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야의 계절 누나부트의 아침이라는데 종일 해는 이런 모양으로 옆으로 이동하다 사라진다고 합니다. ⓒ Soojin Lee
북극에 통신원을 두지는 않았지만 매일같이 캐나다의 북극지방에 사는 분을 통해 생생하게 그곳 소식을 만납니다. ‘캐나다 북극 누나붓 일상’으로 소식을 전하는 이수진(Soojin Lee)님 덕분입니다.
처음 이 분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여자라 누나라고 주장하실 정도로 연세가 많은 분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차츰 누나붓이 누나가 쓰는 이야기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의 지명인 누나부트를 누나붓으로 적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누나의 붓이 아니라 누나부트에 사시는 이수진님의 사진으로 캐나다 북쪽 지역의 일상을 소개합니다.
요즘은 해가 이수진님이 사시는 마을까지는 비치지 않는다 합니다. 사진으로 높은 산에만 햇살이 비치는 걸 볼 수 있는데 사람이 거주하는 마을에서는 해는 못 보고 그저 하늘에 붉게 빛나는 정도로 해가 떴다는 걸 알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마찬가지로 태양은 모습도 못 보고 날이 저물고 밤이 되고, 다시 아침을 맞이하며 이 시기를 보낸다는 얘기입니다.
이수진님의 1월 마지막 날 일상의 기록을 보겠습니다.
1월 마지막 날. 욕 나오게 추웠는데 눈에 보이는 풍경은 눈이 시리게 눈부셨다. 이제부터는 영하 35도 평균 기온. 체감 영하 45도 ±. 공기가 얼음이다. 이누잇 어르신들 왈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겨울에 해가 뜨면 엄청나게 추워지고 안개가 끼는데 이 안개는 땅속에서 뽑아 올린 찬 기운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어마무시 춥다” 그동안 영하 30도의 기온에도 추위를 덜 느낀 것은 건조함 때문이었는데, 땅속의 습기가 올라오니 찬 기운이 순식간에 뼛속까지 도달한다. 살갗의 추위는 못 느끼는데 관절들이 콕콕… 그리고 한참 지나서 살갗이 따끔거린다.
다들 오늘 아침에는 추위가 다르다고 말한다. 관절통 엄청 심하다. 페이스북 유튜브 포스팅이 늦어지는 이유가 손가락 관절통 땜에 더하다. 그 시간에 운동을 해야 통증을 줄일 수 있기 때문. 그래도 도시로 가기는 싫다.
올해 안에 북극으로 이사를 생각 중. 스키도 꼭 달려봐야지. 허스키도 한 마리 키우고. 신난다.~
▲ 극야의 계절 누나부트의 풍경은 냉동고를 그대로 옮긴 듯합니다. ⓒ Soojin Lee
극한 적으로 추울 경우엔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10도 이상, 많게는 20도 이상도 더 차이가 나게 느껴집니다. 이런 경우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열량의 음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할까 궁금하더군요. 그 부분은 다음에 따로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밤이 시작되던 2014년 11월 29일의 일상을 기록한 걸 옮겨봅니다.
극야(24시간 밤)이 되면 잠을 실컷 잘 수 있을 줄 알았다. 많은 시간을 어찌 보낼까하는 걱정을 혼자 했었다. 쓸데없는 걱정. 잠을 거의 못 잔다. 시간은 전혀 없다. 개피곤이다. 정신이 반쯤 나가서 뭘 하기가 힘들다. 일처리도 당연 엄청 느려져서 시간은 시간대로 모자란다. 낮 시간에 햇빛을 받아야 몸에서 멜라토닌 호르몬이 생성돼 숙면을 할 수 있는데 빛을 못 보니 수면호르몬이 안 생긴다. 여기서 태어나 살아온 이누잇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 특히 사냥을 더 이상 못 하는 사람들은 더 한 듯. 자다 말다 밤을 완전 꼴딱 세우고 아침에서야 잠 들어 오후 늦게 일어나지만 피곤이 가시질 않는다고. 집안에서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들 뜨개질, 장갑, 옷 만들기 등 뭔가 나름 부지런히는 움직이지만 몸이 피곤해져서 숙면을 할 만큼의 움직임에는 못 미치니 잠을 더 못자는 듯. 사냥꾼들은 아침 일찍 나가서 오후 늦게 들어오니 일상이 크게 나쁘진 않은 듯하다. 나는 매일 저녁 운동을 하지만 여전히 밤새 몇 번을 깬다. 한번 눈감으면 아침이던 사람인데……. 비타민 D를 두 배로 올려서 먹어도 턱도 없다. 그나마 실낱같은 빛도 완전히 사라지는 12월은 북극의 정신력 테스트 기간!
▲ 극야의 계절 누나부트에서 차는 시동이나 제대로 걸릴가 싶습니다. ⓒ Soojin Lee
그곳이 도대체 어떤 마을이기에 점점 궁금증이 커지더군요. 캐나다 하면 올림픽을 개최해 알게 된 몬트리올과 2001년 철도청에 근무하다 갑작스럽게 캐나다로 이민을 가신 클레식칼럼을 쓰시는 윤세욱 선생님을 통해 밴쿠버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류현진 선수가 활동하며 토론토란 도시 정도까지는 알았지만, 누나부트는 어디 붙은 마을이야 싶더군요. 그래서 ‘누나부트’를 지도찾기로 검색했습니다.
입이 떡 벌어집니다. 일상적으로 알던 캐나다만 한 땅덩어리가 그린란드 옆에 같이 나란히 경계선을 표시하고 나타났으니…. 그저 어느 작은 한 마을 정도로 생각했던 이 촌놈의 생각을 무참하게 깨뜨리더군요. 이제까지 ‘이누이트’로 불리는 이들이 사는 곳은 그린란드인 줄 알았습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싶더군요.
▲ 누나부트가 어디 붙은 마을인가 싶어 검색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마을이 아니라 유럽을 그대로 옮겨 덮어도 다 못 가릴 정도의 규모였습니다. ⓒ 지도 검색
누나부트는 캐나다 북부에 위치한 준주로, 이누이트어로 ‘우리들의 땅’이라는 의미라 합니니다. 주도는 ‘이칼루이트,며 캐나다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가진 행정구역이었더군요. 북아메리카 전체에서도 그린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면적을 가진 행정구역이라 하네요 반면, 인구밀도는 0.019명/km²로 캐나다의 모든 주를 통틀어 가장 희박하다니… 그 영토에 대한민국 인구를 모두 모두 이주해 살게 하더라도 인구밀도를 1% 정도나 올릴까 싶습니다. 누나부트의 총 인구가 3만 8천명이라니 말입니다.
원래 누나부트는 노스웨스트 준주의 일부였으나, 하원의원 선거구 경계를 따라 1999년 분리되었다고 하며 준주의 분리는 원주민 이누이트의 자치권 증진을 목적으로 결정했답니다.
지도로 찾은 누나부트는 캐나다에서 가장 추운 주라 할만합니다. 누나부트는 캐나다에서 아북극으로 분류되는 지역에 설치된 3개의 준주 중 하나로, 이 중에서도 가장 추운 행정구역으로 분류된답니다. 예를 들어, 유콘 준주의 7월 평균기온은 섭씨 14도, 1월 평균기온은 영하 15도인 반면, 누나부트의 주도 이칼루이트의 7월 평균기온은 섭씨 8도, 1월 평균기온은 영하 27도이며, 1월 최저기온은 영하 40도에 육박합니다. 누나부트의 98%는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불모지라 하며 엄청 춥다 정도가 아니라 뼈와 손가락이 저려 글을 못 쓴다는 이수진님의 글이 이해가 됩니다.
그런 분에게 저는 “이런 걸 물어봐주면 좋겠다 싶은 내용을 글로 써 주시면”이라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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