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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향기

영혼을 부르는 피리 퀘나… 마름디자인

by 한사정덕수 202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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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퀘나를 연주하는 남미 연주가의 모습으로, 유투브의 나타 오케스트라 공연 영상에서 구한 화면입니다.

 

퀘나(Quena : ‘께나라고도 발음하지만 원주민 언어로 들었을 때 퀘나가 맞는 듯 하더군요.)는 아주 오래 전 존재하던 아틀란티스의 사람들이 쓰던 악기라고도 전합니다.

 

음악 연주뿐만 아니라 신계(神界)와의 교류를 통하는 제사장이 영감을 받아들이는 목적으로 쓰였으며, 퀘나를 연주하면 중력을 이기는 힘- 반중력, 물체를 들어 올리거나 자신이 떠오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아틀란티스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겨우 도망친 몇몇이 안데스 산맥에 정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영감을 받아들이는 힘을 잃었기 때문에 이후 퀘나의 소리는 영감을 잃은 상실감으로 인한 비탄의 소리를 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페루에서 온 어느 연주자가 들려주었습니다.

▲ 퀘나는 원래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의 정강이 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사람의 정강이 뼈로 만든 퀘나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마름디자인의 흑단으로 제작한 퀘나에 정말 반했습니다. 그 까닭에 2006년 이 글을 처음 썼습니다.

 

이 퀘나란 악기는 지금은 대부분 단단한 나무로 제작되지만, 초기엔 죽은 사람의 정강이뼈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아무나의 뼈가 아닌 자신이 사랑한 이의 죽음을 맞았을 때 그의 정강이뼈로 피리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그게 퀘나인 것이지요.

 

악기의 구조는 그만큼이나 단순하고, 각각 비슷한 소리는 내지만 분명하게 연주하는 이의 폐활량이나 지공(연주를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음역을 맞추기 위하여 구멍을 뚫는 일)된 상태 등에 따라 천양지차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단단한 나무(마데라)와 같은 소재나 대나무(밤부)로 만들어 진 악기로 연주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퀘나는 여타 피리들과는 달리 그만의 아주 독특한 음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마도 고유의 음색을 살리기 위해 입술이 닫는 부분을 상아와 같은 뼈로 만드는 까닭이 아닐까 합니다.

 

퀘나의 연주를 들어보면 무언지 모를 애잔함이 담겨 있습니다. 울림 자체가 지닌 음의 깊음에서도 그런 감정이 느껴지겠지만어쩌면 정복군에게 점령을 당한 안데스 원주민들의 옛 영화를 그리는 감성적 발로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랑하는 이의 정강이뼈로 퀘나를 만들어 일생동안 지니고 다니며, 이미 떠나간 이가 그리울 때면 품에서 꺼내 연주했을 그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퀘나로 연주되는 음악들은 감성을 자극하고, 저녁노을에 비낀 산정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서 있는 거친 모습의 사내가 그려집니다.

▲ 퀘나를 연주하는 남미 연주가의 모습으로, 유투브의 나타 오케스트라 공연 영상에서 구한 화면입니다.

 

퀘나로 연주되는 대표적인 곡으로는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가 있습니다. 안데스 음악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전에 이미 그들의 민속음악에 대하여 많은 뮤지션들이 안데스적인 음률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전 세계에 알렸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곡 중 하나가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입니다. 사이몬&가펑클이 부른 덕에 더 유명해지긴 했지만, 이 곡은 안데스 적 음색을 살려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다니엘 알로미아스 로블레스(Daniel Alomias Robles)’에 의해서입니다. 스페인이 라틴 아메리카 지역을 강제 점령하며 자원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학살하는 과정에서, 1780년에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칸키(Jose Gabriel Condorcanqui)를 중심으로 봉기가 일어납니다. 결국 이 봉기로 콘도르칸키는 1781년 붙잡혀 사지를 찢기고 머리가 잘리며 처형당하게 되었던 역사에 대하여 알게 된 뒤, 그를 기리며 1913년에 콘도르칸키에 관한 이야기를 주제로 오페레타 콘도르칸키의 테마음악으로 이 곡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퀘나와 샴뽀냐로 연주하는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를 들으면 그토록 애잔한 느낌으로 감성을 아리게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연주는 때론 산으로 오르는 구도자의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하고 산정에서 바람을 타고 유유히 비행을 하는 콘도르처럼 자유로움을 느끼게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돌이 날고 창이 던져지고 함성과 비명이 처연하게 그려집니다. 먼지 자욱한 전장의 모습이 그대로 애잔한 음률에 담겨, 꼬리깐차(Coricancha : 태양신을 모시는 잉카인들의 신전인 황금의 집)에 드리던 기원이요 열망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 열망과 비감의 선율이 바로 퀘나의 음색이 아닌가요. 바다에 격랑이 이는가 하면 한 없이 고요한 호수에 달빛이 잔잔히 깨지는 이미지를 그려 보여주기도 합니다.

 

쓸쓸함을 부추겨 눈물이 맺히게 하는가 싶으면, 가없는 사랑의 선율로 상처받은 영혼들을 살그머니 감싸주는 살가운 자비를 베풀기도 하고요. 퀘나의 선율이 잉카의 왕 뚜빡 아마루가 아마존에서 스페인의 추격병들의 손에 붙들려 끌려오던 심정처럼 격랑에 흔들리게 하고 파초처럼 영혼을 헤집어 흔들어 놓았다면, 이제 시링크스의 정령이 우리의 영혼을 순수의 문을 열어 서서히 호흡을 고르게 하듯 팬 플루트와 삼뽀냐의 선율이 우리의 감성을 애달프게 적셔옵니다.

 

많은 이들이 이 곡을 팬 플루트로만 연주 한 것으로 아는데, 실상은 안데스의 민속악기인 퀘나와 샴뽀냐로 연주를 하며 중반부에 들리는 북소리는 야마의 가죽을 털을 제거하지 않은 채 제작한 봄보(bombo : 남미 안데스 지역의 타악기 가운데 하나. 손질되지 않은 털이 붙어 있는 가죽이 양면에 붙여진 큰 북으로, 방망이와 나무 막대기를 이용하여 연주한다. 사방 5km까지 들리는 독특한 소리가 특징입니다.)’란 타악기로 적당히 둔탁한 저음을 내는데 그 때문인지 가슴 밑바닥부터 서서히 슬픔이 들어앉는 듯합니다.

▲ 마름디자인의 흑단으로 제작한 퀘나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이미지로 지금은 제가 간직한 이 이미지만 남았습니다.

 

이 퀘나를 국내에서 제작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디자인 전문 회사인 ()마름Mauem입니다. 연관된 인터넷 사이트로는 ‘Mareum design’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자유롭다라는 건 어디까지나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산물입니다. 이미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우리는 희생과 절제와 규칙이 있고 그걸 지켜야 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건 결국 디자인 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디자인 되어지는 상품이라 하더라도 분명하게 지켜져야만 할 규칙이 있습니다. 편리성과 상품의 질이 높아야 하는 것이겠지요.

 

마름의 악기들은 분명히 그런 규칙들을 지키고 생산되어지는 명품들이더군요. 그런 명품을 소장하는 이들은 최고의 연주가를 꿈꾸는 이들일 겁니다. 명품이 명인의 손에 쥐어지고 명인의 호흡과 함께 음을 만들어 내는 건 말 그대로 천상의 음률이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언어와 문자라도 사용하는 이의 감정적 사고관의 차이에 따라 조악한 잡문이 될 수도 있고, 명시나 명작으로도 변모할 수 있듯 말이지요. 그렇듯 마름에서 제작하는 모든 악기는 최선을 다한 명품들임에 들림이 없더군요. 마름의 퀘나는 인도네시아, 인도, 스리랑카산 흑단(감나무과<Ebenaceae> 감나무속<Diospyros>에 속하는 열대지역의 나무)으로 제작합니다. 흑단은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검은빛과 적갈색이 조화롭게 무늬를 지닌 심재를 17~18년간 건조시켜 사용하는데 견고성은 쇠에 비견될 정도로 우수합니다.

 

그런 견고한 심재를 사용하기에 가공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으나 가공을 마치고 악기로 탄생한 퀘나는 정말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꼭 들어맞을 만큼 미려함을 자랑합니다.

 

제가 직접 본 퀘나는 그 종류만도 몇 가지인지 모를 정도로 많습니다만, 대부분 음역의 통일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소재도 정말 다양하더군요. 남미지역에서 들여 온 퀘나를 보면 그런 점을 더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간혹 지하철역이나 다양한 공간에서 이 악기로 연주하는 시아이(Sisay)와 같은 남미 인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이 연주하는 악기의 소재가 연녹색을 띤 목제나 대나무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귀를 잘 기울여 들어 보면 연주를 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음색을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전 세계 어느 민족도 퀘나의 원래 주인인 남미 인들 만큼 퀘나를 연주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악기인 대금이나 단소를 그 어느 나라의 민족보다 더 잘 연주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다 대금과 단소를 연주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제작을 하는 입장으로 바뀌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술력과 통일 된 데이터(통계적 수치)를 응용하여 제작을 하게 되면 그만큼 동일한 음질과 음역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리드 부분(취구부)은 마모성이 적은 강화플라스틱 소재입니다. 바로 금색으로 보이는 부분입니다. 오랜 시간을 퀘나와 같은 호흡으로 바람을 불어넣어 연주하는 악기들은 습기와 바람, 체온의 영향을 받아 변형 될 수 있습니다. 그 점에 착안하여 마름에서는 내구성이 높은 강화플라스틱 소재로 이 리드 부분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로고 하나에서부터리드를 연결하는 목제부분의 마감까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형을 최소화 될 수 있어 원형의 모습을 유지하며 한결같은 음을 내도록 하고자 하는 정신과, 만약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변형에 대하여서도 제공되는 최상의 서비스 정신은 퀘나만이 아니라 마름의 악기를 사용하여 보신 분들께서 공통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 마름디자인이 새롭게 도전한 전기차시장에 시판하는 아이레온 3입니다.

▲ 마름디자인이 아이레온 3보다 조금 더 큰 소형트럭도 시장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확인한 결과 마름은 전기차 시장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 그곳 가족들이 모두 자동차 디자인을 했던 분들이라는 건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정말 다행이다 싶습니다. 자동차디자이너들이 오카리나와 퀘나를 제작하고, 젓가락이며 촛대를 제작하고 있었으니아이레온(https://ireon.net/)이란 전기차를 직접 시판하였음을 퀘나와 오카리나에 대해 썼던 글을 찾고자 검색을 하던 중에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마름디자인의 장준호 대표님도 이젠 나이가 든 모습이시고요. 하기야 저도 20년 세월 어쩌지 못하고 이만큼 나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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