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사는정

전통을 이어 광장에 깃발을 들고 나서니

by 한사정덕수 2025. 2. 2.
반응형

▲ 고창에서 사는 여현수 선생이 “ 김두경 선생님께서 써주신 글씨로 '국민이 주인이다깃발을 만들었”음을 밝힌 용기龍旗를 펄럭이며 깃발행진에 나섰습니다. ⓒ 안상수

 

202521, 설을 지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을사년 청사의 해가 시작되고 첫 주말입니다. ‘광화문미술행동에서 진행하는 깃발행진-시각의 아우성은 이제 5회차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펼쳐졌습니다. 지난 번 <나이 든 미술인들이 깃발 든 배경>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광화문미술행동 깃발행진 -시각의 아우성', 참 근사합니다. 이 '시각의 아우성'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5에 있는 미술관 나무화랑의 김진하 관장이 "‘깃발 부대'라는 용어보다는 '깃발 행진'으로 표기해 주세요. '부대'라고 하는 군사용어를 가능하면 쓰지 않으려고요"라는 요청에 의해 정해졌습니다.

 

지난 11일 광화문광장과 안국동에 이르는 길에서 바람에 힘차게 휘날리는 깃발, 말 그대로 펄럭이는 소리들이 엄청난 함성으로 들리는 듯합니다. 깃발의 아우성이지요. 저도 광화문미술행동 구성원이지만 최근엔 함께 거리에 서지는 못했습니다.』

▲ 고창에서 사는 여현수 선생이 “김두경 선생님께서 써주신 글씨로 '국민이 주인이다깃발을 만들었”음을 밝힌 용기龍旗를 펄럭이며 깃발행진에 나섰습니다. 광화문미술행동의 깃발도 어우러져 장관을 이룹니다. ⓒ 안상수

 

깃발, 비장감이 느껴지는 단어입니다. 깃발은 일반적으로 천이나 가죽으로 만들어 사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점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종이와 플라스틱 등으로 만들어진 판에 특정 상징이나 문양을 그려 넣거나 글씨를 써 사용하기에 이릅니다. 최근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어 베너광고물, 간판, 광고판, 안내판, 배너, 홍보판도 깃발에서 원형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깃발이라 함은 역시 깃대에 매달려 흔들리거나 게양될 수 있어야 되겠습니다. 따라서 깃발은 주로 다음과 같은 목적을 위해 사용된다고 보아야 되겠습니다:

 

상징 : 깃발은 국가, 단체, 조직, 행사 등을 상징합니다. 국기, 군기, 회사 깃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신호 : 깃발은 신호를 전달하는 데 사용됩니다. 예를 들면 예전 군사작전에서는 장수가 공격과 후퇴를 깃발을 움직여 신호를 주었으며, 해상에서는 깃발로 의사소통을 하고 경기장에서는 심판이 깃발로 규칙 위반을 알립니다.

장식 : 깃발은 축제나 행사 등에서 장식용으로 널리 사용됩니다. 축제 깃발, 행사 깃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문화 : 깃발은 특정 문화나 전통을 나타내는 데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민속놀이와 굿 등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깃발이 있습니다.

 

깃발은 각 문화권에서 다양한 형태와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 상징성과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여겼을 거라 보입니다. 깃발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역사의 무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고 봅니다. ‘광화문미술행동또한 이러한 판단에서 내란수괴 윤석열로 촉발된 비상행동에 깃발행진-시각의 아우성을 기치로 내걸고 시민과 함께 참여합니다.

 

따라서 광장에 나부끼는 깃발의 행진을 통해 한국 전통민속과 의례에 깊이 뿌리내린 기 관련 문화가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전승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역사적으로 궁궐과 군사 문화에도 기가 많지만, 민간의 거의 모든 마을에는 그 공동체를 상징하는 기가 존재하였습니다. 농기, 용기, 두레기, 영기, 천왕기, 서낭기가 그것입니다. 거대한 기는 마을 마당에 세워두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풍물패, 굿패와 함께 직접 들고 다니며 당산제, 당산굿, 문굿, 길굿, 지신밟기, 마당밟이에서 선두를 이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광화문미술행동의 주축 구성원은 아니었지만 가장 커다란 기를 펄럭이며 광장을 누비는 여현수라는 이가 있습니다. 2017년 봄에 처음 만났는데 잠시 그에게 그가 든 깃발에 대해 얘기를 나눴었습니다. 그가 드는 깃발은 용기라 했습니다. 용맹한 군사들의 사기를 이르는 용기勇氣도 되겠지만 용기龍旗가 맞는 말이겠다 생각하며 질문을 했었습니다. 龍旗는 왕의 행차를 알리는데 사용되던 커다란 깃발로 붉은 바탕에 곰과 호랑이를 그려 넣었습니다.

 

“여현수 선생님 이 용기는 저는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절말 굉장하군요. 저라면 들고 서있기도 힘들겠는데 저와 체격도 별로 차이도 안 나 보이시는 분이 어떻게 그렇게 큰 깃발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지요?”

 

“처음엔 사실 드는 것부터 연습을 해야 됩니다. 그리고 오랜 훈련과정을 거치면 용기와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 또 하나 궁금한 부분은 이 깃발은 장식이나 줄, 이런 다양한 장치들이 늘 같이 사용되는지요? 그리고 그 이름들은 어떻게 되나요?”

 

“용기는 필수적인 구성물이 몇 가지 있습니다. 대나무 깃대를 사용하고, 천으로 된 깃발(기폭), 기를 조종하는 기끈, 허리에 묶어 기를 받쳐주는 기받이, 꼭대기에 장식하는 꿩장목과 방울 등입니다. 그리고 용기놀이 중 퍼올리기 기술 훈련 기를 대상으로 하거나 놀리는 기고사, 기세배, 기접놀이, 깃절놀이, 기싸움, 기놀이 등 다양한 기문화도 면면히 전승되어 왔습니다.”

▲ 고창에서 사는 여현수 선생을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2017년 3월 25일 광화문광장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세월호에 대한 기다림의 간절함을 표현한 용기를 만났습니다. ⓒ 정덕수

 

그제서야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현수 선생이 기의 맨 꼭대기, 그러니까 꿩의 깃털(꿩장목) 바로 아래에서 한 발 가량 아래 깃대를 조종하기 알맞은 위치에 묶어 한 손에 움켜쥐고 기를 움직일 때 조종을 하는 듯한 줄을 기끈이라 표현하는 건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기끈이라 하기보다 깃줄이라 해야 맞지 싶었거든요. 끈이라 함은 가느다란 묶음용 줄을 이르는 끈이고, 줄이라 함은 보다 굵고 튼튼하여 돛을 조정하거나 고대의 전투에서 투석기와 같은 무기를 가동시킬 정도의 강력한 힘을 전달하는 장치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때 만난 여현수 선생의 용기는 광화문미술행동의 깃발행진에서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말 반갑더군요. 이번에도 참여하시나 싶어서 여 선생의 SNS 계정을 찾았습니다. 거기에 비장한 출정문이 있었습니다.

 

내 인생 통틀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김두경 선생님께서 써주신 글씨로 '국민이 주인이다' 깃발 만들어서 촛불집회에 함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많은 촛불 시민들에게 힘이 되었고, 덕분에 많은 촛불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공연자로서 함께 싸우고 있는 동지로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내일도 올라가야하니 얼릉 자자‘

 

직업을 묻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지켜보며 전라북도 고창에서 다양한 일을 하며 지내시는 듯했습니다. 때때로 소고도 만드시고요. 이렇게 추운 겨울엔 정말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이들이 예술인들입니다. 여현수 선생도 예외는 아닌 듯 싶습니다. 그런 여 선생이 그 큰 기와 깃대까지 고창에서 서울을 왕복하며 참여하려면 여간한 작심 아니곤 어려운 일입니다.

 

저도 광화문미술행동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지난해 2번에 거쳐 지갑과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많은 돈도 잃어버린 상황이라 오가는 경비부터 난감해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조금 어렵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라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여 선생의 참여는 정말 대단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 진정한 용기龍旗도 ‘광화문미술행동 깃발행진-시각의 아우성’에 펄럭이며 깃발행진에 나섰습니다. ⓒ 안상수

 

광화문미술행동 깃발행진-시각의 아우성은 이러한 전통 기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예술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로 승화시켰습니다.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은 마치 전통과 현대가 하나로 어우러진 장관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깃발의 물결 속에서 느껴지는 힘과 비장감은 많은 분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리라 봅니다.

 

이 행사는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깃발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역사의 무게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