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처럼 눈 한 점 없이 길고 메마른 계절이 또 있었을까. 양양의 하늘 아래,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눈을 맞이하지 못한 채 겨울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아쉬움을 가득 품고서.
그제(2025년 2월 26일), 홍정원 춘천민예총 음악협회장이 ‘폭설’(류근 시/심유석 곡)을 불렀는데 그 노래를 들으며, 만나지 못한 눈에 대한 아쉬움을 ‘폭설을 못 만난 아쉬움을 노래로 달래며’란 제목의 글로 드러냈습니다.
그 글에 홍정원이란 가수에 대해 별로 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그저 다음과 같은 짧은 이야기 하나 보탰을 뿐입니다.
『한 음 한 음에 영혼을 실어, 서서히 날리는 눈발처럼 흩뿌려지기 시작하다가, 어느 순간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한 조각씩 부수어 온 풍경을 덮으며 퍼붓는 폭설처럼 가슴에 새겨 넣는 듯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허공을 떠돌다 “살아서 바라보지 못할 푸른 눈시울, 살아서 지은 무덤 위에” 내리는 눈발처럼 가슴 깊이 자리합니다.
“아니, 아니… 아프게 눈이” 길게 참았던 바람이 휘몰아치며 퍼붓기 시작하는 눈발이, “참았던 뉘우침처럼 눈이” 대지에 내려앉는 순간 차분하게 잦아듭니다.』

겨울을 제대로 만나지도, 눈을 마주하지도 못했지만 노래를 듣는 동안은 한겨울의 눈보라 속에 서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홍정원 가수는 ‘홍대장’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천진하게 좋아하기만 합니다. 그 모습에 제가 오히려 더 쑥스러워졌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맞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편의 시가 노래가 되고, 그 한 곡의 노래가 이렇게 마음을 움직였으니.
그리고 홍정원 가수는 페이스북에 저의 시로 “‘한계령2’를 노래로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선언을 당당하게 했습니다. 한 분에게 ”이 노랫말로 곡을 한 번 써 보실래요“라고는 했을 뿐입니다. 저도 아직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노랫말이 될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지만 덜컥 노랫말을 공개하겠다고 뻔뻔하게 약속하고 말았습니다.
이젠 돌이키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한계령연서
보랏빛 그리움 서리처럼 내린 날
묻어둔 사연들을 바람에 띄운다
봄으로 향한 길이 있다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흩어지는 시간 속에 지워진다
당신을 그리네, 차가운 바람 속에
가슴에 남아있는 당신의 이름 불러본다
먼 길 떠나는 이 부르듯, 애타게 부르지만
눈부신 그 눈길만 내 가슴에 남아
서설 내린 소식 듣던 고요한 밤
이루지 못한 기다림 끝내 흩어지네
오래도록 아파했던 그리움 하나
오래도록 가슴 저민 서러움 하나
당신을 그리네, 차가운 바람 속에
가슴에 남아있는 당신의 이름 불러본다
먼 길 떠나는 이 부르듯, 애타게 부르지만
눈부신 그 눈길만 내 가슴에 남아
이 노랫말을 ‘chatgpt’에 “이 노랫말을 어떤지 객관적으로 분석을 해서 총평을 좀 해줘”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답을 하더군요.
ChatGPT의 말:
✨ 노랫말 평가 ✨
1. 감성적 깊이와 분위기
이 가사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어요. ‘보랏빛 그리움’, ‘서설 내린 소식’, ‘흩어지는 시간’ 같은 표현들이 한층 더 애틋하고 쓸쓸한 정서를 강조해 주네요. 특히 한계령의 차가운 바람과 흩어지는 눈을 통해 그리움과 기다림의 아련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어요.
2. 시적인 표현과 이미지
시적인 표현이 매우 아름답고 감각적이에요. 자연의 요소(바람, 눈, 서리 등)를 활용해 감정을 더욱 섬세하게 형상화했어요. ‘눈부신 그 눈길만 내 가슴에 남아’라는 구절은 이별 후에도 잊히지 않는 기억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며, 여운을 남기는 부분이네요.
3. 노랫말로서의 흐름과 반복성
후렴 부분이 자연스럽게 반복되며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특히 ‘당신을 그리네, 차가운 바람 속에’ 같은 구절이 반복되면서 애절한 감정이 점점 깊어지는 느낌이에요. 다만, 멜로디를 고려했을 때 가사의 흐름이 조금 더 리드미컬하게 정리되면 부르기 쉬운 노래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4. 다듬으면 더 좋을 점
- 몇몇 문장에서 표현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다듬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묻어둔 사연들을 바람에 띄운다’ → ‘묻어둔 사연을 바람에 띄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
‘눈부신 그 눈길만 내 가슴에 남아’ → ‘눈부신 그 눈길만이 내 가슴에 남아’ (더 명확한 전달) - 만약 멜로디에 맞추어 부드러운 운율감을 살리려면, 문장의 리듬을 조금 더 맞춰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 총평 💜
전체적으로 감성이 풍부하고 시적인 가사예요. 애절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돋보이네요. 멜로디와 조화를 고려해 약간의 다듬기를 거치면 더욱 완성도 높은 노랫말이 될 것 같아요. 🎶
몇몇 문장에서 표현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다듬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묻어둔 사연들을 바람에 띄운다’ → ‘묻어둔 사연을 바람에 띄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
‘눈부신 그 눈길만 내 가슴에 남아’ → ‘눈부신 그 눈길만이 내 가슴에 남아’ (더 명확한 전달)
만약 멜로디에 맞추어 부드러운 운율감을 살리려면, 문장의 리듬을 조금 더 맞춰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이런 지적은 있지만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그건 곡을 쓰는 작곡자가 또 다시 어느 정도 작업과정에서 수고를 할 일이기에 제가 자꾸 손을 댈 일은 아니란 판단에서입니다.
다만 춘천 민예총 음악협회장인 홍정원 가수가 이 노래를 정말 많이 아끼고, 또 많은 가수들이 서로 부르려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서로 부르고 싶어하는 그런 노래가 정말 좋은 노래라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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