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오전에 블로그에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겪었던 이야기를 소개하는 글을 쓴 뒤였습니다. 예전 운영하던 블로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오래전 썼던 자료를 찾으려면 여러 곳에 공유하기나, 허락을 받고 가져다 사용한 흔적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마침 예전 충청투데이에서 제가 운영하던 블로그에 쓴 글을 게재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했었고 허락했다는 기억을 해 충청투데이를 접속해 다양한 방법으로 검색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충청투데이가 밤 10시 30분 <대전 초교 7세 여아 살인 혐의 교사 범행 후 자해 시도> 제목의 속보가 올라왔습니다.
▲ 중청봉 2015년, 4년 동안 함께 오르던 누나가 졸업하고 6학년이 된 둘째가 동생들과 함께 설악산을 올랐습니다.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 600m 지점 중청봉 안부에 위치한 중청대피소앞에 도착한 오색초등학교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며 놀고 있습니다. 당일로 오색마을까지 돌아올 수 있으나 학생들의 체험활동을 위해 대청봉 등반에서 항상 중청대피소를 미리 예약하여 1박을 하며 공동체 생활에 대해 배울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 정덕수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의 첫 보도를 그대로 인용합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7살 여아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대전서부경찰서와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50분경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A양과 교사 B씨가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양은 심정지 상태였으며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고 출동한 119 대원들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B씨는 목과 팔이 흉기에 찔렸고 의식이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경찰에 오후 9시경 범행을 자백했고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B씨가 범행 후 자해한 것으로 보고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
또 경찰은 해당 교사가 우울증 등의 문제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말 복직한 것으로 파악했다.
숨진 A양은 미술학원에 가기 전 오후 4시40분까지 학교에서 돌봄 수업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학원에 A양이 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부모가 이날 이날 오후 5시18분경 경찰에 실종 신고를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학교 관계자들이 교내를 수색하던 중 학교 2층 시청각실 창고에서 흉기에 찔린 채 누워있는 A양과 해당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B씨를 발견했다.
현재 B씨는 수술에 들어간 상태로 경찰은 B씨가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출처 : 충청투데이(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7679)
▲ 충청투데이 예전 옮겨간 글을 찾으려고 방문한 충청투데이에서 처음으로 김하늘 양의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다른 작업을 하는 틈틈이 오랜만에 충청투데이를 자주 들어가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도 충청투데이의 기사를 그대로 인용하는 수준이었기에충청투데이를 통해 결과를 확인하기로 한 건 당연한 결론이겠습니다. 사실 위의 기사 내용도 초기엔 조금 달랐는데 이후 수정이 된 듯합니다.
사실 충청투데이의 기사를 보았을 때만 하더라도 학교에 흉기를 소지한 침입자가 있었고, 시청각교육실에서 돌봄교실을 맡아 지도하던 교사가 학생을 보호하려다 함께 괴한의 흉기에 상해를 입은 것이리라 믿고 싶었습니다. 최소한 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학생이 칼에 상해를 입거나 상해를 당해서는 안 될 일이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종합하면,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김하늘양(8세) 흉기살해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점차 이 사건이 공개되면서 학교측에서 초기엔 “정식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라고 변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가 돌봄전담사가 아닌 일반교사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을 한층 더 키웠습니다. 학교 측의 초기 대응과 경찰의 수사 그리고 피해자 가족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은 2월 10일 오후 6시경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 A씨가 8세 김하늘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자해한 상태로 발견되면서 알려졌습니다. 김하늘 양의 부모는 아이가 학원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학원으로부터 받고 오후 5시 18분경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학교 측도 오후 5시 50분경 경찰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신고 접수 4분 후 관할 구봉지구대를 시작으로 경찰, 가족,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학교 내·외부 운동장 인근에 대해 16차례에 걸쳐 김하늘 양의 위치를 추적했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김하늘 양 위치추적을 통해 학교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색을 해 나가던 중, 김하늘 양의 할머니가 학교 2층 시청각실 내부에 있는 자재 보관실에 김하늘 양과 A 교사가 있는 것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합니다.
현장에 출동한 구봉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잠긴 자재 보관실을 강제 개방하고, 119 공동 대응으로 김하늘 양을 병원에 호송했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경찰은 현재까지 A 교사의 진술과, 학원 차량이 도착해서 김하늘 양이 돌봄 교실을 나온 시간 등으로 범행 시간을 오후 4시30분에서 오후5시경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건 초기, 학교 측은 가해자가 돌봄전담사라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정식 교사였던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더 큰 문제는 가해 교사가 우울증 등의 문제로 휴직했다가 작년 말 20일 만에 병원으로부터 업무에 임해도 된다는 진단서 한 장으로 복직한 상태였다는데 있습니다. 교육당국은 사건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가해 교사를 용의자로 두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가해 교사는 범행 후 자해를 시도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습니다. 경찰은 가해 교사의 차량, 주거지, 휴대전화, 병원 진료 자료 등을 확보하여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하늘양은 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가려고 나섰으나 교사에게 시청각실로 끌려가 참혹한 변을 당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 김하늘 양의 빈소엔 “우리 하늘이의 꿈은 장원영”이었다는 아버지의 인터뷰에 화답하듯 빈소에 아이브가 보낸 근조화환도 놓였다고 합니다.
김하늘 양의 부모는 “아무 죄 없는 아이가 가방 메고 학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교사에게 끌려가 죽었다”며 비통함을 호소했습니다.
김하늘양의 빈소는 대전 서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습니다. 많은 조문객들이 빈소를 찾아 슬픔과 분노를 표하고 있습니다.
피해를 볼 기간제 교사와 전담교사들에 대한 고려없이 학교는 초기에 “정식교사가 아니라 돌봄전담사”라고 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정식 교사가 아닌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학교 측의 잘못된 발표로 인해 돌봄전담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기간제 교사와 전담사들의 신뢰도와 직업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 대청봉 학교에서 만나면 당차게 “아저시 안녕하세요. 저 태이예요”라 하는 1학년 태이(여 7)는 전날부터 맨 앞에서 줄곧 앞장섰었습니다. 종종 뒤 따라온 언니와 오빠들이 배낭을 풀고 앉으려 할 때 “선생님 이제 출발해요”라 말해 “너는 맨 앞에서 먼저 혼자 선생님과 가니 가장 먼저 도착해 오래 쉬지만 우린 이제 쉬려는데 또 간다고 해”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태이야 힘들지 않아?”라 물었더니 “힘들지만 앞에서 걸으니까 먼저 도착해 쉴 수 있어서 앞에서 갈래요”라고 당차게 대답했습니다. ⓒ 정덕수
공교롭게도 저는 사건이 발생하던 날 새벽에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학교의 일반 교사도 아닌 교무담당 교사로부터 수반을 사용해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게 꽃꽂이로 장식한 사방화를 아내가 요구받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시 학교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제게는 교무라 하더라도 직접적으로 전화를 하지는 못하고, 아내에게 전화로 졸업식장의 탁자를 장식할 꽃꽂이를 요구했던 것입니다.
아내는 제게 어느 정도 크기로 해야 되겠느냐고 묻고자 전화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학교가 존치되도록 힘썼고, 딸아이는 함께 졸업을 하는 학생도 없이 혼자 졸업하는 말 그대로 나 홀로 졸업식을 치러야 할 처지인데 도저히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졸업식장을 보다 근사하게 꾸미고야 싶었겠지만 그건 학교에서 자체 예산으로 감당할 부분입니다. 졸업생의 부모에게 요구할 내용이 아니란 얘기입니다. 혹여 졸업생의 부모가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하더라도 그게 아무리 선의의 뜻이라 할지라도 거절해야 하는 게 도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교무담당 선생과 행정실 서무까지 시켜가며 전화를 했습니다. 당시 저는 제가 통화하며 들었던 말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래은이 아버지, 교무선생님께서 아이가 치르는 졸업식장을 멋있게 꾸며주시려고 꽃꽂이를 해오라고 했는데 그걸 교장선생임한테 일러요. 래은이 졸업식장이 썰렁해도 괜찮아요? 아이가 졸업을 하면 의당 알아서 해야 되는데 래은이 아버지는 왜 그래요? 교무선생님 화 많이 났어요. 사과하세요. 작년엔 임OO이 엄마가 꽃꽂이 엄청 큰 거 해 와서 멋지게 꾸민 거 래은이 아빠도 봤잖아요. 부모를 떠나서라도 운영위원장이라면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예요.”
그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부모에게 촌지를 받던 습성을 제도적으로는 막았지만 부모나 학교의 운영을 위해 구성된 운영위에게까지 무언가를 바랍니다. 더구나 운영위원장들에겐 은근히 학교의 난제들을 해결하도록 압박하기도 합니다. “래은이 아버님 이번에 학교에 시청각실을 보강하려고 하는데요”라 시작되는 말이라면, “당신이 운영위원장이잖아. 그러니까 시청각실을 좀 근사하게 꾸미게 돈을 보태란 말이요”란 소리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운영위원회의를 할 때 세입과 세출항목을 일일이 챙겨 터무니없이 책정된 컴퓨터유지관리비부터 복사용지비용은 물론이고 여러 부분의 세목들을 모두 들춰냈기에 학교장이나 교무선생은 물론이고 행정실장까지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적당히 넘어가 주어야 되는데 복사용지 가격과, 컴퓨터유지관리비란 항목 등으로 눈가림을 해 유용하는 비용들을 모두 밝혀내니 짜증 많이 났다는 사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전화에 이렇게 대답해주었습니다.
“래은이 아버지라 하시는군요. 이거 사적인 전화인가요? 사적인 전화라면 사적인 입장에서 말씀드리고, 공적인 전화라면 호칭부터 똑바로 하세요. 나이가 한 살 더 많다는 건 알고 있고, 나 보다 한 살 어린 선배와 함께 결혼해서 살았기에 마치 본인이 제게 형수님으로 대접을 받아야 된다는 생각이시라면 실수하시는 겁니다. 그 친구는 학교는 청강생으로 다녀서 그렇지 저보다 한 살 아랩니다. 어떻게 형수가 됩니까? 그리고 아직 혼인관계도 아니고 이미 이혼을 했고, 다른 선생과 사실혼 관계로 오간다는 사실까지 제가 모르고 있는 줄 아십니까? 그 선생 전근 간 이유 알려드릴까요?”
“그럼 래은이 아버지가…”
“그랬습니다. 제 자식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죠. 아이들이 본받을 행동을 해야 되는데, 이 관사도 둘이 함께 기거했었다는 사실까지 모두 알면서 묵묵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부모라도 사실을 알면 아이들 입장을 생각해야… 당연하게 취할 행동을 했지만, 모두 퇴직까지 하게는 하지 않았고, 한 사람 전근 가는 걸로 마무리 지었으니 그걸 오히려 고마워해야 정상 아닌가요. 그리고 꽃꽂이 왜 그런 걸 부모가 졸업식장을 꾸며야 된다고 생각하시죠? 저는 그렇게 못합니다. 래은이한테는 제가 설명하고 이해시키면 되니 걱정 마시고, 왜 그런 일로 남의 부부 다투게 만들어요? 졸업식 오늘 안 해도 됩니다. 이미 아이들 엄마도 졸업식에 안 오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전화하지 마세요.”
당시 정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퍼부었습니다. 모범이 되어야할 교사나 행정실 등 학교관계자도 사람이란 건 잘 압니다. 실수도 할 수 있고, 아프거나 괴로운 일도 있지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 대해 늘 경계심이나 지니고 꼬투리나 잡는 못난 놈도 아닙니다. 존경을 받을 수준은 못되더라도 드러나게 못난 짓은 하지 말아야 되는 위치란 사실을 망각하고, 추태나 부리며 사랑에 눈이 멀어 철부지 아이들처럼 행동을 하는 건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이번 대전의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김하늘 양 사건도 교사들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변명과, 자기애에 빠진 교사와 교직자들이 투철한 교육자 정신으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분들까지 욕을 보게 만드는 일이 다시 발생했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 자식들을 기르며 겪은 교육현장의 실상과, 제가 사는 고장에 대해서는 최대한 제 선에서 해결하고 외부에까지 알려지기는 꺼려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고쳐서 모든 일들을 제가 직접 겪은 사실 그대로, 보고 느낀 일들에 대해 지난일이라 할지라도 모두 하나씩 밝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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