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2 소설 한계령 5 ‘따뜻한 밥’ 5.설이 지난 뒤, 나는 전날 아버지가 가져다준 까만 털실로 짠 모자를 기분 좋게 눌러쓰고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포근하고 따뜻했다. 새 모자를 쓰고 큰집에 가면, 달달한 고구마를 많이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아침밥상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리밥과 된장국이 올려져 있었다. 장수와 인자는 말없이 숟가락을 들었고,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동생들의 볼은 차갑게 상기되어 있었지만, 입안에 밥을 넣고 씹을 때마다 조금씩 따뜻해지는 듯했다. 조용한 식사 시간, 숟가락이 그릇을 긁는 소리만이 공기 속을 채웠다.장수는 내 모자를 힐끔 바라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의 눈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모자를 다시 눌러썼다. 장수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아무 말 .. 2025. 3. 7. 소설 한계령 3 ‘할머니와 따뜻한 밥’ 3.아버지는 이른 아침, 할머니가 지으신 밥과 시래기 된장국으로 아침을 드셨다. 밥 한 숟가락을 크게 떠 된장국에 말아 후후 불어 드시던 아버지는 몇 번 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겠어.” 문풍지가 부웅 소리를 내며 찬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거 같았다. 나는 두려움에 몸을 움츠렸다. 아버지는 마당을 내다보며 중얼거렸지만, 그 말이 꼭 바람에게 대고 하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바깥일을 미리 짐작하는 시골 어른의 감각— 나는 그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무서웠다. 아버지는 마치 바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할머니는 아버지의 밥그릇에 반찬을 하나 더 얹어주며 말했다. “배 든든히 채우고 가야 힘쓰지.” 아버지는 말없이 밥을 마저 비우고 물 한.. 2025. 3. 6.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