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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혼란과 폭력을 자유민주주의 수호라 외치다니

by 한사정덕수 2025.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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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즐기지 않는 분들도 최근 세상 돌아가는 현상을 뉴스로 만나며 저절로 술 생각이 날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더구나 윤석열이 구속되며 이제 제대로 잠을 잘 수 있겠다 싶었는데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를 기다리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는 뉴스를 확인하고 쉴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 금방 잠이 드나요.

 

전등까지 모두 끄고 누웠지만 뒤척이다 최근 새로 몸에 익은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들었습니다. ‘서울서부지법에 윤석열 지지자들이 담을’ 이 뉴스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벌떡 일어났지요. 리모컨을 찾아 TV를 켜고 다시 노트북도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그렇게 다시 잠을 설치는 날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몇 가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러 멀지 않은 마트로 가는 길에 오랜만에 외출인지라 조금 욕심을 냈습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바닷가를 잠시 걷고 싶었던 겁니다. 겨울바다라거나 뭐 그런 낭만을 찾아서가 아니라 탁 트인 바닷가에서 시원한 바람이라도 한껏 호흡하는 사치를 누려볼 요량이었지요.

 

시내버스가 읍내 시장입구에서 정차했다가 출발하고 구 터미널을 지날 때 뒤에서 “어젠 기어코 법원으로 달려갔더라고. 아주 후련하게 작살을 내더구만. 대통령을 세상천지에 구속시키는 놈들이 어딨어. 그런 놈들은 싹 다 잡아 죽여야 돼”란 말이 들렸습니다. 두 사람이 남들이 듣거나말거나 아주 격정적인 어조로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유튜브를 보며 만난 소식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윤석열을 구속시키는 공수처와 판사를 아주 못된 놈들이라 했습니다. 들리는 목소리로 미뤄 나이도 제법 되었음직한 남자와 여자는 주변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지, 아니면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이 되기라도 하여 자랑스럽게 외치려는 의도인지 말이 거침이 없었습니다.

 

2년 전 새로 지어 옮긴 종합터미널을 지나 얼마 안 되어 낙산바닷가가 있는 조산리였지만 잠시 더 가서 내리기로 마음먹고 설악해수욕장에 정차한다는 안내방송을 듣고서여 일어섰습니다.

 

평소 극우 유튜브에 대해 이야기는 들었고 서울에 다니러 갔을 때 광화문광장에서 극우단체의 집회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2017년 머물던 자리를 향하고 있을 때 손에 스마트폰을 치켜들고 방송을 하는 듯한 몇 사람을 본 기억이 났습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방송을 해서 저렇게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믿고 공수처나 야당을 빨갱이라고까지 말하며 잡아 죽이겠다고 격분할까 싶더군요. 극우 유튜브에 대해 말들은 많지만 검색을 해도 어떤 방송들이 있는지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나식 정리를 해 놓을 필요가 있겠다 싶더군요.

 

서울서부지법에서의 폭동 사태는 역사의 한 장을 암울한 색으로 칠해버리는 참담한 사건이입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지지자들을 그동안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자들은 맞기는 할까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외치고 주장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는 진정성을 찾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그런 그들의 본색을 드러내준 순간이구나 싶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본이 송두리째 흔들리며 폭력과 혼란의 그림자가 법원을 뒤덮었습니다. 이 거친 파동 속에서 법원은 마치 해일 앞에 서 있는 작은 배처럼 휘청거렸고, 법과 질서는 무자비한 폭력에 짓밟히는 모습을 목도하며 또 다시 우리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법의 이름 아래 고요해야 할 깊은 밤 시간의 법원은 거친 욕설과 무질서로 뒤덮였고, 그 혼란을 뜬 눈으로 지켜보며 수많은 이들이 심한 모욕감을 느꼈고 또 다시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가 다시 한 번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시험대에 올랐음을 알리는 경종이었으며, 정의와 진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다시금 섣부른 용서와 화해가 무용하다는 사실을 각성해야 되었습니다.

 

예순은 넘겼을 노년의 사람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많게 보아야 마흔, 그보다 더 어린 나이의 사람들에 의해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를 스스로 짓이겨 밟고 닥치는 대로 부수는 모습을 보며 ‘지금의 직장 초년생들,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나이 든 우리가 먼저 실천하고 있노라 했던 의견을 거두어야 되는 건 아닐까 고민합니다.

 

더구나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20일 법사위에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입장을 보이는 듯하면서도 법원과 경찰이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모순적인 발언으로 일관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불순한 세력이 개입했는지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이번 사태를 내란에 준하는 폭동으로 규정하고 여권의 선동으로 사태가 촉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본질과 동떨어진 논쟁을 펼쳤습니다. 법사위에서는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전날,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부지법 담장을 넘다가 체포된 사건에 대해 "곧 훈방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밝히며 이 발언은 폭동 사태를 부추긴 것으로 비판했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이후 자신의 발언이 폭동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비판에 대해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불행한 사태의 도화선은 대통령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와 그에 성난 민심이지, 제 발언이나 행동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윤 의원은 경찰청장에게 연행된 지지자들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 사실이 확인했다고 더불어민주당의 여러 의원들이 발언했습니다.

 

또한 일찍이 논란이 되었던 김민전 의원이 국회에서 발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했던 백골단과 윤상현과 권성동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했던 발언들이 이번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주장을 서영교 의원이 지적한 끝에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의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관련해 "서부법원 같은 사태는 정말 있어서는 안 되고 이런 일이 재발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런 사태가 촉발된 이면에는 법원이 여러 가지로 공정성을 의심받을 그런 결정들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던 사실을 꼬집자 한동안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서영교 의원은 "전두환도 법원엔 안 들어갔다. 윤석열은 국회에 총기를 갖고 오고 실탄을 장전해 갖고 왔다"며, 이번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법적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의 박은정 의원은 국민의힘은 “5관왕”이라며 몰아붙였는데 이는 전두환과 노태우의 12·12와 5·18로 내란사범으로 구속되어 사형선고까지 내려진 사건과, 이명박은 다스 사건으로 구속되고, 박근혜는 국정농단으로 구속되며 윤석열의 구속까지 5명이 구속된 사실을 꼬집은 겁니다. 지금까지 자유당부터 시작해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단 1명의 대통령도 역사의 심판을 받지 않은 대통령이 없기에 국민의힘으로서는 반박할 여지도 없지만 여전히 속된 말로 얼굴에 철판을 깐듯합니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되어 1·19 서울서부지법 윤석열지지자 폭동사건까지 국회 법사위에서 진행된 현안질의마다 매번 참석하다시피 한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의 답변 태도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대해 "내란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는 개인적인 견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발언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김석우 법무장관권한대행의 발언 태도를 지금까지 지켜 본 바로는 그는 객관성을 상실하고 우유부단하게 어떻게든 자리나 지키려는 모습으로만 비쳐집니다. 법치를 수호해야할 법무부장관대행의 모호한 발언과 행동은 극우세력에겐 자칫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명분을 줄 수도 있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이처럼 단호하게 법치를 헤치는 행동을 단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안질의에 출석한 검경 수뇌부들은 모호한 발언과 행동을 그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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