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평등의 땅에’를 작곡한 민중가요 작곡가 겸 컴퓨터 프로그래머 류형수(전 셀인셀즈 기술이사)의 소식을 정연순 변호사(전 민변 사무총장)의 글을 통해 확인합니다.
누군가에 대한 글을 쓴다는 건 솔직히 두려운 일입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2020년 봄까지 쓰고 안 쓴 동기도, 블로그를 운영하다 잊은 듯 살다 블로그가 아예 사라지는 걸 모른 동기도 모두 사람에 대한 내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글로 시작되었습니다.
인터뷰를 한 경우나, 또는 어떤 특정인이 관련된 글을 썼을 때 그의 입장에서 기사나 글을 고쳐달라고 하는 일이 있더군요. 뭔가 좀 더 자신을 근사하게 보이도록 욕심을 부리는 모습인데 솔직히 그런 부탁이라면 아예 비용을 지불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춘 글을 써달라고 부탁해야 맞는 거 아닌가요.
그런 까닭에 그런 이들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글쓰기를 접었었습니다. 최근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고, 오마이뉴스에도 다시 기사를 보내며 한 음악가에 대해 글 하나를 쓰려고 자료들을 준비하던 중에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오늘 정연순 변호사님의 글을 통해 만났습니다.
▲ 2023년 겨울 바다(낙산 남대천 하구 합수지점)에서 윤선애 가수의 ‘낭만 아줌마’를 들었습니다.
「같은 해 대학에 들어와 같은 시절, 그 바람을 맞으며 시대를 부대끼며 살아온 이의 부고를 며칠 전 듣고, 오늘은 그의 노래를 들으며 보낸다.
내 20대의 서정에 깊게 새겨진, '저 평등의 땅에'. 노동의 존엄을, 뭇 생명의 연약함 속에 비추어 평등이라는 말로 노래로 담을 줄 알았던 그대, 이 땅의 낮은 이들을, 고단한 숨결을 늘 잊지 않았던 그대, 부디 편히 가시라. 삼가 고 류형수의 명복을 빕니다.」
일반적인 민중가요가 아닌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민중가요를 대하는 그의 곡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하기에 짬짬이 그의 이름으로 된 노래들을 찾아 들으며 글을 쓰던 중에 정연순 변호사님의 글에 당황했습니다. ‘좀 더 부지런을 떨어 일찍 그를 썼어야 했는데…’하는 아쉬움에 그에 대해 찾은 자료들을 살펴봅니다.
1967년 9월 1일 대구에서 태어난 류형수 작곡가는 대구 덕원고를 졸업하고 1985년 서울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와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 노래패 ‘새벽’에서 활동한 흔적을 찾았었습니다.
그랬던 그는 서울대에서 제적된 후 한양대 작곡과로 다시 들어가 본격적으로 음악인의 삶을 시작하게 된 듯합니다. 사회에 나와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게임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들기도 했기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그의 직업을 적어두었었습니다.
류형수란 사람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가 작사 작곡한 걸로 알려진 곡을 윤선애란 가수의 유튜브 채널(https://url.kr/g15ruo)을 통해서 듣고 참으로 잔잔하면서도 많은 이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평등의 땅에’, ‘너를 위하여’, ‘선언 1·2’, ‘철의 기지’ 등은 행진곡풍의 기존 ‘운동권 가요’와 달리 클래식 기법을 따르며 신시사이저 등을 이용해 변주를 시도하였더군요.. 1988년 6·10 민주화 항쟁 1주기를 맞아 ‘새벽’이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개최한 공연 ‘저 평등의 땅에’를 주도했었고, 1989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2집에 참여하기도 했답니다. 당시 가수 권진원이 불렀던 ‘저 평등의 땅에’가 그가 작곡한 곡입니다.
최근에는 가수 윤선애가 부른 ‘낭만아줌마’(2017)를 만들어 종종 듣게 되었는데,, 2020년부터는 유튜브 채널 ‘류형수 텔레비전(https://www.youtube.com/@hsryoo)’를 통해 자작곡을 발표한다는 걸 막 찾아내고 기쁜 맘에 구독도 했습니다. 2023년 6월에는 공연과 음반 ‘하루’를 통해 자신의 곡을 발표했더군요.
이제 고인이 되신 류형수 작곡가가 작곡한 '낭만 아줌마'의 일부 가사를 덧붙이면서, 그의 음악적 감성과 열정을 되새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흐린 날 가만히 쳐다보다 공연히 울다 웃다
밤새워 맥주 한 잔에 이야기를 나눌 만큼
아직도 어린 마음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
안 되는 걸까 이상한 걸까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산다는 건
누구는 이제 젊음은 지나갔고
세월의 깊이만큼 고개 숙이라 하는데
누구는 또 열정은 지나갔고
이젠 현실만을 바라보라 하는데
삼가 고 류형수 작곡가의 명복을 빕니다.
'사람사는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찰의 입김이 작용된 조국 인사청문회 4 (2) | 2025.02.08 |
---|---|
검찰의 입김이 작용된 조국 인사청문회 3 (1) | 2025.02.06 |
과거의 오늘로 기록된 2월 5일 (2) | 2025.02.05 |
검찰의 입김이 작용된 조국 인사청문회 2 (1) | 2025.02.02 |
전통을 이어 광장에 깃발을 들고 나서니 (1) | 2025.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