다.

헌법 총강 제1장 부칙 제3(내란동조자 및 국가전복 기도자에 대한 대통령 후보 자격 영구 박탈)

내란 사범 혹은 내란 기도, 국가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한 자들과 이에 동조한 자, 이를 은폐·비호·조장한 자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비롯한 어떠한 공직 후보로도 등록할 수 없으며, 국민은 이들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정치활동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가 신속히 심리하고 결정한다.

 

이 내용만을 63일의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개정헌법으로 국민투표를 진행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적극 찬성합니다.

우리는 평화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침묵할 수 없습니다. 외부의 전쟁을 반대하며, 내부의 침략적 권력욕에도 단호히 맞서야 합니다. 헌법 제5조는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평화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권력을 위한 침묵을 선택하고 있는가.

국가는 단지 외교의 주체가 아니라, 평화의 주체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전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헌법을 무너뜨리려는 자들과의 싸움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헌법 제5조가 오늘 우리에게 맡긴 책임이며 사명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