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8 3월을 미리 기다리며 봄꽃이야기 “오빠야~ 내랑 한 번 달려볼래” 친구가 운전하는 차 동승석에 올라 문을 닫고 차가 출발하자 여자가 이러더군요. 뒷자리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빠야 쪼매 있다가 좌회전 할낀데 준비 단디 하래이~” 그때서야 네비의 길안내인 줄 알앗습니다. 죄회전을 해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을 때입니다. “아야 니 그렇게 빨리 가고 싶냐? 그러다 니 영 빨리 가는 수가 있어야. 빠른 길은 내가 다 앙께 나만 잘 따라오라기 그러나” 과속방지턱을 지나 조금 더 속도를 올리자 “오매야라, 과속단속 구간이래요. 니 경찰하고 친구나? 막 내달리믄 같이 딱지 접이야데 니 돈 많나?” 이 네비양 덕분에 그해는 정말 심심치 않게 봄꽃을 만나러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아, 그렇군요. 이 네비양이 곰살맞고 참으로 자상.. 2025. 2. 19. 한 점 부끄럼 없는 당당함을 만나! “동강댐 건설을 막은 꽃이 있다!” 이렇게만 말하면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업을 뭔 꽃이 막을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동강할미꽃’이 바로 댐건설을 막아낸 꽃입니다.1991년 정선과 영월을 넘어 원주에까지 동강에 댐이 건설된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97년 공식적으로 정부에서 동강댐 건설을 밝혔습니다. 댐 건설이 공식화되자 수몰 예정지에선 이주가 시작됐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댐을 건설한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 서서히 살던 터전을 버리고 도시나 다른 고장으로 떠나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표가 확연히 나게 이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이 떠난 집엔 또 다른 사람이 들락거렸습니다. 육송으로 짠 방문이 떼어지고, 맷돌, 항아리, 낡은 .. 2025. 2. 19. 욕심부리지 않고 봄을 만끽하는 삶! ▲ 정말 오래전에 촬영한 사진입니다. 제가 태어난 집은 1960년대 이렇게 지어진 강원도의 산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던 북방식 구조의 너와집이었습니다. 굴피지붕을 얹은 굴피집에서도 살았었지요. 이런 집의 주변엔 달래와 냉이, 씀바귀가 봄이면 정말 많았습니다. '맛깔지다'는 느낌에 슬며시 입 안 가득 침샘을 자극하며 마음이 푸근해지는 계절, 가을엔 참으로 분주했을 밭을 봅니다. 김장에 사용하고, 명년 봄 고추장을 담글 고추가 빨갛게 익었나 싶더니 하루가 다르게 쇠락하는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고, 여름 한 철 쌈 재료로 잎도 내어주고 줄기째 뭉텅 잘리기도 하고도 나물을 무치거나, 암반에 한껏 쳐대고 길게 뽑은 가래떡이나 손자국 선명한 송편을 막 꺼내 들러붙을까 바르던 기름도 내어준 들깨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2025. 2. 9. 전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삶 ▲ 2월이 시작되었습니다. 들녘 볕이 좋은 자리엔 냉이와 달래가 기지개를 켜고 봄을 먼저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산을 찾는 시기가 아니라면 대체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잠에 든 시간에 글을 쓰거나 책을 읽습니다. 그만큼 정신을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어서 그런가 생각되지만, 낮엔 이런저런 일로 연락이 오거나, 가끔 멀리서 찾아온 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느라 그렇기도 합니다. 늦은 밤, 창밖에 트럭이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운전기사가 도로를 달려오는 도중에 잠을 쫓기 위해 틀어놓았음직한 트로트 가락의 노래가 울립니다. 그와 함께 먼데서 도착한 조간신문 배달차가 다녀가면 새벽 2시 무렵이란 걸 자연히 알게 됩니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나면 창이 환하게 밝아지고 햇살이 좋은지, 날이 흐리거나 비 소식은 없는지를 확.. 2025. 2. 2. 산에서의 봄에 대한 정의와 자연산 산나물 ▲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은 매화와 함께 복수초가 아닐까 합니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만나면 장소가 어디든지 “참으로 정갈한 성품을 지닌 이가 온 마음을 다해 음식을 차려주셨구나” 하는 깊은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멋을 부리지 않아도 재료에 충실하며 맛의 깊이를 충분히 담아냈음을 맛보기도 전에 이미 알 수 있습니다. 덜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꼭 알맞은 양의 양념으로 버무려지고 조리된 음식을 흐트러짐 없이 담아냈을 때, 음식을 먹는 이는 누구랄 것 없이 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모둠’이란 상차림을 썩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모둠회니, 모둠나물이니 하는 한 접시에 적게는 4~5가지의 조리된 나물이나 회를 지닌 품성에 관계없이 색깔만 존중.. 2025. 2. 1. 경험과 연륜이 또 다시 새로운 인연이 되고 ▲물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귀한 선물입니다. 얼었던 개여울이 풀리면 온갖 생명들이 저마다 봄을 맞으려 일어섭니다. 산이 있으면 반드시 골짜기가 형성되는데 그런 골짜기에는 어김없이 맑은 물길이 자리를 잡습니다. 높은 산에서는 물을 중심으로 자라나는 풀과 나무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종류를 달리하며 자랍니다. 때때로 산의 능선에서 불과 몇 십 보 거리에 보이는 풀 주변에서 다른 나무와 풀이 어우러져 자라는 모습을 보면, 물이 그 속에 존재해서 가능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물이 있는 곳에는 물과 잘 어울리는 풀과 나무가 자리 잡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나 모든 물이 사람이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설악산의 경우 화강암이 많아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낙엽이 쌓여 검게 삭은 곳.. 2025. 1. 27. 이전 1 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