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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마당

물때와 곰팡이 낀 압력밥솥, 이렇게 했습니다

by 한사정덕수 2025.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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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느 가정집에서나 전동공구 하나 정도는 갖추고 삽니다. 저는 인테리어와 조경 등의 일도 하다보니 공구가 제법 많습니다.

 

전기밥솥 하나만 있었으면 싶던 시절도 있습니다. 일이 늦게 끝난 밤 퇴근하면 꺼진 연탄불을 다시 피우기 위해 힘겹게 올랐던 길을 다시 되짚어 내려가 낡은 포장을 덮으려는 가게주인에게 번개탄 주세요라 해서 가져와 다시 연탄불을 피운 다음에야 쌀을 씻어 연탄불이 오르기를 기다리던 시절 얘깁니다.

 

그땐 전기도 아낀다고 옆방과 천정 가까운 곳 벽에 구멍을 뚫어 형광등 하나로 양쪽 방을 밝힌 경우도 많았기에 옆방에 사는 사람과 원하지 않는 소통도 불가피했습니다. 제가 살던 금호동고개와 연결되는 언덕 중간, 문화동로터리(지금의 청구역)로부터 200여 미터 위에 인공치하(수복되기까지의 서울생활)에서 어떻게 살았날 생각하면 끔찍 혀라 말씀하시는 할머니가 손수 지었다는 집이 그랬습니다. 옆방에 스물 두어 살 되었음직한 저보다는 조금 나이가 더 되어 보이는 여자가 살았는데 상황이 이러니 남자친구가 있어도 집에 데려올 수 없었겠다 싶습니다.

 

요즘 같은 컬러TV는 언감생심이고 황학동에 가서 몇 번 흥정을 한 끝에야 거금 17,000원에 받아온 케이스 빨간 플라스틱으로 된 흑백TV가 유일한 낙인데, 조금 늦은 시간엔 주말의 명화나 시청할까 옆방이 신경 쓰여서 그저 서로 잠이 들기 전까지는 반쪽만 내밀어 빛을 비추는 형광등에 의지해 책을 읽었습니다. 옆방엔 TV가 없었기에 일요일에 쉬기라도 하면 ‘mbc 일요청백전이나 전국노래자랑같은 프로를 보겠다고 남자 혼자 사는 방엔 들어오는 정도는 그저 일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은 학교가 파하면 10원이나 20원을 내고 정해진 시간만큼만 만화방에 가서 TV로 흑백으로 방영되던 디즈니만화를 볼 정도였고, 그것도 드라마를 보고 싶어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 중계라도 있으면 어린 아이들에겐 채널을 선택할 권한이 없으니 불가능했습니다. 축구중계나 복싱 타이틀매치라도 방영하는 날이면 만화방은 물론이고 TV가 있는 식당이나 다방은 난리법석이었지요.

 

저는 TV와 카세트테이프를 넣고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도 들을 수 있는 제법 신형의 스테레오 기능의 기기는 있는데 그 여성분한테는 그건 없어도 전기밥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충격이었습니다. 쌀을 씻어 물을 잡아 앉히면 손가락으로 꾹 누르는 스위치를 눌러주면 저절로 밥이 되고, 오랜 시간 따뜻하게 보온까지 된다고 하니 정말 부럽더군요.

 

개나리와 진달래가 매봉산 자락에 피는 제법 따뜻한 일요일에 일어나셨어요라며 옆방에서 제게 말을 붙이기에 잠시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막 마당가 철문 안쪽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을 다녀온 소리를 듣고 말을 걸어왔다는 걸 알기에 그렇다고 했습니다. 곧장 테레비 보러 가도 되죠라 하기에 그러시라고 했습니다. 난생 처음 제가 사는 방에 여자가 들어왔으니 뭘 어떻게 정리해야 될 줄 모르겠더군요.

 

대충 이부자리를 개켜 한쪽에 쌓아두고 여성분이 들고 온 꽃그림이 예쁘게 그려진 본차이나란 커피잔의 커피를 마시며 TV를 시청하다보니 금방 3시간 정도 지나갔습니다. 남자 혼자 사는 방에 연한 화장품 냄새를 맡으며 열어둔 창문을 통해 들어 온 바람에 긴 생머리가 날리면 하얗고 보드랍게 보이는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모습을 흘깃 거리며 보다 시간이 그렇게 흐른 줄도 몰랐습니다. 점심식사를 하자며 몇 가지 반찬과 함께 오봉(양은으로 된 꽃그림이 인쇄된 둥근 쟁반)에 밥솥까지 가져와서 알게 되었지요.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손잡이 부분의 틈새에 찌든 물때와 곰팡이가 있더군요. 지나칠 수 없어서 분해를 해 세척하기로 했습니다.

 

전동공구는 자칫 과동하게 회전하며 볼트를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로 볼트를 풀고 손잡이를 분리했습니다.

 

유기그릇을 세척하는 수세미로 찌든 물때를 말끔히 닦아내고 물로 행궜습니다. 이제 말끔합니다.

 

손잡이와 볼트까지 꼼꼼하게 세척을 완료했습니다. 손잡이가 뭐 대수냐 하겠지만 그 손으로 주걱을 사용하고 식사를 하니 깨끗해야죠.

 

이제 다시 조립을 한 상태입니다. 볼트를 조이며 실밥 한 올이 기어서 볼트를 풀고 실밥을 뺀 다음 다시 조여주었습니다.

 


그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저도 전기밥솥을 기어코 샀습니다
. 연탄불은 겨울에나 피웠기 때문에 곤로도 당연히 낡아 심지를 돋워 불을 붙이면 그을음이 올라오던 건 버리고 새로 하나 샀는데 그때 후지카란 일본 상표의 네모난 거였습니다. 전기밥솥과 곤로까지 들여놓으니 정말 부자라도 된 거 같았지요. 그때까지 냉장고는 물론 없었습니다.

 

최근 몇 개월 지난해 여름으로 접어들며 속초로 이사를 가기로 했던 곳의 창고에 짐을 둔 상태로 불가피하게 다시 양양에 집을 구했는데, 정말 그 풋풋했던 스무 살 무렵의 시절이 저절로 회상되도록 만드는 밥솥이 있어 한동안 그걸 사용했습니다. 제가 사용하던 압력이 되는 밥솥만 생각하고 밥을 지었다가 제대로 익혀지지 않은 밥을 먹고, 쌀을 씻어 30분 정도 불려도 밥맛이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더군요.

 

얼마 전에야 우선 필요한 짐을 일부 옮겨오며 반드시 쌀을 물에 불려야만 밥이 되던 예전과 같은 밥솥이 아닌, 쌀을 씻어 안치고 백미로 표시된 부분만 손끝을 살짝 터치하면 30분도 채 안 걸려 가마솥에 막 지은 밥처럼 찰지고 맛 좋은 밥이 지어지는 IH 압력밥솥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보관했던 곳이 습기가 많아 밥솥도 하루 종일 분해까지 해가며 청소를 하고 세척하는 과정을 거치고야 사용하게 되었지요.

 

압력밥솥도 6인용이라 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많지요. 더구나 금방 씻은 쌀이나 몇 가지 잡곡을 넣고 밥을 짓더라도 물에 불리는 과정을 생략해도 찰지고 맛 좋은 밥을 짧은 시간에 가능하게 하는 밥솥이라면 말입니다. 기왕에 먹는 밥 더 맛있게 지어진 밥을 먹으면 좋으니 저도 밥솥은 가장 비싼 제품은 아니더라도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합니다.

 

오늘 밥을 모두 먹은 밥솥을 꺼내 세척을 하다 보니 아주 꼼꼼하게 관리를 했다고 자부했었는데 양쪽의 손잡이 부분에도 곰팡이 끼어 있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배터리로 사용하는 전동드라이버로 분해를 할까 생각했지만 그럴 경우 자칫 과도하게 회전이 되면서 볼트나 너트 부분이 손상되면 낭패겠다 싶어 일반 드라이버로 분해했습니다. 수세미와 솔로 빠트린 부분 없이 꼼꼼하게 세척하고 다시 조립을 하니 마음까지 후련합니다.

 

혹 사용하시는 압력밥솥들도 모르니 세척하실 때 손잡이를 찬찬히 살펴보세요. 손잡이 부분은 늘 사람의 손이 닫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틈새가 있어서 그곳으로 이물질도 들어갈 수 있고, 물기로 인해 매일 사용하는 밥솥이라 하더라도 장마철을 지나며 습기로 인해 곰팡이도 핍니다. 그런 손잡이를 만진 손으로 밥주걱과 식기를 쥔다고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이렇게 분해해서 세척해야 되겠지요.

유기(놋그릇)는 관리가 까다롭고 무거워 많은 분들이 건강한 식생활에 최고의 제품이란 건 알지만 망설이죠. 관리는 물론 잘해야 되고요.

저는 관리하는데 손은 조금 더 많이 가지만 스테인리스나 무쇠, 유기, 티타늄, 유리, 도기로 된 그릇과 조리도구가 좋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며 그 흔한 멜라민 소재로 된 아이들 그릇이나 손가락을 끼워 사용하는 젓가락도 아내가 사왔을 때 반품을 시켰습니다. 무게 때문이라면 옻칠을 한 수저와 젓가락이 아이들 용으로 있으니까요. 플라스틱 계열의 그릇이나 양은이나 알루미늄은 조금 꺼림직 한 까닭입니다. 가끔 양은으로 된 냄비 하나쯤 괜찮지 않을까 싶다가도 세척과정에 수세미에 묻으며 벗겨지는 노란색 칠을 본 기억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물론 이런 그릇들이나 조리용 냄비는 세척이나 관리도 잘해야 되지요. 무쇠의 경우엔 가끔 전체를 달군 다음 들기름을 고르게 발라주는 시즈닝(seasoning)’이란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고요. 무쇠(주절)는 물론이고 웍이나 냄비처럼 탄소강이나 스테인리스 소재도 된 조리도구도 가끔 이런 과정을 거처야 깨끗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게 되더군요.

손잡이가 별도로 있는 멀티핸들 냄비입니다. 이런 냄비를 매직핸들냄비라고도 하는데 최근엔 여러 업체에서 이런 조리도구를 생산합니다.

 

적은 양의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냄비는 손잡이가 따로 있는 통으로 된 스테인리스 냄비를 사용합니다. 멀티핸들, 또는 매직핸들이라 하죠. 사실 이 손잡이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냄비는 등산용 코펠에 별도로 집게처럼 생긴 손잡이가 있는 걸 사용하면서 집에서도 이런 조리용 냄비가 있으면 세척도 쉽고 정리할 때 자리도 덜 차지하겠다 싶어서 찾다 몇 년 전에서야 이런 냄비가 생산되자 곧장 구입해 사용합니다.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냄비를 세척할 때 손잡이 주변은 정말 세척하기 쉽지 않은데 손잡이가 별도로 있으니 깨끗하게 수세미로 닦을 수 있으니 편합니다.

설거지에 사용하는 수세미와 달리 세척한 그릇의 물기를 곧장 닦아줘야 얼룩이 안 생깁니다. 면과 극세사로 된 행주를 사용합니다.

 

밥그릇이나 접시, 대접과 같은 유기나 스테인리스 소재의 식기들도 수세미로 잘 닦아 세척을 한 다음 물기를 마른 행주로 깨끗하게 닦아야 물기가 마르며 발생하는 얼룩이 안 생깁니다. 그때 사용하는 행주는 늘 사용한 다음엔 깨끗하게 세제가 남지 않도록 헹궈 바짝 말려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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