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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향기/시인의향기

그 한 사람 없이 난파선에 탄 우리인가?

by 한사정덕수 2025.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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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문 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책이 읽히지 않는 시대고 읽힌다고 하는 책이 대부분 경제또는 부자과 관련 된 내용으로 오래전부터 채워진걸 아는 마당에, 시를 읽는 눈에 대하여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노릇이란 사실도 잘 압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시를 읽고 시를 짓기 위해 단어들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뜬 눈으로 밤을 보내기도 합니다.

 

시를 창작한다는 건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행간을 좀 더 풍요롭게 하고, 슬픔과 환희의 순간 기억 한 편에서 아련한 영상처럼 떠 올리게 할 수 있다면 역할은 다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희망 한다발 주세요 -명사 30인의 좌우명·애송시김장호 지음 / 동아일보사 간에서 현 대통령 이명박이 가장 좋아하는 애송시라고 밝힌 건 뜻밖에도 함석헌 선생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였습니다의외입니다제가 선입관을 갖고 이명박 이라는 사람을 판단 한 것일까요?

 

먼저 함석헌 선생님의 시를 보겠습니다.

 

그 사람은 가졌는가.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두어라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젊은 날에 만나야 할 시인 함석헌명상 P145

씨알의 사상을 설파하고 민주를 염원하며 민주투사로 한 생을 살다 가신 어른의 시를 가장 사랑하고 애송한다니 고마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진정 그 분의 삶과 철학을 닮고 싶어 한다면 이란 전제를 달고 말이지요.

 

지금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애송하는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나 함석헌 선생의 사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제겐 각인되어 있습니다. 함석헌 선생님께서 민주주의를 염원하던 운동가라면, 이명박은 그 민주주의를 거슬러 독재에 가까운 자기중심적 판단으로 똘똘 뭉친 허황(虛荒)’을 꿈꾸는 몽상가에 불과하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습니다.

 

그의 말과 행동은 씨알의 사상이 아닌 껍데기의 사상으로 겉치장만 요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시를 보는 시각도 사람에 따라 다르고 그걸 판단하는 기준도 다르기는 합니다. 각도를 달리 하고 보면 분명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 맞춰 의미를 지니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도, 스스로 보수주의자라고 하면서 진보 중의 진보인 함석헌 선생의 시를 가장 좋아하는 애송시로 꼽았다고 하니 그들도 정체성이 불분명 한 모양인 듯 싶습니다.

 

동아일보도 보수지향주의고 진보성향의 인사는 빨갱이로 모는 집단에 속해 있는데, 이 점을 눈치도 못 챈 모양이었습니다. 저야 존경해 마지않는 분인 함석헌 선생님이지만, 그들은 분명히 진보 성향의 사람들을 빨갱이로 치부하지 않는가 말입니다. 빨갱이 함석헌의 사상에 물 든 이명박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정체성이 없는 사람이란 것을 보여 준 것이었습니다. 또한 그만큼 다양한 자료가 없는 단순한 사람이란 걸 여실히 증명한 꼴이 됐었습니다.

 

정말 중심에 서고 싶다면, 그 중심의 중심인 핵심을 파악 할 줄 알아야 하며, 그런 까닭에 옛 선인이나 정치인들은 시를 읽었습니다. “탔던 배 꺼지는 시간 /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만 놓고 보더라도 스스로 구명대를 사양할 사람이 이명박은 아니란 제 판단이 과연 틀린 것일까요?

 

왠지 탓던 배 침몰하는 시간, 그나 그의 주변 인사들은 너나없이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어린 아이들이나 여성보다 먼저 구명대를 사용하겠다고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씨알의 사상은 스스로 이 나라의 주인의식을 지니라는 사상으로 모든 국민이 모두 주권자란 이야기입니다. 억압과 압제의 대상이 아닌 진정한 참주인이란 말로, 그들의 말이 곧 법인 세상이 참 된 민주주의가 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물었었습니다. 그들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갔고 거짓과 탐욕으로 끝내 법의 심판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언론을 장악할 생각이나 하고, 국민들의 발언대가 되어 있는 미디어를 호도하기에만 급급하여, 당장 해결해야 할 국가의 중대사는 총리의 대정부 답변에서도 엉뚱한 소리나 하였었습니다. 자기변명에나 급급한 모양을 보니 한심스러웠고, 우리 서민들의 신세가 통탄스러울 뿐이었습니다.

 

구명정 빼앗긴 채 내동댕이쳐진 난파선의 난민들이 우리란 말인가?”

 

껍데기만 보고 겉치장만 요란한 시대! 그 중심에 이명박 정부가 있었고, 도 다시 무능한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이어 윤석열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지금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니지 싶은데… 그들은 참으로 뻔뻔한 모습을 당연하게 드러내고도 낯 뜨거움을 모릅니다.

 

정치란 연애시가 아닌 철학과 교육적 가치관이 뚜렷한 사상시라 보이는데 그들은 어떤 철학도 없이 거짓말을 하면서도 정직한 사람을 도리어 거짓말쟁이로 호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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