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삭은 맛’을 적고 “왜?” -박온유 가수
영상을 플레이 하시고 글을 읽으셔도 됩니다.
‘곰삭은 맛’, 흘러간 이라기엔 적절하지 않겠군요. 아주 적절하게 알맞게 배분한 시간의 깊이에 따라 풍미가 더해진 맛의 깊이라면 알맞은 말이겠습니다. 갈망하는 무언가를 위해 시간을 적절하게 안배해 기다림의 기대를 지니고 부패와 발효의 절묘한 경계선에서 만난 가장 깊고 그윽한 풍미가 느껴지는 맛, 다른 글을 쓰며 OnYou-Park(朴온유)의 노래를 반복적으로 듣다 느낀 감정입니다.
음식도 아닌데 웬 곰삭은 맛으로 이야기 하느냐 할 수도 있겠군요. 박온유 가수에게 노래 부른 것 중에서 한 곡만 파일로 달라고 부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2곡의 노래를 받아 반복해서 들으며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사실 박온유 가수가 유튜브에 담은 노래들은 제법 챙겨 들었지만 노랫말과 곡을 직접 쓰고 연주와 노래까지 모두 해내는 입장에서 그래도 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 무엇일까 싶어서 부탁을 했던 겁니다.
많은 이들이 땀 흘려 수고를 해 보람을 얻기보다 그저 열매만 취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박온유 가수는 땀 흘리는 이만이 누릴 수 있는 참된 보람을 이미 찾지 않았겠나 싶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한강 작가의 아버지는 제가 정말 닮고 싶은 어른이십니다. 소설가로 알려진 그 분께서 시집도 내셨는데 그중에서 ‘달 긷는 집’에 다음과 같은 시가 있습니다. 이 시를 처음 만났을 때, “한승원 작가께서 집필실을 해산토굴이라 하시니 그럴만하다 싶었습니다. 남녘에서 ‘해산토굴’이라 하니 새우젓을 삭히는 토굴이나 승려가 수행이나 거처로 이용하는 토굴 절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지네와 새우젓
내가 허름한 토굴 하나 짓고 사는 뜻은
빠듯하고 음음한 시궁에 나를 위리안치 시키고 삶과 글을 곰삭히려 함인데
토굴 바람벽 틈으로 들어온 지네 한 놈은 두리번거리며
“대관절 어떻게 생긴 벌레인데 이런 큰 돌굴을 파놓고 살고 있는 거야?”
한밤에 침입한 또 다른 놈은 내 손가락을 물고 독을 주입하면서
“야아, 횡재했다! 내 평생 먹어도 다 먹지 못할 큰 벌레 한 마리 잡았다!”
군청문화관광과 사람들이
나 찾아오는 사람들 편하게 한다고 마을 어귀에
‘해산토굴’ 이라는 입간판 세워놓은 뒤로
몇몇 사람은 토굴에 모신 부처님 배알하겠다고 오고,
몇몇 사람들이 새우젓 사겠다고 찾아왔습니다.
하긴
내가 하늘경전 바람경전 구름경전을 모신 채 내 삶을 곰삭게 하는 토굴이나
새우젓을 맛깔스럽게 익히는 토굴이나
그게 그거일 터입니다.
이 시 ‘지네와 새우젓’은 또 다른 인연으로 만나게 됩니다. 도서출판 ‘푸르메’에서 2008년 10월 펴낸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를 통해서입니다. 108가지 글쓰기 비법 가운데 32번째 비법으로 ‘멋스러움과 슬픔의 간격을 이해하라’의 예문으로 다루어졌습니다.
제가 박온유 가수의 노래를 듣다 곰삭은 맛이란 단어에 꽂히고, 이 글의 서두를 써 놓고 난 뒤에 먼저 쓰던 3편의 글을 정리하다 딸아이 일로 외출을 했습니다. 외부의 일을 정리하고 돌아와 먼저 시작한 글들을 블로그에 담아두고서야 잠을 청했습니다. 그럼에도 “왜 박온유 가수의 노래를 듣다 불쑥 곰삭은 맛이란 느낌을 가졌을까”에 마음이 껄끄럽게 걸렸습니다. 자칫 그 뜻이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 올 문장이 되겠기에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다른 글을 쓰지 못하겠더군요.
새벽까지 이 문제를 못 풀고 고민을 했습니다. 어이없는 일입니다. 이미 서두에 “아주 적절하게 알맞게 배분한 시간의 깊이에 따라 풍미가 더해진 맛의 깊이라면 알맞은 말이겠습니다. 갈망하는 무언가를 위해 시간을 적절하게 안배해 기다림의 기대를 지니고 부패와 발효의 절묘한 경계선에서 만난 가장 깊고 그윽한 풍미가 느껴지는 맛, 다른 글을 쓰며 OnYou-Park(朴온유)의 노래를 반복적으로 듣다 느낀 감정”이라고 밝혀놓고도 필요없는 고민을 붙잡고 헤맸습니다.
그리고 문득 정말 “곰삭은 맛을 아주 적절하게 밝혀놓은 글이 있었는데…”로 생각이 방향을 틀게 되었고, 한승원 작가님의 ‘지네와 새우젓’을 기억해내게 되었으니 다행이지 싶습니다. ‘어마어마한 장치들로 무장하고, 세상의 음을 내는 온갖 악기들을 동원해 근사하게 귀를 현혹시키는 다양한 음악들이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박온유 가수의 공개된 노래들은 단조로울 수 있는 악기로 연주를 하고 조용히 읊조리듯 노래를 부릅니다.
아주 빼어나서 곰삭은 맛이라 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읊조리듯’ 이라 한 표현처럼 차분하고 맑게 부르는 노래여서 그의 노래는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아마도 노래로 부르기 위해 곡을 붙이기전 먼저 영문으로 시를 쓴 듯합니다. 그리고 곡을 붙이며 조금 다듬고 고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longing
One of my favorite quotes from literature is this.
“Everybody knows nothing but what he has tamed,” said the fox.
“People don't know anything now because they don't have time.
They go to the store and buy things that are already made.
But no store sells friends, so people have no friends now. If you want to have friends, tame me!”
If you have any questions, feel free to comment.
We'll do our best to answer them.
Lyrics
One little light that falls gently
Soon after, you come looking for me
I'm glad to see you, even if I say hello to you
You pass by without giving me a single glance
I walk for a while and come back again
But you walk away again without saying a word
Tick-tock-tock-tock-tock-tock-tock
How many times have we been back and forth?
When my memory of counting your steps becomes fuzzy
The pretty you that was hovering greet me as much as me
I send you away *2
갈망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학 명언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사람은 자기가 길들인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몰라요.” 여우가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들은 상점에 가서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구입합니다.
하지만 친구를 파는 가게가 없기 때문에 이제 사람들은 친구가 없습니다. 친구를 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이세요!”
질문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댓글을 남겨주세요.
최선을 다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가사
살며시 떨어지는 작은 빛 하나
이윽고 네가 나를 찾으러 와
만나서 반가워요 인사라도 해도
넌 나한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가네
한참을 걷고 다시 돌아와
그런데 넌 또 아무 말 없이 떠나가
째깍째깍 째깍째깍 째깍째깍 째깍째깍
우리는 몇 번이 나왔다 갔다 했습니까?
너의 걸음 수를 세던 기억이 흐릿해질 때
맴돌던 예쁜 네가 나만큼이나 반갑게 맞아주네
너를 보낸다 *2
위의 영문을 그대로 옮겨 번역을 한 상태에서 노래를 듣노라니 ‘Lyrics(가사)’라 적은 바로 아래부터 노랫말로 쓰게 되었지 싶어 “그리움 노랫말 적어주세요”라 하고 기다렸습니다. 대구의 한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입장에서 점심시간이나 휴식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답을 주겠지 싶어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답을 받았습니다.
溫柔 : 사무실에서 잠시 쉬는 시간 시계를 벗어 놓고 무심히 바라보다 시계바늘의 운동을 보았고 그리운 이의 얼굴과 겹쳐지면서 쓴 시에요.
그것을 가사로 조금 변경했지요.
그리움
-박온유
살며시 내려앉은 작은 빛 하나
이내 뒤따라 네가 찾아든다
반가워 가만히 눈인사 건네 보아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지나친다
한참을 걸어 다시 돌아오지만
다시 말없이 멀어져 간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몇 번을 오갔을까?
네 걸음을 세던 내 기억이 아득해 질 무렵
맴돌던 예쁜 네가 저만치 인사한다
아른거리는 너를 보낸다.
그렇습니다. 예상은 맞은 듯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대로 글을 완성해가면 되겠다 싶을 때 위의 번역된 내용을 맞는지 물었던 질문의 답을 받았습니다. 제가 착각을 했더군요. 박온유 가수는 “처음부터 그리움이었고 발매시 영어 제목이 필수여서 Longing 이라는 영문 제목을 사용했어요”라고 답을 주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리움이란 제목으로 시를 쓰며 노래를 먼저 만들고, 위의 영문으로 된 문장은 유튜브에 올리며 적어놓은 노래에 대한 영어로 최대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틈틈이 박온유 가수의 영상들을 보던 중에 150,000명 구독자를 실시간으로 넘기는 기록을 지켜보는 영상을 만납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149,900명에서 150,000명을 넘어서더군요. 그 순간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지를 정도로 순수한 모습을 그 영상에서 만납니다. 그리고 자신의 공간을 공개하는데 정말 음악을 위해 태어나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느껴지기에 충분했습니다. 거기엔 마이크라고 보이기보다는 마치 작은 스피커처럼 보이는데 마이크라고 하는 장비가 있었습니다. 노이만 마이크인데 서브로 사용한다면 다시 검정색 방음 스펀지를 들추며 메인마이크라며 소개를 하는데 그 마이크도 노이만이라 하더군요.
노이만(neumann microphone)은 기본적으로 2,000,000원대는 되는 고급 장비입니다. 정말 방송국에서나 사용하는 장비 정도라 할까요. 그런데 서브마이크와 메인마이크 둘 모두 노이만이라 합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 아니라면 그렇게는 욕심내지 못하지 싶습니다.
이쯤 되면 사실 글을 전부 뜯어 고쳐야 되겠는데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의 실수가 때로는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입니다. 아 박온유 가수의 유튜브 계정을 알려드려야겠군요. 아래 이미지에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그녀의 유튜브 계정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타이틀 이미지입니다.
박온유 가수라면 이 시엔 어떤 곡을 붙일지 궁금해집니다.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고, 시란 애초 어느 정도 음률을 담았기에 그대로 악보로 옮길 수도 있겠지만, 같은 시라도 독자들은 저마다 다른 시각으로 판단하고 분석하듯, 곡을 쓰는 이들도 서로 전혀 다르게 표현을 합니다.
서러움에 대하여
쭈욱 걸어가면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걸
막연히 그리움만 키우고만 있었네
채 반나절 걸음이면 족하다는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그리움 그리 깊었네
길어야 나흘 걸으면 족한 고향을
한동안 어떻게 나서야 될지 안타까움 키웠네
그리움이 감자 싹 돋듯 자라면
안타까움이 감자꽃 피듯 달빛에 피면
서러움이 아득해진다는 걸 그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도 배울 수 있었네.
또 다른 하나는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시詩가 아닐가 싶은데 이 시는 2014년 2월에 썼습니다. 강엔 얼음이 빈틈없이 얼어있는데 그 위로 상류로부터 눈과 얼음이 풀리며 물이 넘쳐흐르더군요. 바람이 불었고, 옥빛 얼음위로 흐르던 물은 물결을 일으키며 무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물결을 바람이 연주를 하며 일으키는 파동 같았습니다.
봄 여울
봄 여울은 바람에 몸을 맡겨
물풍금 잔잔하게
무늬를 그려내고 있을 때
육탈된 숲 가득 온기가 스며든다
누가 계절의 오고감을 안다했던가
저 홀로 오건만 반갑다 마중하는 이 없고
바람만 몸 푼 봄 여울 물풍금 치는데
살며시 물결에 몸 맡기는 몇 그루 나무
부둥켜안고 여전히 멈출 줄 모르는 걸
지켜보고야 알아차렸어 봄을
그렇게 잉태하고 있다는 걸
봄 여울이 바람에 몸을 맡겨
물풍금 치는 속내를…
인연의 오고감을 누가 안다했던가
오고 가고, 가고 오건만 부질없어라
바람만 몸 푼 봄 여울 물풍금 치는데
살며시 물결에 몸 맡기는 몇 그루 나무
부둥켜안고 여전히 멈출 줄 모르는 걸
지켜보고야 알아차렸어 봄을
그렇게 잉태하고 있다는 걸
봄 여울이 바람에 몸을 맡겨
물풍금 치는 속내를…
때때로 전혀 다른 공간에서, 또 전혀 다른 대상을 놓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기도 하지요. 그와 반대로 같은 대상을 놓고도 전혀 다른 생각과 감정을 지니기도 하고, 다른 표현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봄볕 나른한 봄을 기다리는 마음만큼은 지칠 정도로 긴 추위를 건너온 이들이라면 같은 마음 아닐까 싶습니다.
朴온유, 또는 溫柔박이나 OnYou-Park으로 이름을 적어야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고 찾아지는 박온유 가수가 ‘박온유’로 가장 먼저 기억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또 다시 좋은 계기로 온유 가수에 대해 이야기를 할 날이 빠른 시기에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