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를 여태명 서화가께서 2018년 8월에 작품으로 하셨습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구속 상태로 기소되었다는 소식에 밤을 새도 지치지 않습니다. 오늘은 조금 흐트러져도 무방하겠다 싶어서 제 속마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겠습니다.
그동안 쭉 윤석열의 내란사태와 관련해 진행되는 과정을 TV를 켜놓은 채로 지켜보며 공수처와 경찰의 합동작전으로 구속되던 날 다음으로 아주 기분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법원이 검찰이 청구한 윤석열에 대한 두 번의 구속 연장 신청을 기각할 때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엔 걱정하는 분들의 이야기로 넘치더군요. 그때 조금 시각을 달리해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판사의 입장이라면 이때 ‘검찰이 청구한 윤석열에 대한 구속 연장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로 말입니다. 열흘 정도 기본적으로 법원은 별다른 이유가 없다면 구속연장에 대한 법원의 영장을 발부해줍니다. 하지만 상황이 전혀 다르기에 영장전담 판사는 충분히 고민을 하게 되겠지요.
영장을 발부하면 공수처를 엿 먹이는 일이겠다는 생각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고위공직자수사처도 검사들로 이루어진 기관입니다. 이 기관, 공수처는 그동안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뭉그적거리는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수사를 하려고 도입한 제도로 만들어졌습니다. 여하한 범죄라도 고위공직자들이 저질렀다고 국민들이 확신할 때도 검찰은 그냥저냥 세월만 보내다가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정도로 덮기 일쑤였기에 말입니다. 정말 가난한 노인이 배가 고파 아주 작은 절도죄를 저질러도 추상같이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검찰이지만 고위직이나 재벌들에겐 참으로 관대합니다.
더구나 경호처 김성훈 차장에 대해 앞서 경찰은 지난 18일 서울서부지검에 내란수괴 윤석열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만 범죄 사실에 담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반려했던 전력이 있었습니다. 이런 검찰을 믿고 윤석열을 불러 조사를 하라고 구속영장을 연장시켜 줘봐야 우물쭈물 하다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기소는 고사하고 석방시켜버릴 수 있다는 판단도 충분히 내렸겠지요. 또한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사에 임했던 이광우 전 경호처장도 석방한 상태에서 윤석열이라고 기소를 하겠느냐는 판단 절대로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로써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은 이첩을 받더라도 재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법원은 초기에 싹을 잘랐습니다. 너흰 그냥 기소권과 공소유지권만 갖고 있으라는 얘기가 되지요. 26일 대검찰청은 오전 10시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송부한 윤석열 내란수괴 혐의죄 사건의 처리 방안과 관련해 대검에서 심우정 총장 주재하에 대검 차장 및 부장, 전국 고·지검장이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한다고 뉴스에서 종일 시끄러웠습니다. 그들이라면 사실 윤석열을 자신들의 동지였고 선내님이니 석방하고 싶지만,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될까 두려웠을 뿐입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잠시 쉬다 시선을 소리를 줄여놓은 TV로 돌렸는데 속보가 떴습니다. 어둠이 내리고 밤이 깊어가던 그 순간, TV 속보에서 들려온 소식은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희망의 빛과 같았습니다. “검찰, 헌정사 초유 윤 대통령 구속 기소‥내란 우두머리 혐의 –MBC”라는 자막이 화면에 떠오르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 2024년 여름 수술을 하신 직후 병실에서도 작품활동을 하셨던 여태명 서화가님이십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법의 정의가 실현되고,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순간을 목도하며,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구속 기소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새벽까지 3편의 글을 작성하며 그중에 가장 먼저 새벽 4시 21분에 등록한 <내란수괴 윤석열 기소, 재판정에는?> 내용에 이미지로 여태명 선생님의 작품을 넣고 『▲ 최동현 선생의 시라 밝히신 <똑바로 살자>를 담은 여태명 서화가님의 작품으로 이번 윤석열의 기소를 설날 선물로 받은 국민들에겐 이 작품만큼이나 참 기쁜 일이 되겠군요. 제 판단으로는 이 글을 쓰는 시간이 1월 27일 새벽 4시이니 이 시간 정도면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계시겠다 싶습니다. 기소를, 형사사건을 재판으로 넘기는 起訴가 아닌 즐거워 웃는 모습의 기소‘嗜笑’ 면 어떨까 싶습니다. 낮 시간이 기다려집니다.』라 사진설명에 적었습니다.
그리고 7시 50분이 넘었을 때 여태명 선생님께서 글 하나를 올리셨기에 말씀을 드렸습니다. 바로 위의 내용을 일부 옮겨서 말이지요. 다시 다른 글을 마저 쓰고 있을 때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그 메시지는 막 “起訴 - 嗜笑로 바꾸어 작품을 함”이라 적으시고 <늙은 노인이 대나무밭에서 즐겁게 좋아하고 웃지요 이천이십오년일월이십육일 윤석열 구속기소기념작품 새밝 여태명작>이라 제호를 적으셨더군요.
▲ 기소( 起訴)가 아닌 기소(嗜笑)로 한자를 바꾸어 즐거워 웃는 우리들의 마음을 표현한 여태명 서화가님의 작품입니다.
문득 2017년 3월 16일,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낮게 구름이 깔린 그곳에서 치러진 광화문캠핑촌 해단식이 떠오릅니다. 그 날 낭독했던 시 <촛불 바다를 지킨 넉 달 반>은 세상의 부조리와 맞서 싸웠던 뜨거운 피의 함성들, 그들의 도움으로 바로 직전에 쓰게 되었다 생각하며 낭독했습니다. 불쌈꾼으로 불리시는 노년의 백기완 선생님께서 함께 하신 자리였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의 모습은 참 많이 닮아 있을까요? 거리에서 극렬하게 대치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내뱉던 사람들, 촛불 한 자락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내던졌던 그 모습들은 다시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촛불 바다를 지킨 넉 달 반
은행잎 아직 푸르던 광화문광장에 섰을 때
매서운 바람 스멀거리며 옷섶을 헤집고
그들은 천연덕스러운 입을 놀렸다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그 말이, 은행잎 춤추는 광장에 붙박이로 머물 맘 다지게 했다
겨울비 하염없이 퍼붓는 밤이나
눈보라 휘몰아 광장을 삼킬 듯 북풍 으르렁 거리는 시간
단호하게 촛불은 절대로 꺼지지 않음을 확인시키며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목소리들이
성난 물결로 “박근혜를 탄핵하라”로 옮겨갔다
그리고 석 달
2016년을 보내는 의식에 참여도 마다하고
새해를 맞는 기쁨 미뤄두고
설날 차례상 광장에 차리며
뼈 시린 한기를 온몸으로 버티어 맞이하는 아침엔
언제나 버석거리는 성에들로 몸을 가누기 힘들었지만
광장엔 비장한 기다림의 날들이 눈보라 속에 지났다
박종철의 목숨과 맞바꾸며
30년 전 6월의 함성으로 만들어낸 성과물인 헌법재판소가
국가와 판사들이 국민을 위해 탄생시키지 않았음을 알기에
중학생이라면 알 수 있는 성문법을 무시하고
관습법을 들먹이던 모습을 선연히 떠올렸기에
절차는 불법이지만 효력은 있다는 억지를 부려
남의 돈을 훔쳐도 소유권은 인정된다
대리시험을 쳐도 성적은 인정된다는 조소를 받던 헌법재판소였기에
8인 만장일치로 내린 주문은 환호 받을 만은 하다
분명한 것은 “주문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8인 재판관 만장일치가 그들 스스로 당연히 그렇다 인정해서가 아닌
20회란 최장 기간 타올랐던 1600만 촛불에 저지되었음을
바람이 불어도 절대로 꺼지지 말아야 할 까닭은
무참한 법치를 내세워 저들이 버텨온 4년은 언제고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우리의 자유를 억압할 수단이 되기에
두 눈 부릅뜨고 광장의 어둠을 밝혀야 한다
우리는 이 광장의 주인이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이다.
2017. 3. 16 광화문광장 차일마을
시 시는 해단식을 치르기 전 떠날 것인지 남아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며 혼자 종로 광장시장의 육회골목에서 천엽을 시켜 소주를 마실 때 신유아 활동가가 “선생님 해단식에서 선생님이 시 한 편 낭독해 주세요. 준비 가능하시죠”라 했습니다. 그 시간 스마트폰에 적고 있던 글이 바로 이 <촛불 바다를 지킨 넉 달 반>입니다. 그때로부터 제법 많은 시간을 흘렀지만 우리 모두 54일간 뜬 눈으로 지냈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만 바뀌었지 세상은 여전하다 싶군요.
▲ “늘 푸른 솔처럼 한 번 놓인 바위처럼 떠오르는 태양처럼”이란 화제를 붙인 조선후기 古纸에 먹 담채 를 사용한 <떠오르는 태양처럼>을 제목을 붙이신 여태명 서화가님의 1월 27일자 작품입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믿고,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정의와 공정이 살아 숨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오늘의 이 순간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걸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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