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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향기/미술관산책

펜으로 따뜻함을 표현하는 작가 ‘Danny Im’

by 한사정덕수 2025.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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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이 떨어지던 날을 잊을 수 없다.

‘김복동 평화의 길’의 여정길에 오사카(오키나와 포함)로 떠났다. 윤미향의 권유에 동참했다. 일본내 조선학교와 위안부, 강제징용자의 흔적을 더듬어 제대로 인식하잔 여정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윤미향은 일본의 입국거부로 포기했고 남편 김삼석은 오사카공항 조사실에서 억류되어 끝내 한국으로 되돌려 보내졌다. 그렇게 밤중, 인천공항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계엄령을 접했고 주변의 권유에 다시 집을 나서 피신했다.

처음 수거대상 15명에 없으니 해프닝이었겠지 했지만, 하… 2,3차 포함된 500명에 있었다.

그 며칠 전의 터널에서 이해하기 힘든 추돌사고와 공항까지 따라붙는 듯한 미행을 의심했지만 설마 했다. 조선총독부시절이라면야 윤미향은 김구나 안창호처럼 미웠겠으나 80년째 광복을 기념하는 독립국 한국에서 그럴까 싶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정말 매국정권이었다. 수거대상이라니… 윤석열 일당에겐 독립군이고 위안부, 강제징용자와 같았을 뿐.

부부가 번갈아 대상포진을 앓는다. 윤미향이 나으니 김삼석이 아프다. 힘내시고 떨쳐내시라. 누나, 형… 건강하세요.

 

*30×20cm *MDF패널 위에 펜 드로잉

 

“조만간 작업하신 작품들에 대해 글 한 번 써야겠습니다. 아, 특별히 이 그림은 반드시 이야기 하고 싶다 하시는 그림 있으신지요? 한 편에 안 되면 몇 편이라도 써 보겠습니다.”

 

윤미향과 김삼석을 그린 이 작품에 댓글로 이렇게 글을 쓰겠다며 특별히 생각하는 그림이 있는가 물었습니다. 작가가 특별히 애착하는 작품은 누구에게나 있으리라 생각도 있지만, 기왕 쓰는 글, 그의 생각을 좀 더 쉽게 알아보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 생각일 뿌 그는 단호했습니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대답일지도 모릅니다.

 

“아이고… ^^; 특별히 그런 그림은 없습니다. 작가에게 묻는다면 아마 제일 마지막에 그린 그림이 대표작이라 할 듯 싶습니다. 늘 아쉬움을 사인으로 남기니까요. 어쩌면 그래서 그림에 이런저런 얘기를 군더더기처럼 하나 생각도 해봅니다.”

 

‘Danny Im’ 그와 페이스북 친구가 되기까지는 2분의 또 다른 작가들이 계십니다.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건 인제군 북면 한계리에서 전각작업을 하시는 김주표 형님의 카페 에서였습니다. 마치 사진처럼 섬세한 필치를 그려진 김주표 형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그 사이 카페 밖엔 다시 또 한 점의 작품이 걸렸고 그저 부러웠습니다. Danny Im이라면 임씨 성을 쓰는 누군가인 모양인데 주표 형과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공들여 주표형의 예술가적 면모가 확실하게 드러나도록 작품을 그려줄까 싶었습니다.

 

그러다 2023년 초겨울이라기도 그렇게, 늦가을이라기도 애매한 1122일인가 주홍수 작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술 한 잔 하는 중이란 얘기와 그 자리에 어울리는 이들에 대해 짧게 설명하며 술을 마시다가 한계령 얘기가 나와서 전화를 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라는 그의 말들보다 대니란 이름을 분명히 들었다는 생각에 혹시 펜화로 인물을 그리는 작가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맞다는 대답을 듣고 전화를 어깨에 올려 턱으로 지그시 누르고 곧장 노트북을 켰습니다. 페이스북을 들어가 주홍수이름부터 입력하고 찾았는데 역시 펜으로 그렸다는 주홍수 작가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시집을 출판하려고 원고를 거의 넘긴 때라 그의 펜화로 프로필을 사용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에 주홍수 작가에게 시집을 엮는데 프로필을 그의 펜화로 사용하기는 어렵겠지요라 했습니다. “그렇지 않겠어요란 대답을 들었고 기대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공연히 기대했다가 실망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출판사에는 중앙일보에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20211월에 오색으로 찾아와 사진촬영을 해 사람 사진에 기사를 내 준 권혁재 기자가 촬영해준 사진을 다운 받아 보냈습니다.

 

시집 디자인이 모두 끝나고 마지막 교정을 보러 가기로 출판사와 약속을 하고 일찍 쉬려는데 주홍수 작가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하나 받게 됩니다. 거기엔 권혁재 기자가 촬영한 흑백사진을 그대로 컬러로 그린 제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을 다녀온 며칠 뒤 택배로 작품을 받았습니다. 그때서야 주홍수 작가에게 전화를 하고, 김주표 형에게 물어서 Danny Im도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 되어 친구가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에 그가 그린 작품들이 글과 함께 나타나면 일일이 댓글을 달지는 않지만 좋아요나 조금 더 인심 좋게 멋져요로 반응을 보이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조선의 오누이란 제목을 붙인 작품엔 어디서 많이 본 얼굴들입니다. 부인과 대니작가님 모습인가?”라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다음날 알래스카 말라뮤트로 보이는 중형견과 함께 손에 작은 손선풍기를 들고 편한 자세로 다리를 쭉 뻗고 앉은 여성을 그린 그림 한 점이 올라오며 거기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더군요.

‘조선의 오누이’를 그린 후, 모델이 나와 아내 아니냐 하는 반응에 의아했다.

그림에 지인과 아내를 녹여(?) 그리곤 했지만 그 그림은 정말 아무도 아닌, 당시의 독립군(의병)과 소녀들을 참고했을 뿐이었기 때문. 특정한 누구라고 여기는 순간, 소장자를 만나기 힘들어서 올해부턴 피하자 였는데 말이다.

그런대도 그렇다면 그냥 모딜리아니처럼 아내나 지인을 모델로 하되 내 그림의 주제만 그리자로 돌아갔다. 서양 사람과 또 모르는 이 보기엔 그저 동양인 모델일 뿐일 테니. 재작년 내 친구를 모델(댓글1)삼아 그린 '친구'연작.

인류의 출몰이후 가장 오래된 친구사이인 개와 인간의 유대를 그렸다. (내 그림엔 반려동물, 동물과 함께한 그림이 가장 많다) 여러 구설에 방송가에서 사라진 강형욱씨를 인정하는 이유는 공존의 방식을 가르쳐준 이 여서다.

인간들의 공간과 개의 공간이 겹쳤을 때,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들을 보았다.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님을 늘 생각한다. 해서 멸종위기종을 그리는 B작가를 좋아하고 관련한 사진작가들을 존경한다. 그런 모든 활동은 관심이다. 관심은 출발이고.

 

*80.3×60.8cm *MDF패널 위에 펜 드로잉

 

아내를 모델로 그린다 하더라도 누군가에겐 작품성만 보고 소장하려고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이번에도 지 마누라를 모델로 했네정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굳이 왕실의 초상화나 어진이 아니더라도 고려나 조선의 벼슬을 지낸 인물을 한 집안에 전해지는 초상화에도 작품성을 살펴 가치를 환산하는 세상이 아닌가요.

 

Danny Im 작가는 펜으로 그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진 이상으로 빼어나게 인물을 묘사하는 특별한 솜씨를 지녔습니다. 제가 여유가 된다면 반드시 포은 정몽주 할아버님의 초상화를 그에게 부탁을 드리려고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Danny Im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3두께의 MDF 패널, 그중에서 3자에 6자 크기를 그대로 사용해서 말입니다. 아마도 횡성에서 횡성한우를 상당히 많이 기르시는 6촌 형님께서 시향을 모시며 동생, 포은 할아버지 초상화를 하나 소장하고 싶은데라 말씀을 제게 하신 뒤부터의 꿈이 아닌가 싶습니다.

 

배경에 선죽교를 그대로 한 여름이나 신록에 물이 오르는 어느 봄날 정도로 전체적으로 채우고, 고려말의 관복을 그대로 갖춰 입으신 모습으로 된 초상화라면 보물로 지정된 경상북도 영천시 임고면 양항리 임고서원(臨皐書院)의 할아버지 초상화 그 이상의 감동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포은 할아버님의 초상화는 모두 원본이 아닌 이모본으로만 전해지지만 얼굴의 표정이나 복식의 주름 등은 그다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을사년이 되었다. 120년 전의 을사년엔 늑약으로 인해 국권을 빼앗겼다.

역사를 잊으면, 특히 아픈 역사를 잊으면 필히 반복된다. 윤석열은 이완용처럼 매국을 하다 시민들의 힘에 끌려 내려갔다.

36년을 내 나라를 찾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내 나라가 없어 끌려간 소년이고 소녀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있고 아픔을 잊지 않아 식민지로 살지 않게 되었다.

설날, 음식준비 한다고 아내는 종종 댔지만 난 하루 종일 그림을 완성시키느라 아무 것도 돕지 못했다. 방 한 켠 화판을 세우고 사각사각 펜을 움직이니 어느새 아버지가 뒤에서 보고 계셨다. 아들이 그림쟁이라도 작업하는 모습은 처음 본, 그리느라 참고한 봉오동 전투와 연인. 음… 제목을 정했다. ‘조선의 오누이’.

새해 복 꼭 받으시라.

 

*60.6×80.3cm *MDF패널 위에 펜 드로잉

 

설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쁜 부인을 돕지 못하고 이 작품을 그리고 있을 때 아버님께서 자식의 작업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되신 듯합니다. 처음부터 목적을 뚜렷이 하고 작품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을사늑약의 역사를 기억하며 봉오동 전투를 참고하여 작품을 하다 조선의 오누이로 작품의 제목을 정하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Danny Im 작가의 일반적인 인물화보다 큰 규격의 작품입니다. 같은 크기의 작품 한 점 더 만나보겠습니다.

난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혐오한다. 아무리 조건을 잘 구비해 놓았더라도 가둬놓고 구경하는 인간의 오만은 부끄럽다.

미야자키 하야호의 걸작 ‘원령공주’, 극 중 사슴신은 신중의 신이자 생명과 죽음을 아우르는 존재이다. 산신인 늑대나 멧돼지, 성성이가 아닌 자연을 관장하는 신이기도 하다. 민화에서도 사슴은 장수와 우애를 상징한다. (근데 그린 것이 사슴인가?)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 숲의 정령이 아니더라도 서로 위협이 안 되는 것을 알고 지나칠 수 있는, 미켈란젤로나 카라바조의 그것처럼 그림쟁이는 자기 그림에선 조물주이니 저런 상황도 또 누구도 그렇게 마음대로.

 

*60.8×80.3cm *MDF패널 위에 펜 드로잉

 

사슴으로 보이기도 하고, 턱의 긴 털로는 순록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순록보다 머리의 모습은 사슴이 분명한, 그러나 원령공주는 아닌 이 땅의 여인임이 분명한 사슴과 함께 나란히 선 여인의 모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으면서도 자연을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등산용 스틱에 피엘라벤(FJALL RAVEN Traveller) 로고로 보이는 노란색 자수가 새겨진 바르다그 클래식 모자를 쓴 여성이 울 목도리를 입까지 가려지게 두르고 폴라플리스 재킷을 입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사슴과 함께 눈길을 걷는 듯한 작품은 작가가 바라는 세상의 모습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와 어울리는 이들의 모습이나 작가와 그의 부인의 모습을 보면 격식에 갖추려는 차림보다, 자유를 만끽하고자 하는 이들의 자연스러운 차림으로 격의 없이 정을 나누는 모습들입니다.

“나 산부인과 갈래…”

“뭔 소리야? 임신은 아닐 테고 어디 아픈거야?”

커피 내려주고 배웅하려는데 다 차려입고선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며 하는 말. 남자들은 잘 모르는 무슨 부인병에 걸렸나, 순간 심장이 발목까지 떨어진다.

“귀 좀 파라! 추워서 ‘3분 있다’ 간다고!”

2019년 오늘 아침의 일화.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을 읽어본다.

윤석열의 변호인은 사실 변호가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탄핵되게 연구한 연기를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무 논리, 자기부정, 법원무시를 대놓고 할 수가 있을까? 아니면 지록위마 떼거지들만 있었거나 단체로 미쳤거나. 계엄 포고문을 국방부 장관이 잘못 베낀 거라 한다. 김용현은 아니라고 서로 물어뜯는다.

‘계엄해!’

‘아, 개엄하게 하라는 거구나!’

로뎅, 오뎅, 아부라기도 아니고 이게 이 나라를 대표했던 자들의 수준이었다니 기가 찰 뿐.

 

*(사진/작년 유준화백 초대전 뒤풀이에서)

 

Danny Im 작가 부부의 일상이 그려지는 내용입니다. 아마도 우린 이들 부부가 토닥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부러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라면 먹고 설거지 했냐 묻는다. 라면 먹은 적 없다 했더니 그럼 설거지만 한 거냐, 묻는다. 큰 애가 먹고 했겠지 하는데 아들이 그렇다고 자기 방에서 대답한다. 어쭈쭈, 이쁜 아들이 그랬냐며 갑자기 날 보곤 게으름뱅이가 그럴리 없지 한다. 순간 부애가… 아니, 아들 칭찬만 하고 끝낼 것이지 왜 나를…

‘난 일주일 내내 설거지하다 내가 먹지도 않은, 또 모르는 설거지 한 번에 아들은 상찬, 난 게으름뱅이라… 알았어, 나도 절대 않고 어쩌다 한 번 할께. 칭찬 한번 들어보겠어.’

이게 유치해도 그런 것에 욱 하고 억울한 것이 남자고 남편임을 왜 모를까? 진짜 이쁘면 다냐고? 오후나절 내내 삐짐이 언제까지 가냐 보자더니 사과가 먼저라는 말에 냥이 보고 미안텐다.

와… 사과도 내게가 아니다. 진짜 이쁘면 다인 세상이다.

 

그래서 이런 그의 투정엔 참 힘들게 사십니다라며 키득거리는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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