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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향기/시인의향기

겨레의 빛이 되고, 역사의 소금이…

by 한사정덕수 2025.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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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박온유 가수와 잠시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노래패 활동을 했었다는 온유에게 어떤 민중가요를 불렀었느냐고 물어서였고, 온유를 통해 인디언수니에 대해 더 많이 이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518 묘역에서 인디언수니가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었는데 여기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조만간 온유가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더 많은 노래들을 만나기를 희망하면서

 

20161124일 광화문광장 캠핑촌에서 오후 2시 무렵으로 기억합니다. 핸드폰과 노트북을 충전하고 사용하려면 할리스 커피숍을 이용해야 되었는데, 3층 창가에서 광장을 내려다보니 어린 학생들이 몇 명 모이고 있었습니다.

가방을 챙겨 곧장 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노트북가방을 텐트에 넣어두고 학생들이 왜 모였을지 알아볼 생각으로 노란리본공작소 앞으로 갔습니다. 세월호 수학여행 학생들의 선배로 보이는 안산에 거주하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모습의 청년들이었습니다.

그 옆엔 여고생 둘이 재잘거리며 승려인지, 그저 절에 다니는 보살인지 애매한 이의 일을 돕고 있고, “청와대 가보는 날펼침 막을 든 청년들 뒤엔 손병휘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광화문미술행동이 진행하는 깃발행진 시각의 아우성이 탑골공원부터 시작된다 합니다. 2016년 겨울 광장에 서야 했던 기억을 지우기도 전 다시 깃발을 들고 광장에 나서야 되는 슬픔 현실이 반복되는 31절을 앞두고 문득 퇴임을 앞 둔 전두환에게 전날 헌시를 바친 김춘수란 시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두환에게

 

님이시여 겨레의 빛이 되고 역사의 소금이 되소서

님이 태어나신 곳은 경상남도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 내동 마을

한반도의 등줄기 소백의 긴 매 뿌리 뻗어내려 후미지고 아늑한 분지를 이룬 곳

천구백삼십년대의 어느 날 님의 일가는 일본 제국주의의 그 악마의 등쌀을 견디다 못해 정든 땅

이웃을 버리고 머나먼 남의 땅 만주벌판으로 내쫓기는 사람들처럼 억울하게 억울하게 떠나가야만 했으니

그 때 가족들의 간장에 맺힌 한과 분은 아직도 여리고 어린 님의

두 눈과 폐부에 너무도 생생하게 너무도 깊이깊이 박히었을 것입니다

님이 헌헌장부로 자라 마침내 군인이 된 것은 그것은 우연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천구백칠십구년 가을에서 팔십년 사이 이 땅 이 겨레는 더할 나위 없는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우선 그것부터 끄고 봐야하듯이 우선 치안을 바로잡고

우선 인심을 안정시키고 우선 경제의 헝클어진 운행을 궤도위에 올려놓아야만 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해내기 위하여 천구백팔십일년 새 봄을 맞아 마침내

제 5공화국이 탄생하고 님은 그 방향을 트는 가장 핵심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보십시오 님께서 단임으로 평화적 정부이양을 실천한 일 그것입니다

건국 이래 가장 빛나는 기념비적 쾌거라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님은 선구자요 개척자가 되었습니다

그 자리 물러남으로 이제 님은 겨레의 빛이 되고 역사의 소금이 되소서

님이시여 하늘을 우러러 만수무강 하소서

 

저들이 워낙 빨간색을 사랑하기에 크게 인심을 썼습니다.

이 시엔 겨레의 빛, 역사의 소금…’이라는 구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두환의 군부독재, 바로 그 5공화국 당시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춘수에겐 마태복음 513 : 절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없어 다만 밖에 버리워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14: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기우지 못할 것이요이상으로 칭송할 하나님과 동기동창으로 비쳐졌을 겁니다.

 

훗날 1994년 서울에서 열린 어느 모임에서 김춘수가 자신의 국회의원 경력에 대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며 반성과 속죄의 말을 한 적이 있다는 증언은 있다지만 그 또한 믿을 바 못 됩니다. 변절자는 언제고 또 다시 변절할 기회와 이유를 찾기 마련입니다.

 

저는 20161124일 광화문광장 캠핑촌 건너 할리스커피숍에서 광장에 나부끼는 깃발은을 썼습니다. 내일 탑골공원과 광화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이 시로 그분들에게 마음으로 전합니다.

 

광장에 나부끼는 깃발은

 

광장엔 바람 불고 깃발 일렁인다.

거센 외침은 하늘로 번져가고

바람이 실어 나르는 것은 허망한 꿈이 아니야

반듯하게 밟을 자유와

반드시 되찾아야 할 우리의 희망

짐승의 시대를 지나

사람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하네

침묵 속에서도 꽃향이 번질 거라 믿었니

눈감으면 어둠이 사라질 줄 알았니

그 망각과 나태가 우리를 이곳으로 불러냈으니

차가운 광장엔 서릿발 분노가 불꽃처럼 타오른다.

 

설마, 아닐 거라며 눈을 감았던 날들

아니,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봐야

계절은 깊어지고 바람은 더욱 매서워지는데

이제 돌아서기엔 길이 너무 멀고

뒤로 물러설 곳도 되돌릴 순간도 없어

저기, 저 무리들을 보라

양의 가면을 쓰고 감춘 발톱을 숨긴 채

거짓 눈물을 흘리지만 속으면 독니를 드러내리니

그 뿌리까지 뽑아야 하네

불의 앞에 선 순간, 길은 다시 안개 속에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길을 잃을 것이야

 

희망의 북소리 둥- 둥 울려 대지를 깨우고

광장은 우리의 함성으로 출렁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단 하나.

짐승의 세상 아닌, 사람의 세상을 향해

광장엔 바람 불고 깃발 일렁인다.

그 깃발마다 새겨진 염원이 하늘에 닿을 때까지.

 

진정한 겨레의 빛이 되고 역사의 소금이 되기로 한’ 그들에게 함께하지 못하는 마음을 이렇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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