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란사건 제4차 기록
누가 내란의 죄를 저질렀는가
- 그 밤,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한 자는 누구?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8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나 말의 내용은 위태로웠고, 선택한 단어 하나하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의 핵심을 무너뜨리는 선언처럼 들렸습니다. 그는 “종북 반국가 세력”이라는 극단의 언어로 정치적 반대자들을 지목했고,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라 칭하며 헌법이 보장한 입법 기능을 적대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 기관이 한순간에 국가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로 규정되었을 때, 저는 묻게 되었습니다. 과연 괴물은 누구인가. 누구의 손에서 체제가 무너지는가를 말입니다.
비상계엄은 헌법 제77조에 명시된 중대한 조치이며, 전쟁이나 국가 존립 자체가 흔들릴 때에만 가능다고 밝혀두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내세운 사유는 여당의 불리한 정국, 야당의 탄핵 발의, 예산 삭감과 같은 통상적 정치 갈등이었습니다. 민주주의에서는 갈등이 일상이자 본질인데, 그는 그 갈등을 반역으로 치환하여 전시에 준하는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선언을 했습니다. 그 밤의 말들은 단순한 권위의 언어가 아니라 권력을 위한 교란의 문장이었고, 그 속에서 민주주의는 적으로 취급되고 있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웠던 것은 그 말 속에 담긴 언어의 폭력성입니다. ‘종북’, ‘반국가’, ‘괴물’, ‘만국의 원흉’과 같은 표현들이 무차별적으로 동원되며, 대통령과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은 모두 체제 전복자로 묶였습니다. 이는 정치적 반대자를 제도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명분이었고, 동시에 국민을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는 고전적인 통치 기술입니다. 그는 “저를 믿어달라”고 말했지만, 믿음을 강요하는 방식은 사랑이 아닌 복종이며, 그것은 민주주의와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방식입니다.
그날 밤 10시 30분 무렵부터 저는 깊은 갈등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장면을 목격하고도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글로 기록할 것인가에 대해서입니다. 누군가는 이 말을 선동이라 부를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그 글 한 편으로 저를 지워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 생각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떠오른 문장 하나가 저의 손끝을 노트북으로 이끌었습니다. 글은 저항이 아니라 기록이며,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 밤을 증언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두려움과 외면 속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지워지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써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된 다음 날 오전 0시 40분,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재석 의원 190명이 여야를 막론하고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는 데 단결된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없었던 이들이 무려 110명에 달했습니다. 국회의원 300명 중 3분의 1이 넘는 인원이 이 중대한 순간에 자리를 비우고 있었던 겁니다. 이들 중 일부는 경찰이 국회를 통제하여 들어오지 못했다고 했고, 또 일부는 지역 행사로 인해 복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의원은 어떤 해명도 없이 침묵했고, 몇몇은 “제가 있을 곳이 아니다 싶었다”거나 “정보가 없어 대기 중이었다”고 말하며 상황을 방관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민석, 박범계, 추미애, 전재수, 이개호 의원을 포함한 17명이 표결에 불참했고, 국민의힘에서는 무려 90명의 의원이 자리를 비웠습니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이주영 의원과 진보당의 윤종오 의원까지도 본회의장에 없었습니다. 정치는 선택의 기록이며, 그 선택의 부재 또한 정치적 선언입니다. 침묵은 입장이며, 회피는 입장의 지연일 뿐 결코 중립이 될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이라면, 특히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파제라면, 헌법을 회복하는 이 결정적 장면에 반드시 있어야 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 자리가 권력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국회 본회의장을 지켜보며 바로 이런 의외의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의석이 비어 있는 공간들이 언뜻 더 또렷해 보였습니다. 출석한 이들의 표결이 만장일치였다는 점은 안도할 만한 일이지만, 동시에 그 만장일치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부재의 책임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국민은 표결의 결과뿐 아니라, 그 자리에 없던 얼굴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민의의 대리자가 자리를 비웠다는 것은 단지 물리적 결여가 아니라 민주주의로부터의 이탈이기 때문입니다.
표결에 고의적으로 불참한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이 절대다수이지만 어찌되었거나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국회의원의 이름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더불어민주당(17명) : 김민석 김정호 박범계 박수현 박용갑 안규백 양문석 이광희 이개호 이기헌 이병진 이춘석 장종태 전재수 정동영 추미애 황정아
◇국민의힘(90명) :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고동진 구자근 권성동 권영세 권영진 김건 김기웅 김기현 김대식 김도읍 김미애 김민전 김상훈 김석기 김선교 김소희 김승수 김예지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김태호 김희정 나경원 박대출 박덕흠 박상웅 박성민 박성훈 박수영 박준태 박충권 박형수 배준영 배현진 백종헌 서명옥 서일준 서지영 서천호 성일종 송석준 송언석 신동욱 안상훈 안철수 엄태영 유상범 유영하 유용원 윤상현 윤영석 윤재옥 윤한홍 이달희 이만희 이상휘 이성권 이양수 이인선 이종배 이종욱 이철규 이헌승 인요한 임이자 임종득 정동만 정점식 정희용 조배숙 조승환 조은희 조정훈 조지연 주호영 진종오 최보윤 최수진 최은석 최형두 추경호 한기호
◇개혁신당(2명) : 이준석 이주영
◇진보당(1명) : 윤종오
본회의장에는 또 하나의 낯선 풍경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원이 아닌 인물이 의원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한때 법무부 장관이었고, 그 무렵에는 여당의 당대표일 뿐인 한동훈 전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 뒤쪽 중앙 출입구 앞에 앉아 있는 장면이 화면에 포착되었습니다. 그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며 본회의장에서 어떤 자격도 갖추지 않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국회의 한가운데 앉아 있던 모습은 헌정 질서의 상징적 무력화처럼 여겨졌습니다. 그 자리는 권력의 관습이 아니라 헌법이 허락한 권위로만 채워져야 할 공간인데도, 국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대놓고 무시하는 장면으로 연출되었고 그 누구도 그에게 묻지 않았기에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조용한 쿠데타처럼 민주주의 공간을 점령하는 권력의 얼굴로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 확신했기에, 기억에 깊이 각인시켜두고 있었는데 며칠 뒤 의문이 풀리게 되었습니다. 괴물은 늘 포효하며 다가오지 않는데, 한동훈은 바로 그런 괴물의 마수를 피해 민주당 의원들의 도움으로 그 자리로 피신해있었던 것입니다.
2024년 11월 20일에 마무리 된 공영방송 KBS는 박장범이라는 인물에 대한 국회에서의 인사청문회가 있었습니다. 공영방송 KBS는 새로운 사장으로 그를 맞이해야 되는 어이없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는 정권의 깊은 신뢰를 받으며 사장직에 지명되었고,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철회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정국에서 사장으로 자리합니다. 이후 공영방송의 뉴스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계엄령 선포와 관련된 비판적 목소리는 대폭 줄어들었고, 방송은 점점 공백의 서술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이 사라지면 말이 사라지고, 말이 사라지면 기억도 사라지는 법입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는 순간, 침묵은 기술이 되고 진실은 외면의 영역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또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지도 모르는 계엄의 전조라고 느꼈습니다. 말이 통제되기 시작할 때, 이미 민주주의는 한 쪽 다리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갈등의 조율이며, 민주주의는 그 갈등을 견디고 극복하며 앞으로 나가는 제도라 생각합니다. 갈등을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는 스스로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며, 모든 반대자에게 ‘괴물’이라는 낙인을 찍는 정치는 자신이 괴물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권력의 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하게 다시 묻고 싶습니다. 괴물은 누구인가? 법을 지키려는 자를 배신자로 만드는 정치인가? 아니면 권력을 지키기 위해 헌법을 파괴하는 정치인가?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헌법이며 지도자의 말이 아니라 국민의 의지입니다.
말이 칼이 되는 시대에 쓰는 자는 침묵할 수 없습니다. 지워질지 모르는 문장이더라도 누군가는 말하고 있었다는 흔적은 남겨둬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이 문장들이 부디 헌법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의 작은 증언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서도 그 밤의 부재와 침묵을 기억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민주주의는 다시 걸어갈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저는 믿습니다.
끝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이 벌겋게 얼굴이 달아오른 상태로 TV화면을 점거하고 발표한 비상계엄령 전문을 기록합니다.
비상계엄 선포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하였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입니다.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대책 예비비 1조 원, 아이돌봄 지원 수당 384억 원,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 1천억 원을 삭감하였습니다. 심지어 군 초급간부 봉급과 수당 인상, 당직 근무비 인상 등 군 간부 처우 개선비조차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입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하겠습니다.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마는,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 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