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향기/시인의향기

민중 저항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한사정덕수 2025. 2. 2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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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일과 그 며칠 전 백기완 선생님의 시와 활동하시는 모습에 대해 오마이뉴스에 소개했었습니다. 198012월 지으신 걸로 아는 시 묏 비나리는 이미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식에 기념곡으로 제창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안 된다는 주장으로 맞섰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작시입니다.

2008년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광주518 민주화운동의 기념곡으로 제창되어 왔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부터 다시 기념곡으로 제창되었습니다.

기왕 임을 위한 행진곡노래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전에 광장에서 불쌈꾼 백기완 선생과 함께 한 163!에 소개했던 묏 비나리에서는 “”로 표시를 해 두긴 했으나 그 부분만을 먼저 원본 그대로 만나보고, 광장에서 불쌈꾼 백기완 선생과 함께 한 163!도 다시 살펴 블로그로 옮겨 소개하겠습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구비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산 자여 따르라

 

시와 노래가 느낌은 같지만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도 많으리라 봅니다. 노랫말은 약간의 편집이 가해진 뒤 악보에 맞춰지다보니 원작시 그대로를 노랫말로 쓰지 못했을 겁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이제 익히 아는 노래로 눈에 쏙 들어오리라 생각됩니다. 조금 다르게 편집이 되었어도 여전히 그 감동은 살아있습니다. 백기완 선생의 뜨거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느낌말입니다.

 

바로 이 시를 쓰셨던 백기완 선생님께서 지난 2016년 촛불정국에서 여러 편의 시를 촛불시민들에게 전하셨습니다. 먼저 왜 촛불을 들었느냐란 질문들을 받았을 때 답변으로 딱 맞는 시부터 소개합니다.

 

오늘 우리들의 촛불은

 

오늘 우리들의 촛불은 앞만 밝히자는 게 아니다

죽을죄를 짓고도 잘못했다는 말 한 마디 없는

저 뻔뻔한 박근혜는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죄악의

극한까지 넘어선 끔찍한 범죄꾼이란 걸

우리 온 세계에 선언하자

 

오늘 우리들의 촛불은 비록 길거리에 섰으나

어떤 것이 사람이요

어떤 것이 참이며

어떤 것이 우리들의 희망이란 걸

이 하늘땅에 나부기는 깃발이 되자

 

그렇다. 그 희망으로 갈아엎어야 한다

박근혜와 그 부패의 뿌리를 발칵 갈아엎어야 한다

하지만 이 썩은 구조는 그대로 놔둔 채

사람만 바꾸자는 건 우리가 겪어온 것처럼

새시뻘건 사기 협작이다

 

촛불이여 그 무엇도 믿질 말자

제 몸을 태워 빛을 내는 촛불만 믿자

제 몸을 태워 거짓과 참을 바꾸고

세상과 역사를 왕창 바꾸는 촛불만 믿자

 

우리 지치지도 쓰러지지도 말자

맨손 맨몸으로 나왔으되 길 잃은 앞날의 길라잡이로

촛불이여 눈물 젖은 촛불이여 한없이 가물대면서도

해와 달이 꺼져도 너만은 너만은

거침없이 타올라라 남김없이 타올라라

 

-민중총궐기에 띄우는 불쌈꾼 백기완 선생님의 촛불출정 비나리

 

촛불은 조용한 선언이고, 행복한 세상을 향하여 끊임없이 갈구하는 우리들의 희망 바로 그것이엇습니다.

광장에 늘 울려 퍼지던 노래가 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로 시작되는 노래였습니다. 이 노래를 제목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로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가 제목입니다라 대답을 하자 왜 진실과 침몰을 동시에란 질문이 재차 돌아왔습니다. 윤민석이 작사작곡한 이 노래는 20144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경쾌한 느낌이라 많은 이들에게 별 거부감 없이 전달되었고 부르게 된 걸로 보입니다.

 

광장에서 바로 그 노래를 들으며 백기완 선생님의 시를 만났습니다. 20161224일 제9차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의 촛불집회가 있었습니다. 이 촛불집회에 백기완 선생님께서 시 한 편을 기원(비나리)으로 내셨었습니다.

 

오늘도 나는

 

오늘도 어째서 빈손이냐고 하면

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오늘도 나는

비록 빈주먹이지만 불끈 쥐고 나왔다고 말하겠다

그런데 어찌해 지팡이냐고 하면 보시라

내 눈에 활활 불을 당기고 있다고 하겠다

그 까닭이 무어냐고 하면

세상을 몽땅 쌔코라뜨린 박근혜가

나는 하나도 죄가 없다는 그 소름끼치는 거짓말

그건 한낱 개수작이 아니다

이 세상의 참과 도덕을 몽조리 학살하는 범죄요

인류의 문명에 대한 참혹한 침략이라

그것을 깨트리지 못하면 우리 사람이 죽되

창피하게 죽는 거라 벗이여

우리 모두 살기가 힘들어도 호미와 삽이 되시라

그리하여 저 거짓의 무덤 그 바닥까지를 왕창 엎어버리자

이 피눈물은 곡괭이가 되고

이 시름은 쇠스랑이 되어

착한 것이 주인 되고 어진 것이 기둥이 되는 아,

우리 천 년의 한을 푸는 그날까지

우리부터 몸과 마음이 갈라서질 말자

나 하나와 역사가 갈라지지도 말고

그렇다 끝장이다 박근혜의 거짓말 독재 끝장 낼 때까지

벗이여 오늘도 말없이 앞장서는 벗이여

 

그렇습니다. 이 시는 우리가 대대로 끊지 못했던 참과 도덕의 말살에 맞서는 민중을 위한 격문입니다. 광장의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닌 우리가 주인입니다. 주인이 그동안 억압을 받아왔었습니다. 그 억압의 굴레를 벗고자 촛불을 들고 나왔던 것인데, 또 다시 적당히 타협하고 물러서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이 무렵 그동안 비교적 조용하다 싶던 수구세력들도 서서히 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의 탄핵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어 파면이 되는 걸 막으려는 준비를 그들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할 때 광장은 조용하지만 늘 깨어 움직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투쟁방식이 아닌 조용하면서도 끈질기고 굽혀지지 않는 저항운동이 시작된 시점입니다.

 

이 글들을 정리하려고 저는 그 순간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자 유튜브에 들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찾았습니다. 몇 년 지났죠? 뉴스를 통해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와 다른 정치인들을 구금하고 국정을 장악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난 뒤로 기억되는데, 어느 날인가 이 군부에 항거하는 민중들이 우리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저항의 노래로 부르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었습니다.

바로 그 미얀마의 민중들을 위해 노래를 하는 영상을 만났습니다. ‘알마즈(김민정)-워니뮤직이란 채널을 운영하는 김민정이란 분이 직접 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성함이 낯이 익더군요. 혹시나 싶어 페이스북에서 검색을 하자 곧장 연결이 되었습니다. 이미 친구로 이어져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사람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다시 유튜브로 돌아가 그녀가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우리가 익히 아는 원곡으로 듣고, 다시 미얀마인들을 위해 부른 곡을 번갈아가며 몇 번이고 들었습니다. 그 영상에서 미얀마인들의 독특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미얀마인들이 세 손가락을 펴서 드는 행동, ‘세 손가락 경례라고 불리는 이 장면에 노래가 시작되기 직전 보입니다. ‘세 손가락 경례는 민주주의를 향한 저항과 연대의 상징입니다. 이 몸짓의 의미와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선거, 민주주의, 자유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이 몸짓은 영화 헝거게임에서 유래했다고 하여 찾아보았습니다. 영화에서는 독재정부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사용되었더군요.

처음엔 미얀마가 아닌 태국에서 군부 쿠데타 이후 민주화 운동이 진행되며 사용되기 시작했고 이후 홍콩, 미얀마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 운동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김민정 가수가 특별히 부른 이 임을 위한 행진곡에 보인 미얀마 민중들은, 2021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시민들은 이 제스처를 군부에 대한 저항과 민주주의 요구의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세 손가락 경례는 단순한 손동작을 넘어,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망을 표현하는 강력한 비언어적 메시지가 되어 있는 듯합니다. 우리가 저항의 몸짓으로 어둠을 밀어내기 위해 촛불을 드는것과 같이 말이지요.

미얀마에서는 청년들이 음악을 통해 사회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레블 라이오트라는 그룹을 발견했는데 이들은 미얀마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내용을 노래하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듯합니다.

따라서 음악은 미얀마의 청년들이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특히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MZ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저항 운동에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 한국의 음악인들이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런 활동은 미얀마 국민들에게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음악을 통한 사회적 활동은 미얀마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도 다른 한국인 음악인인 김민정은 자선 콘서트를 통해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고 있기도 하더군요.

 

이러한 맥락에서, 당장이야 미얀마 민중을 위한 မြန်မာ - ချစ်ရသောသူများအတွက် ချီတက်ခြင်း”(미얀마 -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행진)김민정의 음악 활동이 직접적으로 미얀마 사회에 미친 영향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국제적인 음악인의 연대 활동이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추론할 수 있겠습니다.

 

 

, 그러고 보면 개인적으로 한선희와 김가영, 손병휘, 문진오 등 민중가요로 많은 이들과 함께 하고자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제법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온유야 사랑해앨범을 낸 박온유도 노래패 활동을 했으니아마도 모두 서로를 참 잘 알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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