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와의 약속, 그리고 봄의 초대
지난 며칠 동안, 유튜브 채널 OnYou-Park(朴온유)의 구독자가 20만 명을 넘어서기를 기다렸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응원이 모여 이루어진 숫자였고, 그 숫자가 도달하면 온유가 ‘소담 소담 초미니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구독자 중 한 사람을 찾아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었습니다.
저는 응원하는 마음으로 처음엔 그냥 가볍게 댓글을 남겼습니다. ‘설마 내가 당첨될까’ 하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누가 되든 상관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온유의 노래가 누군가의 공간을 찾아가 울려 퍼질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기적처럼, 추첨의 결과가 제 이름으로 정해지는 영상을 온유가 보낸 링크로 만납니다.
온유가 직접 추첨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남겨졌습니다. 담담하고도 진솔한 목소리로 온유가 말했습니다.
“제가 20만 명의 구독자가 넘으면 찾아뵙는 ‘소담 소담 초미니 콘서트’를 열어 드리기로 약속 드렸습니다. 그리고 해당 영상에 댓글을 달아 주신 분들이 총 일곱 분이신데요, 그럼 추첨을 하겠습니다. 보이시나요? 당첨되신 분은 정덕수 선생님입니다. 날짜는 조율을 해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곱 명의 이름을 놓고 마우스 커서를 ‘추첨’으로 이동시킬 때까진 차분한 목소리였는데… 화면에 ‘5 정덕수’ 이렇게 제 이름이 기록되자 웃으며 “보이시나요”라 합니다. 온유도 뜻밖의 결과였다고 합니다.
저는 화면과 온유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순간, 마음이 묘하게 일렁였습니다.
온유가 부르는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 날이 온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장소는 설악산 오색약수 근처로 정했습니다. 온유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날짜와 장소를 조율하는 과정마저도 꿈결 같았습니다.
설악산. 오색약수. 그곳에서 온유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한계령의 봄
햇살이 스며든 숲에 바람이 속삭이고
솔잎 끝 맺힌 물방울 빛으로 반짝여
긴 겨울 품었던 고요한 숲에도
그대의 노래가 퍼져 오네
향긋한 바람, 노루귀꽃 피어나
숲의 속삭임 들리나요
끝없이 닫혀 있던 빗장을 열고
설악의 봄이 찾아왔어요
햇살 아래 피어나는 이야기
나뭇가지마다 수줍게 움트는
우리 마음에도 봄이 피어나요
산새의 노래로 아침이 밝아오고
부드러워진 산길에 초록이 인사해
설렘이 물든 이 숲의 풍경 속에
그리운 그대 이름을 불러요
깊은 침묵으로 기다린 시간
포근히 감싸 줄 푸른 바람
한계령 넘나드는 설악의 바람 함께
다시 새봄, 우리 희망을 노래해요
산의 품에서 노래를 들으면, 바람과 나무가 함께 박자를 맞춰 줄 것입니다. 계곡의 물소리가 피아노 선율처럼 흘러가고, 새들이 고운 코러스처럼 배경을 이루겠지요. 자연이 무대가 되고, 노래가 시간이 되는 순간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날 온유는 어떤 곡을 부를까?
그 목소리는 어떤 바람을 타고 울려 퍼질까?
노래란 결국 사람의 삶과 가장 가까운 언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노래로 울고, 노래로 웃고, 노래로 기억을 되살립니다. 노래가 흐르면 사라진 시간도 되돌아오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날, 온유의 노래는 봄과 함께 가장 깊은 곳에서 잠자던 어떤 기억을 깨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된 것은 작은 댓글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그 댓글이 저를 설악의 봄으로 이끌었고, 온유와의 약속을 이루어졌습니다.
어느덧 봄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온유와의 약속된 날도 50일 남짓 남았을 뿐입니다. 그날, 설악산에서 온유의 노래와 함께 짙은 설악의 봄을 맞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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