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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좋은집/자연의향기

책 이야기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

by 한사정덕수 2025.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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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긴 이야기지만 오랜만에 책에 대한 감동을 나누고자 합니다.

▲ 임지호 요리사의 삶을 그려낸 영화 ‘밥정’에 이처럼 화사한 꽃밥이 등장합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기 전에 영화를 먼저 잠시만 이야기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밥정은 2020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방랑식객 임지호 요리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박혜령 감독이 연출했는데, 임지호 요리사와 김순규 할머니가 출연해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요리를 만들며 그 요리를 통해 사람들과 정을 나누는 과정을 그립니다.

 

임지호 요리사가 지리산에서 만난 김순규 할머니와의 인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임지호 요리사는 자연에서 구한 재료들을 사용하여 요리를 만들어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극진하게 대접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그의 요리 철학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보는 이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합니다. 특히 영화 밥정은 한국 전통 음식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담아내며,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 임지호 요리사는 자연에서 구한 재료들을 있는 그대로도, 때로는 그만의 오랜경험으로 터득한 조리법으로 요리를 하며 영화 전편에 거쳐 잔잔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요리에 관심이 있거나 없거나 관계없이 누구나 음식을 먹지 않고는 삶을 영위할 수 없습니다. 조리되어진 음식을 대하는 모습이 저마다 호불호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기본적인 지식만 갖추어도 환경이나 계절, 저마다 지닌 품성에 따라 이롭게 작용하는 음식이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요즘에야 계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도 다양한 식재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보면, 가장 좋은 요리에 이용되는 재료들은 모두 자연이 내어준다는 사실만큼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요리料理라 함은 일정한 규칙이 수반되는 작업이고 그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요리의 한자어 料理의 의미 자체가 되질이고 다스림이란 뜻이니 재료에 따른 결과물이 일정한 규범에 따랐을 때 공히 같게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쉽게 얘기하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은 지역이나 또는 문화와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나 풍토에 따르기는 하지만, 저마다 먹거리에 맞춰 차이는 보일지라도 그들 나름으로는 고유한 방식의 정해진 조리법이 가지게 됩니다. 그런 방식 모두가 각각의 요리법이란 얘기인 것입니다.

▲ 정월대보름이 지나면 동해안에서도 눈이 내리더라도 달래는 이처럼 부지런히 봄을 알립니다.

 

달래 하나를 놓고 어떻게 조리할 것이며, 그 조리과정에 무엇을 이용해 맛을 살려낼지 자체가 평균적으로 정립되면 고유한 요리법이란 얘기도 될 수 있겠지요. 물론 이나 틀림없이기필코로도 바꿔 쓰기도 하는 반드시란 확정적인 규범이란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하지 않은 비율 정도는 충분히 평균치로 낼 수 있겠습니다. 더러 단 한 가지만 고집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들은 그 방식 외엔 다른 방식으로 조리한 음식을 맛 본 기억이 없단 얘기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달래는 물에 깨끗하게 손질만 하면 날로 먹어도 탈이 안 생깁니다. 그렇다고 전 세계인들 모두 그러하리라고는 생각 안 합니다. 우리처럼 통마늘을 된장만 찍어 우적우적 씹어 먹을 정도로 매운 맛과 알리신(Allisin)에 적응된 민족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마늘의 매운 맛은 주로 알리신(Allicin)이라는 화합물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마늘을 다지거나 갈 때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알리나제(Alinase)라는 효소가 알리인(Alliin)이라는 화합물과 반응하여 알리신을 생성한다고 합니다. 이 알리신이 바로 마늘의 특유의 매운 맛과 냄새를 만들어내는 주요 성분인거죠. “마늘 매운 건 고추 매운 거 보다 더 지독하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달래도 그만큼 독하게 매운 맛을 내기도 합니다.

 

알리신은 항균, 항바이러스, 항암 등 여러 가지 건강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마늘은 많은 전통 의학에서 약재로도 사용되고 있죠. 매운 맛 외에도 마늘은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마늘의 매운 맛은 요리나 건강에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성분입니다.

 

기왕 달래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이 달래에 대해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요즘 시기가 본격적으로 아주 좋은 달래를 만나는 때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달래는 건강에 유익한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는 봄나물입니다. 달래의 주요 영양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비타민C’가 많이 잇다는데 면역력 강화와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비타민A’도 많이 함유하고 있기에 시력 보호와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되겠군요. 또한 달래엔 철분도 많이 함유되어 있어 빈혈 예방과 혈액 생성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달래를 제대로만 섭취한다면 철분제를 따로 섭취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거기에 더해 뼈와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칼슘도 지닌 식품입니다.

 

이 정도만으로도 달래는 제법 완전식품처럼 느껴지는데요, 거기에 더해서 식이 섬유가 있어 소화기 건강과 변비 예방에 도움을 주며 알리신도 마늘처럼 함유하고 있기에 항균, 항염, 항암 작용을 하여 면역력 증진에 기여하겠지요. 이 정도 되면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봄나물을 달래, 냉이, 씀바귀순으로 부른 이유도 여기에서 찾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래는 이러한 풍부한 영양소들 덕분에 건강 유지와 면역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는 식재료입니다. 여러 요리에서 활용하여 건강한 식단을 구성해보시면 좋겠군요.

 

, 이야기가 많이 빗겨난 듯하군요. 사실 이야기가 빗겨난 게 아니라 그만큼 오늘 이야기는 아주 멋진 책을 소개하며, 한 분의 요리인생을 조명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 해발 1000미터의 4월 말입니다. 이 시기엔 산은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달래와 냉이로 시작한 봄나물을 저는 6월 중순까지 산을 오르내리며 채취하는데요, 제가 채취해 소개하는 이런 나물들은 모두 생채生菜로 먹어도 탈이 안 생기는 것 위주로만 선택합니다. 물론 필요에 의해 반드시 삶거나 데쳐서 12시간 이상 물에 담가 제독과정을 거쳐야 되는 산나물도 채취할 때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엔 저는 나물에 대해 아무 경험도 없는 분들에게는 생채를 절대로 드리지 않습니다.

 

, 세상엔 독초로 알려진 식물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요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독성이 있는 식물을 사람이 먹어도 되는 요리의 재료로 이용하려면 반드시 거치는 제독과정이 있는데 이를 법제法製한다고 합니다. 즉 이용 가능하도록 성질을 변화시켜 주는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오래전부터 사람과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져왔습니다. 노랑매미꽃으로 불리는 피나물은 물론이고, 누구나 채취해 조리과정을 거쳐 먹었다 하면 배탈이 나고야마는 얼레지도 특별한 법제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먹더라도 아무런 해가 없는 음식이 됩니다. 이 또한 전 과정이 모두 요리법이라 하겠습니다.

 

산나물은 모두 독성이 있다고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반드시 산나물이라면 무조건 데치거나 삶고, 익히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된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당귀순(승검초)은 물론이고, 곰취나 병풍취, 참취와 참나물, 명이와 같은 산나물을 날 것 그대로 먹고 탈이 났다는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쓴맛이 지독한 오가피순이나 민들레, 씀바귀를 날것을 곧장 먹었다고 탈이 났다는 얘기도 아직 못 들었습니다.

그런데 삶고 맑은 물에 행구는 과정을 거치고도 부족해 국으로 끓인 얼레지국을 한 그릇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단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30분도 지나지 않아 화장실을 향해 달음박질을 쳐야 된답니다. 안 그렇다고 주장할 사람도 있겠지만 틀림없는 사실이고, 오랜 경험에서 얻은 교훈입니다. 얼레지는 흐르는 물에 12시간 정도는 담가 두거나, 깨긋한 물을 최소한 3번 정도는 갈아주며 12시간 이상 우려내야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해보일 정도로 온갖 들풀들을, 들풀로만이 아닌 사람에게 이로운 요리로 만들어 내는 삶을 사셨던 임지호 선생님을 표현하자면, “나무도 들풀도 모두 임지호 선생님께는 완전한 요리의 재료였고, 냇가의 돌이나 개펄까지도 임지호 선생님께는 요리를 담아낼 멋진 그릇이 아닌가싶습니다.

이제까지 서평을 쓰지는 않았지만 늘 가방에 챙겨 나니며 참 여러 번 읽었던 책입니다.


20219월에 중순, 서울에 잠시 방문했을 때 참으로 정성 가득한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를 받았는데 이후 가을 산을 오를 때도 함께였고, 겨울 산에서 칡 작업을 하며 잠시 쉴 참이면 책을 들고 앉아 몇 장씩 찬찬히 읽으며 지내기도 할 정도로 늘 지니고 탐독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이 책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는 아주 높은 산으로 종일 걸어야 되는 경우만 아니라면 산과 들을 향하는 제 가방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복하게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엔 또 한 분 명인의 마음 씀을 만날 수 있다. 바로 풍류피아니스트 임동창 선생님께서 산당아리랑을 쓰고 곡을 붙이셨는데 원본 그대로 자리해있습니다.

산당은 임지호 선생님의 호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나는 산당 임지호
나무도 들풀도 모두 내 친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산당 고개 넘어간다

나는 나는 산당 임지호
사랑해 그대를
그대는 내 친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산당 고개 넘어간다」

요리책이라기 보다 요리에세이라 하는 게 더 알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엔 임동창 선생님께서 노랫말과 곡을 쓰신 산당아리랑 악보가 원본 그대로 들어있습니다.

 

일반적인 요리책들은 꾸밈이 화려합니다. 그리고 요리의 재료와 조리법 정도를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이런 과정을 거쳐 요리가 되니 이 순서대로 따라만 해요라고 이끌어야 된다는 사명감과 같은 목적이 느껴집니다.

 

제게 요리와 관련된 책이 제법 많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뭐 한국의 요리대백과 뭐 그런 전집류를 구입하는 습관도 없다보니 우연한 계기로 한 권씩 받은 책들이 10여 권이 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요리와 관련된 책들은 궁금합니다. 유럽의 각 나라마다 나름의 요리가 발달되어 있고, 동남아와 남미가 다르며, 일본이나 중국도 요리라면 빠지지 않는 국가들이니 얼마나 많은 요리관련 책들이 있겠습니까.

모두 챙겨 놓은 건 아니지만 우선 당장 손에 잡히는 위치에 놓인 요리관련 책입니다.

 

제가 정말 탐을 낼 정도의 요리책이 하나 있었는데요, 북한의 요리대백과를 본 순간 정말 반드시 보고야 말겠어란 다짐을 하게 되었는데 박근혜 정권이 개성공단까지 철수하며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 그러나 이 북한의 요리책도 일반적인 요리책의 편집이나 구성방식과 아주 크게 차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전 세계 거의 대부분의 요리관련 서적은 이와 같은 구성과 편집방식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면 이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는 재료 본질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근사한 여행기를 만났을 때의 감동 같은 사진들이 먼저 반깁니다. 천편일률적으로 보여주는 조리과정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생략된, 임지호 선생님의 요리철학을 오롯이 드러내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20152월과 5월에 각기 다른 두 편의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개봉되었고, 3년 뒤 같은 제목으로 제작된 한국영화도 개봉된 적이 있습니다. 이 세 편의 영화는 모두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바로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입니다. 이때까지 요리와 관련된 영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겐 드라마 대장금이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겠는데요, 2003915일부터 2004323일까지 MBC에서 방영된 사극으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 드라마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주인공 서장금이 궁중에서 겪는 다양한 시련과 성장을 통해 최초의 여성 어의가 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서장금 역은 이영애가 맡았으며, 지진희, 홍리나, 견미리 등 많은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그라마를 끌어가는 주된 내용이 임금의 식사를 준비하는 수라간입니다.

 

서장금이 폐비 윤씨의 폐위 사건 당시 궁중 암투에 휘말려 부모를 잃고, 수라간 궁녀로서 궁궐에 들어가 중종의 주치의인 최초의 어의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꿈같은 일을 극적으로 연출해 장금의 성공과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기다렸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방영 당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재방송되며 많은 사랑을 받기도 하고, 다양한 나라에서 방영되어 국제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또 다른 대표적인 요리관련 드라마가 있습니다. 허영만 원작의 食客식객을 각색해 2008617일부터 200899일까지 SBS에서 방영된 걸 기억하실 겁니다. 요리 드라마로 제법 쏠쏠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만,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 저는 몇 차례 제작팀과 게시판을 통해 논쟁을 벌였습니다. 간장독을 깨뜨려 쏟아지는 장면에서 간장으로 보기 어려운 그저 김빠진 콜라를 쏟는 걸로 보이는 모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극적 전개를 보다 더 극적이게 하려는 욕심이었겠으나, 원작 만화와는 다른 인물설정부터내용의 치밀성이 한참 떨어지는 부분이 거슬렸습니다. 요리 재료에 대한 지식도 일천하지 않았을까 싶은 대사가 성찬의 입을 통해 마치 사실 그런 재료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려지는 등 곳곳에 이런 괴이한 설정이 있습니다. 이 두 드라마는 마치 음식이 대단한 암투에 늘 이용되는 듯 구성되어 쓰였습니다.

 

그런데 여름과 가을을 배경으로 그려진 2월에 개봉되었던 영화와 겨울과 봄을 배경으로 그려진 리틀 포레스트는 모두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일본 만화 작품이자 이를 원작으로 모리 준이치 감독이 연출한 일본 영화지만 대장금과 식객에서는 꿈도 못 꿀 방법으로 접근합니다. 보신 분들이 감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시점이 대체로 억지스럽지 않은 구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도 제목은 그대로 리틀 포레스트입니다. 고단한 도시에서의 생활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온 혜원(김태리 분)이 사계절의 자연 속에서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분)와 은숙(진기주 분)과 함께 보내는 모습이 억지스럽지 않게 그려집니다. 혜원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통해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임순례 감독도 먼저 개봉된 일본의 리틀 포레스트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억지스럽지 않게 잔잔한 화면으로 그려냈습니다.

참 근사하게 편집되고 구성된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입니다.

 

궁편책에서 펴낸 <임지호의 밥 땅으로부터>는 대장금과 식객 이상의 크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잔잔하게 감동을 안겨준 리틀 포레스트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책을 오래전부터 보고도 이제야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유독 2020년 그 시기에 집중적으로 취재를 해 기사로 나간 글까지도 간섭을 받는 일이 빈번해서였습니다. 가장 먼저 사건은 20195월에 있었습니다. 기사로 나간 뒤 정말 고맙습니다. 저 자랑 많이 했어요라며 전화를 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기사 좀 내려주세요. 저 어머니께 뭐하고 다니는 거냐고 욕 먹었어요라 하더군요. 어이없는 일입니다. 단호하게 수정도 할 수 없다고 딱 잘랐습니다.

 

그 뒤로도 몇 번 취재과정에서 기사로 내시기 전에 먼저 보여주세요. 제가 검토하고 추가할 내용이나 고칠 부분이 있으면 말씀 드리려 합니다란 사람도 있고, “글 언제 다 스시나요? 저한테 먼저 보여주시고 제가 OK하면 그때 올리세요란 말을 듣는 순간 더 이상 그런 글을 쓰지 않아야겠다 싶더군요.

 

취재를 해 기사를 쓰거나, 책을 읽고 그 책을 읽은 느낌이나 책에 대한 서평 쓰더라도 그건 취재를 청하거나, 또는 취재하는 구역에 의도적으로 모습을 자주 드러내는 경우엔 이미 자신에 대해 기사로나 글로 기록이 되어도 좋다는 의사표시로 간주됩니다. 책에 대한 서평도 출판사와 다른 의견이나 비평을 할 수도 있고, 엄연히 글을 쓴 작성자의 저작물이기에 수정을 강요하거나 취급을 하지 말라 할 수 없는 일이죠.

 

제가 조국 전 대표의 신간 <조국의 함성>에 대해 서평을 쓰더라도 조국 대표나, 책을 엮어 펴낸 오마이북의 간섭을 받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그렇게 상식을 벗어난 요구를 하는 이들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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