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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향기/시인의향기

그렇게 우리의 봄날은 온다.

by 한사정덕수 2025.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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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들의 이름조차 호명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의 서로 끈끈하게 연결 지어진 커넥션도 관심 없습니다. 때 되면 자연스럽게 줄줄이 꿰어 정리되어질 대상 정도로 생각하면 마음이라도 편하지 싶습니다.

이른 새벽 다시 악목에 시달린 듯 깨었어도 깬 거 같지 않은 상태로 노트북을 열고 시 한 편을 잡고 매달렸습니다. 그만큼 정신이 맑지 못하다는 반증이겠지요.

 

제가 참 좋아하는 판화작품인데요, 유대수 작가의 2017년 광장에서의 작품 ‘봄이 온다’입니다. 새벽에 2016년 겨울에서 2017년 봄까지의 다양한 자료들을 정리하다 이 작품을 들고 한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렇게 봄날은 온다.

 

감춰진 내막이 있었을 법한

일에는 늘 애매한 몸짓을 보여

안 되는 줄 알면서 겨울 찬바람에

해 저문 밤 하얗게 얼음 꽃 핀

남루한 옛 사랑 이야기 들어야하나

소리 없이 깨어나는 새벽인데

간절히 붙잡아도 시간은 미련 없고

눈물로 애원해도 떠날 사람인데

광화문 네거리에 황색불 깜박이면

초록빛 신호등 밝혀 길을 열어주리

아, 그렇게 길을 열며 봄날은 온다.

 

함성도 잠든 이른 새벽

찬바람 부는 광화문 네거리에

신호등에 발 멈추고 바라본

남산타워 조명은 시리지만

간절히 빌었던 우리의 염원이

달을 밀치며 여명이 비치니

피맛골 어두운 골목에도

따스한 햇살 한 조각 스며들 때

빌딩 사이로 커피향 풍겨오고

청계천 이팝나무 꽃망울 따라

광장 분수대 아이들 즐거이 웃는 날

아, 그렇게 서울의 봄날은 온다.

 

아- 꽃피고

새들의 노래 즐거운

푸르른 우리의 희망을 노래하며

푸르고 푸르른 봄날은 온다.

 

푸르른 우리의 희망을 싣고

푸르고 푸르른 봄날은 온다.

 

잘라내고, 버리고, 새로 다시 단어를 선택해 이미지를 형상화하기를 반복하다 정오를 넘겼습니다. 저도 이젠 집착이란 중증의 병을 앓는 듯합니다. 더 깊어지면 곤란한 일인데 말입니다.

 

, 저들이 어떤 수단을 쓰던 봄은 우리 곁에 이미 당도해 있습니다. 며칠 전 그렇게 많이 내렸던 눈도 볕이 잘 들지 않는 음지에나 잔설로 희끗하게 남겨졌을 뿐 모두 녹았습니다.

봄눈 녹듯 한다는 말 그대로 아무리 도 다시 추위가 닥치더라도 시작된 봄을 막지는 못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2025년 봄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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